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수진·최형두 국민의힘 의원과 공동으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제1차 첨단과학기술 이공계 인재 양성 정책 포럼'을 열었다. 과기한림원 제공
인구 감소, 이공계 진학 선호도 하락으로 인해 지역 이공계 대학원의 위기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2050년에는 20여개 주요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이공계 대학원은 학생을 전혀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인재 유입 감소와 해외 이탈로 어려움을 겪는 과학기술 인재 문제 해결을 위해 과학기술계 단체와 국회가 머리를 맞댄 자리에서 이런 주장이 나왔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수진·최형두 국민의힘 의원과 공동으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제1차 첨단과학기술 이공계 인재 양성 정책 포럼'을 열었다.
포럼에서 박기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이 발제자로 참여해 "지난 20년간 이공계 대학원생은 크게 증가해 핵심인재 공급 역할을 담당했지만 최근에는 직장 병행자와 외국인 유학생 증가에 더해 인구 감소가 심해지면서 이공계 대학원이 질적, 양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며 "현재 진학 선호도가 유지될 경우 2050년에는 20개 내외 대학을 제외한 대학은 대학원생을 전혀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서울대, 과기원 이공계 박사 대기업 취업률은 약 40~50%지만 지역사립대학 이공계 박사 대기업 취업률은 5% 미만이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지역 이공계 대학원을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일부 대학을 연구중심대학으로 지정하고 다른 대학은 노동시장 수요를 고려한 특성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이공계 대학원은 연구가 아닌 다른 전략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박 선임연구원은 "지역 대학의 역량과 여건에 따라 교육·연구 방식과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이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 박 선임연구원 외에도 김영오 서울대 공대학장, 유재준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장, 문승현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 총장, 김용삼 진코어 대표, 장원우 고려대 박사과정생, 장주애 성균관대 박사후연구원이 참여해 이공계 인재양성 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문 전 총장은 GIST 재직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지역은 인구 감소, 청년 유출, 산업 공동화라는 삼중의 위기 속에 있다"며 "지역에는 교육은 있지만 기회가 없고, 기술이 있어도 산업 생태계가 부재한 상황이다. 지역 이공계 대학이 겪는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국가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전 총장은 "지역 이공계 대학의 역량과 인재가 응집력을 갖출 수 있는 구심점이 없다"며 "단순한 연구개발 공간이 아닌 인재양성, 기업육성,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의 선순환 구조를 작동시키는 지역 혁신클러스터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 전 총장은 "지역에 창업을 위한 여러 지식산업센터가 운영 중이지만 공실률이 높고 지식산업센터가 임대 사업에 집중하는 등 창업을 이끄는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대기업이 참여한 창업 육성 프로그램이 지역별로 특화된 지식산업센터에서 운영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기업을 거쳐 창업한 기업이 안정적으로 지역 인재를 지역에 머물게 하면서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포럼에서 김 학장은 이공계 인재 육성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매년 대학생 1000명을 선발해 집중 육성하는 '세상을 바꾸는 혁신 인재 프로젝트'를 제안하기도 했다. 현행 대입 제도를 바꾸기 어려운 만큼 권위와 신뢰를 갖춘 선발 방식으로 매년 이공계 최상위 인재 1000명을 뽑아 집중 지원하자는 것이다.
김 학장에 따르면 서울대 공대의 경우 입학정원은 850명이지만 그중 120~130명이 등록을 포기하고 있고 2학기 이탈률도 늘어나고 있으며 올해는 의대 증원 여파로 2학기 이탈률을 확인하기 두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이공계를 희망한 학생을 제대로 뽑기 어렵고 뽑은 학생도 키우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훌륭한 학생을 뽑으려고 해도 블라인드 제도에서 암시적인 것을 찾아내야 해 학생에 대한 선구안을 갖기 어렵다. 파격적인 입시 정책으로 좋은 학생을 데려올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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