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나온 여성 대표이기도

제 64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현장. 이채린 기자

20년만에 한국에서 중학생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국가대표가 나왔다. 8년만에 나온 여성 국가대표이기도 하다. 지난 20년간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국가대표는 대부분 서울과학고(서울과고) 학생들이 차지해 온 만큼 중학생 선발은 이례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대한수학회는 제66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대표로 윤혜원 숙명여중 2학년 학생, 이현준·장현준·조형준 서울과고 2학년 학생, 박경준·함우주 서울과고 3학년 학생이 선발됐다고 12일 밝혔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는 전세계 청소년들이 수학 실력을 겨루는 대회다. 

중학생이 대표로 뽑힌 건 2005년 강환(당시 오륜중 3학년) 씨 사례 이후 20년만이다. 최연소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대표는 13세 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참여한 이수홍 씨다. 이 씨는 1년만에 중학교 과정을 졸업해 중앙고 소속으로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출전했다. 윤혜원 학생은 2017년 김다인 씨 이후 8년만에 선발된 여성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표이기도 하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국가대표는 일반적으로 약 1년의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선발된다. 우선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출전하는 이전 해에 열리는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1, 2차 시험에서 입상해야 한다. 이후 KMO 2차 시험과 다음 해에 열리는 겨울학교 모의고사, 아시아태평양수학올림피아드(APMO), KMO 최종시험 점수결과를 토대로 최종 국가대표 6인이 선발된다. 

최근 20년간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국가대표는 서울과고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2017년부터 매년 뽑힌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국가대표는 전원 서울과고 학생이었다. 

윤혜원 학생은 중학교 1학년이었던 지난해 KMO 최종시험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당시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대표로 뽑히지는 못했지만 2024년도 교육대상자 8인에 들어 대한수학회로부터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표 훈련급의 교육을 받았다. 윤혜원 학생은 올해 KMO 최종시험에서는 최고상인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유호석 한국수학올림피아드 위원회 위원장(세종대 교수)은 "윤혜원 학생의 사례를 계기로 연령, 학교 등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이 자신감을 갖고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도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약 20년간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 대표단을 이끈 송용진 인하대 명예교수는 "한국이 그동안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여학생 대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이번 사례 덕분에 수학올림피아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는 과학자의 등용문으로 인식된다. 역대 최연소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금메달리스트 테렌스 타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를 비롯해 '수학계 노벨상' 필즈상 수상자 64명 중 16명이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금메달리스트다.

해외에서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출신을 주목하는 이유다. 중국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표단으로 한번 선발되면 대학 입시에서 중국 최고 명문대인 베이징대, 칭화대 중 한 곳을 골라갈 수 있다. 딥시크에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국가대표 출신 개발자들이 포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일부 미국 대학입시에서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수상경력에 가산점을 부여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과도한 스펙 쌓기 경쟁을 막기 위해학교 밖 수상 경력을 대학입시 과정에서 부,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에도 적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윤혜원 학생을 비롯한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 대표단은 한 달 반 동안 하루 8시간씩 대한수학회에서 제공하는 집중 교육을 받으며 국제수학올림피아드를 준비한다. 올해 국제수학올림피아드는 7월 10~20일 호주에서 열린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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