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ㆍ시민사회단체 주4일 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 4월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주4일제 도입 및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23년 기준 한국 임금노동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1874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717시간보다 157시간 긴 상위권에 위치한다. 아직도 오이시디 회원국 평균보다 주 4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한 달 이상 더 일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주 4일제’ 또는 ‘주 4.5일제’ 시행을 공약하고 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근무일을 줄이겠다’는 공약이지만, 실현방법과 실제 근로시간 단축 여부는 둘 사이의 차이가 크다.
근로기준법에 주 5일 일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다만, 하루 근로시간 상한이 8시간, 1주 근로시간 상한이 40시간으로 규정돼 있어, 주 40시간을 하루 8시간으로 나눈 ‘주 5일제’로 표현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 4.5일제를 시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제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법이 있고, 기존 근로시간은 둔 채 근무 일정만 조정하는 방법이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실근로시간 단축’을 전제로 한 주 4.5일제 도입을 공약한다. 지난 12일 공개된 10대 공약을 보면, 이 후보는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노동시간 감축”을 공약하며, “범정부 차원 주 4.5일제 실시(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근로시간을 줄여 주 4.5일제를 도입한 기업에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추가 채용된 노동자들의 인건비나 기존 노동자의 임금손실분 등을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노사 합의를 전제로 한 근로시간 단축은 지금도 가능하므로, 이들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가 실제 공약이라고 봐야 한다.
국민의힘의 공약은 근무 일정만 조정하는 방안에 가깝다. 권영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14일 “유연근무제를 활용한 주 4.5일제를 정책으로 적극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월~목요일엔 기본 근무 외에 1시간씩 더 일하고 금요일에 4시간만 일하는 방식인데, 이를 두고 권 전 비대위원장은 “유연한 시간 배분을 통해 실질적인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개선 효과를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주 4.5일제는 노사 합의만 있다면 지금도 얼마든지 시행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10대 공약에서 “노사 합의를 기반으로 주 52시간제 근로시간 개선”만을 내놓았다.
두 당의 공약이 실현돼도, 모든 사업장에서 주 4.5일제가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노동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주 4.5일제를 시행하려면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법정 근로시간을 주 40시간에서 36시간으로 줄여야 한다. 다만, 법정 근로시간 단축은 임금 감소 해결이라는 더 큰 숙제를 남기게 된다. 고임금 노동자들은 임금 대신 짧은 근로시간을 선택할 수 있지만, 주 36시간만으로 생활임금 확보가 어려운 저임금 노동자들은 수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한겨레에 “주 4(4.5)일제는 지금도 사업장 여건에 따라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을 통해 도입할 수 있다”며 “실근로시간 단축을 위해서는 법정 근로시간 단축보다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과 1일 11시간 연속휴식 제도 도입 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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