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공계생에 충분한 미래 보장했나"
'10만 인재 양성책'보다 '질 높은 일자리' 보여줘야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과총-한림원 공동 긴급포럼 현장 /사진=한국과학기술한림원
우리나라 최상위권 대학인 서울대 공대를 자퇴하는 학생이 120~130명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이탈 현상은 향후 2~3년간 악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졸업하더라도 최상위권 인재는 국내에 남지 않고 글로벌 빅테크로 향한다. '일자리'와 '보상체계'에 집중한 이공계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3일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개최한 '제1차 첨단과학기술 이공계 인재 양성 정책 포럼'에서 이같은 진단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이공계 인재 이탈 수준이 "매우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당장 최상위권에서부터 이탈 현상이 나타난다. 김영오 서울대 공과대학장은 "서울대 공대 입학정원이 850명인데 졸업생은 750명 이하"라고 했다. 120~130명이 서울대 졸업을 포기한다는 의미다. 김 학장은 "의대 다 채워야 서울공대 온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인데, 의대 증원이 있던 올해 2학기 자퇴율은 확인하기도 두렵다"며 "향후 2~3년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했다.
그나마 졸업하더라도 IT 계열인 컴퓨터정보·전자전기공학 최우등 졸업생은 국내 기업이나 연구계에 남기보단 미국 빅테크를 택한다. 비교할 수 없이 높은 연봉 때문이다. 김 학장은 "세계 시장에서 경험을 쌓고 한국으로 재유입된다면 긍정적인 현상이나, 이들이 다시 국내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게 큰 문제"라고 했다.
IT 계열이 아닌 공대생 중에서도 전공과 상관없는 반도체 계열 대기업으로 취직하는 경우가 많다. 이 역시 유리한 보상체계를 따라가기 때문이다. 김 학장은 "조선, 건설, 철강 공학 졸업생 중 전공과 관련된 산업으로 가는 비율은 20% 이하라고 한다"고 했다.
전체 이공계 인재 수급 구조로 보면 학교와 산업계 간 수요-공급 불균형이 심각하다. 박기범 STEPI(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질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고 보상도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래를 충분히 보장하지 않으면서 이공계 유입이 줄어든다고 걱정하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분석에 따르면 1990년대만 해도 박사급 인력의 2.6배에 가까운 일자리가 있었다. 2020년대 들어 0.5배 수준으로 줄었다. 박 연구위원은 "현재 이공계 고급인력은 전체적으로 과잉 상태"라며 "이공계생 수를 늘리는 데 집중할 게 아니라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대학과 산업계 간 수요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당장 연구비 수주가 쉬운 분야에 교수와 학생이 몰리다 보니 첨단·전략기술 기업에선 뽑을 인재가 없고, 졸업한 박사급 인재는 갈 곳이 없는 것"이라며 "이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이공계 이탈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김 학장도 "(정치권에서) '10만 인재 양병설' 등 거대한 수치가 나오는데, 그 학생들이 (졸업 후) 어딜 가서 뭘 할지 생각해야 한다"며 "양적인 팽창보다 질적인 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