엑스프라이즈 재단, 2023년 11월 대회 개시
전 세계 600여 팀 중 100곳 준결승 진출
건강수명 1년 늘리면 38조달러 혀 경제 효과
엑스프라이즈(XPRIZE) 재단이 노화 극복 연구를 주제로 개최한 대회에서 한국 팀 5곳이 준결승에 진출했다./픽사베이
국제 비영리단체인 엑스프라이즈(xprize)가 수명 연장과 항노화 해법을 찾는 팀에게 1억100만달러(약 1400억원)의 상금을 내걸고 시작한 대회에 한국 팀 다섯 곳이 준결승에 진출했다.
엑스프라이즈 재단은 지난 12일(현지 시각) 헬스스팬 대회의 첫 관문인 준결승 진출팀 100곳을 발표했다. 2023년 11월 시작한 이 대회에는 전 세계 58개국에서 600여 팀이 참여했다.
엑스프라이즈 헬스스팬은 참여하는 팀에게 50~80세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근육과 인지 능력, 면역 기능을 10~20년 젊게 만드는 방법을 제시하도록 했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기술을 겨루는 대회인 셈이다.
엑스프라이즈 재단의 제이미 저스티스 전무는 “지난 100년 간 전 세계 기대수명이 두 배로 증가했지만 정작 나이가 든 이후 건강의 질은 정체된 상태”라며 “영국에서는 여성은 평균 22년, 남성은 평균 17년을 만성 질환과 장애로 인해 삶의 질이 저하된 채로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엑스프라이즈 헬스스팬은 특정 질병에 대한 치료법이 아닌 건강한 노화를 위한 해법을 찾도록 했다. 생물학적 치료법부터 약물을 사용한 항노화, 생활 습관을 건강하게 바꾸는 디지털 치료제, 건강 보조 식품이나 개인화된 전략 등 다양한 방법이 모두 가능하다.
엑스프라이즈 재단 측은 “60세 이상 사람들의 건강수명을 1년만 연장해도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가치가 38조달러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것은 기대수명을 늘리는 것보다 경제적 가치가 훨씬 더 크다”고 밝혔다.
엑스프라이즈 재단은 대회에 참여한 팀에게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하도록 했다. 항노화에 대한 연구가 단순히 실험실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산업이나 의료 분야로 확산되도록 하기 위해 막대한 상금을 건 것이다.
이번 대회에 한국 연구팀 다섯 곳이 준결승 진출 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주식시장에 상장된 바이오 기업인 지아이이노베이션이다. 이 회사는 면역항암제 GI-102와 마이크로바이옴(공생미생물) 복합제인 GIB-7을 병용해 노화를 지연시키는 전략을 제안했다. GI-102는 저용량만 사용할 경우 면역세포인 NK(자연살해)세포를 촉진해 노화를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준결승에 진출했을 뿐 아니라 100개 팀 중에 상위 40개팀을 대상으로 한 ‘마일스톤 1 위너’에도 선정돼 25만달러(3억5000만원)의 상금도 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상금뿐만 아니라 큰 돈을 운용하는 글로벌 투자자들 앞에서 전략을 발표할 기회도 잡았다”고 말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 소속 연구진이 연구소에서 신약 연구·개발 업무를 하고 있다. /지아이이노베이션
바이오 스타트업인 로노제약은 약물 처리를 해서 세포를 젊게 되돌리는 역노화 기술을 제안해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출신 연구자들이 만든 로노제약은 노화의 원인을 해소하는 여러 화합물을 함께 활용해 역노화의 시너지를 높이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생명과학기업인 비비에이치씨(bBHC)와 엑소노박스(ExoNovaX)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항노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줄기세포는 인체의 다양한 세포나 조직으로 자랄 수 있는 원시세포이다. 비비에이치씨는 새로운 유형의 다능성 줄기세포를 개발해 노화를 막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엑소노박스도 중간엽 줄기 세포(MSCs)와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에서 유래한 엑소좀을 활용한 치료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엑소좀은 세포 사이를 오가며 신호를 전달하는 미세 주머니로, 세포 재생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RPRGAON-Progeria’라는 팀도 준결승에 올랏다.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팀으로 노화와 관련된 희소질환을 치료할 방법을 찾고 있다. 이 팀은 조기 노화와 관련된 질환인 허치슨-길포드 프로제리아 증후군(HGPS)을 치료할 방법을 연구 중이다. 엑스프라이즈 측은 “미국 보스턴에서 임상 2상 시험 직전 단계”라고 이 팀을 소개했다.
엑스프라이즈 재단 창립자인 피터 디아만디스는 “노화를 막기 위한 돌파구는 어디에서나 등장할 수 있다”며 “이 경쟁은 단지 진전을 가속화하는 것이 아니라 노화에 대한 우리 사회의 통념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