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2025.4.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8년 만에 대형 M&A(인수합병)에 다시 시동을 건 삼성전자의 '두 번째 선택'은 100년 역사의 냉난방공조(HVAC) 전문기업 플랙트그룹이었다.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글로벌 공조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판단, 2조4000억원의 베팅을 감행했다.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삼성전자의 '빅딜'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HVAC은 가정·상업용 시스템에어컨 중심의 '개별공조'와 공장·쇼핑몰 등 대형 시설 대상의 '중앙공조'로 구분한다. 현재 시장 규모 자체는 개별공조가 크지만 성장 가능성은 중앙공조가 높다. 삼성전자가 이번 인수하는 독일 플랙트그룹은 '중앙공조 전문업체'로 세계 14개 생산 공장, 3500여명의 인력을 갖고 있다. 100년 이상 축적한 공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HVAC 시장에서 상위 5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중앙공조 시장 전망이 밝은 이유로 'AI 열풍'이 꼽힌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앞다퉈 구축 중인 AI 데이터센터는 발열 관리가 필수다. 수많은 CPU(중앙처리장치)·GPU(그래픽처리장치) 등으로 구성된 AI 데이터센터 서버는 운영 과정에서 상당한 열이 발생하고, 이를 잡기 위해 중앙공조를 도입을 확대하는 추세다.
유럽 등이 친환경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개별공조·중앙공조 시장을 밝게 전망하는 또 다른 이유다. 친환경 규제 영향으로 건물 내 에너지 효율 제고가 중요해졌고 해결책으로 HVAC이 주목받고 있는 것. 아울러 생산 제품 품질 보장을 위한 온도·습도 관리 차원에서 공장에서 중앙공조를 이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번 인수는 가전 사업의 안정적 수익 창출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중심의 가전 시장은 계절적 성수기·비수기가 있어 시기별로 수익 편차가 큰 문제가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두 이런 점을 고려해 B2B(기업 간 거래)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으며, 핵심 B2B 사업 중 하나로 HVAC을 선택했다.
시장은 삼성전자의 '넥스트 스텝'에 주목한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비교적 작은 규모 기업을 꾸준히 인수했지만 빅딜이라 부를 만한 거래는 2017년 하만 인수가 사실상 마지막이었다. 지난 7일 5000억원 규모의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 인수 발표로 빅딜 재개 물꼬를 텄다. 일주일 만에 2조4000억원 규모 플랙트그룹 인수에 재차 나서며 다음 빅딜은 '초대형' 규모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다음 빅딜 분야로는 우선 로봇 사업이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하는 한편 미래 로봇 기술 개발을 전담하는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했다. 회사가 휴머노이드 사업 경쟁력 제고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만큼 관련 분야 추가 투자 가능성이 거론된다.
반도체 기업도 인수 대상으로 거론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경쟁이 가열되며 차세대 기술 확보를 위한 기업 간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사업 경쟁력 제고에 사활을 걸고 있어 이 분야 빅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글로벌 팹리스 기업 ARM 인수의 유력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김호빈 기자 hob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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