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공약 1호도 '신산업 육성' 내세워
민주당 전당대회 후 실용주의 색채 강화
자유주의 답습 아닌 공정경제 기조 유지
"제가 갑자기 무슨 긴급명령을 내려 시행할까 봐 걱정하시는 건가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얼굴)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성장' '친기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기본사회를 주장해 왔던 이 후보였기에 경제 정책 방향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도 남아 있다. 지난 8일 이 후보는 경제 5단체장 간담회에서 기업의 우려를 의식한 듯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긴급명령 우려에 대해 "그렇게 할 수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과거 민주당 대표 시절 경제계 단체들과의 회동, 최근 경제 5단체장 간담회 발언 내용, 이번 대선 10대 공약 등을 통해 이 후보의 성장 전략을 분석해 봤다. 이 후보는 지난해 8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실용주의, 친기업 색채를 한층 강화했다. 기업, 노동 등과 관련해 민주당의 '도그마'와 같던 부분들을 깨는 노력이 이어졌다. 경제 관련 언급에서는 친시장 실용주의 색채가 강하게 배어 있다.
이 후보는 경제 관련 발언 기회가 있을 때마다 친기업을 표방한다. 그는 "경제를 살리는 일의 중심은 바로 기업이고, 과거처럼 경제 문제, 산업 문제를 정부가 제시하고 끌고 가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고 말했다. 공정사회 등을 강조했던 그는 성장을 통해 과실을 만들고, 그 과실을 나눔으로써 분배의 문제도 개선할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 가운데 1호 공약도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집중 육성을 통해 새로운 성장기반 구축'과 'K-콘텐츠 지원 강화로 글로벌 빅5 문화강국 실현' 'K-방산 육성' 등 미래 성장 기업 육성에 맞춰져 있다.
시장에 대해서도 한층 현실적인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집은 주거용이지 투기용이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불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답습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정부의 역할 등과 관련해서는 공정경제와 적극적인 산업정책의 틀은 유지하고 있다. 대선 공약의 경우 공정경제와 보호자로서 국가 역할은 강화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대주주의 지배권 남용' 등을 막기 위한 상법상 주주충실 의무 도입과 자본·손익거래 등을 악용한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행위 근절을 약속했다. 반면 AI나 재생에너지 등 미래 역점 산업에 있어서는 국가의 과감한 투자를 통해, 미래 성장 먹거리를 차지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그는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산업경제를 이끌어 갈 거냐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가지고 세부적 기획, 장기적 기획들을 해나가야 하지 않겠냐"고 언급했다. 사안별 접근법에서 점진적 타협을 강조하는 점도 눈에 띈다. 그는 사회적 타협 등이 요구되는 사안을 언급할 때마다 "조금씩" "점진적으로"라는 말을 다수 사용해 왔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에는 성장을 얘기만 해도 우파를 상징했던 것을 감안하면 중도적으로, 크게 진일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경제 성장을 말하지만, 아직 수사에 그친 면이 많고 구체적인 부분이 손에 잡히는 것은 없다"고 진단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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