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수 논설위원
이인수 논설위원
매번 선거 때가 되면 정책공약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는 주로 지방자치단체, 지방선거 때는 시민사회단체가 앞다퉈 발표한다. 국가정책에 반영돼 예산이 지원되기를 바라는 '희망'과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지켜보겠다는 '압력'의 한 방편이다. 정책공약을 들여다보면 현재 나라 곳곳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훤히 알 수 있다.
인천시도 6월 3일 대통령선거와 관련해 주요 정당과 후보들에게 전달할 정책공약을 내놨다. 당면 현안들이 총망라돼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치러진 선거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가 있다. 그만큼 진척이 안 되거나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바로 '수도권매립지'다
인천시 서구와 김포시 일원에 있는 수도권매립지를 둘러싼 작금 복잡한 문제의 연원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환경부와 인천시, 경기도, 서울시는 그해 1월 당초 2016년까지였던 매립지 사용 종료 시기의 확정 없이 3-1공구 매립 완료 시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른바 그 유명한 '4자 합의'다. 대신 여러 선제적 조치들의 이행을 단서로 붙였다. 대체매립지 조성, SL공사 운영권 인천시 이관, 매립면허권 및 소유권 양도, 인천도시철도 1호선과 서울도시철도 7호선 연장·조기 착공, 테마파크 조성 등이다.
약속대로 103만㎡ 규모의 3-1공구에는 2018년 9월부터 폐기물 반입이 시작됐다. 그러나 선제적 조치 가운데 핵심 사안들은 10년이 지난 현재 제대로 이행되는 것이 거의 없다. 대부분 아예 시작도 못했거나 진행되고 있지만 성과 없이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
3-1공구는 2018년 완공 당시 반입량 추세를 감안할 때 향후 7년간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 시점은 2024년 또는 2025년이었다. 하지만 2020년 생활폐기물반입총량제, 2022년 중간처리 안 거친 건설폐기물 반입 금지 등 친환경 매립 정책이 시행되며 반입량이 급감하기 시작, 2021년 290만7천784t에서 2024년 107만1천548t으로 줄었다. 올 1월 현재 3-1공구 소진율은 63%, 남은 용량은 37%다. 그런데 내년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면 반입량은 더욱 줄어들고 또 그만큼 3-1공구 수명은 늘어나게 된다.
2022년 대통령선거 때 윤석열·이재명 후보 모두 수도권매립지 공약을 내걸었다. 윤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아무 성과도 내지 못한 채 불명예 퇴진했다. 같은 해 인천시장선거에서 박남춘·유정복 두 후보는 이 문제를 놓고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이어진 2024년 총선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그리고 당선자들 모두 수도권매립지 문제 해결을 힘차게 약속했으나 아직까지는 공허할 뿐이다.
수도권매립지 문제 해결이 난항을 거듭하는 근저에는 이해관계자들의 서로 다른 셈법과 시각, 지역 정치인들의 나약한 정치력이 자리한다. 사실 환경부나 서울시, 경기도는 인천만큼 절박하지 않다. 급할 게 없다. 4자 합의문에는 "대체매립지가 확보되지 않으면 수도권매립지 잔여 부지를 추가 사용할 수 있다"는, 저들이 보기에 좋은(?) 조항이 있다. 노력만 해도 되는 저들과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하는 인천의 입장 차이는 하늘과 땅이다. SL공사 운영권 이관에도 저들은 '노동조합 등 내부 반발', '지역주민들과 갈등', '서울·경기도 동의' 등의 이유를 갖다 붙이며 적극 나서려 하지 않는다. "수도권매립지 운영으로 인한 환경적·경제적 피해를 일방적으로 감내해 온 인천시민, 주변 지역 주민의 고통과 아픔에 인식을 같이 한다"는 4자 합의문의 문구가 무색할 지경이다.
수도권매립지와 관련해 지역 정치인들에 대한 시민들의 감정은 실망을 넘어 분노로 치닫고 있다. 새 정부는 이 문제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인천 정치인들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수도권매립지는 한 지역만이 아닌, 인천 전체 시민 삶의 질과 관련된 중차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선제적 조치의 신속한 이행, 그리고 사용 종료 시점이 하루빨리 명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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