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방송·문화]
‘하트페어링’ 박철환 PD 인터뷰
직업과 나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
감정 묻는 ‘하트시그널’ 보다 성숙
채널A ‘하트페어링’은 떨리는 연애 감정을 관찰하는 기존 연애 프로그램과 다르다. 마음이 통해도 막상 생각했던 것과 조건이 다르면 멈칫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결혼 적령기 남녀의 복잡한 생각을 보여준다. 채널A 제공
결혼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마음이 끌리는 대로 향했을 남녀가 현실의 벽 앞에서 등을 돌린다. 단순한 끌림보다 사회적 지위, 나이 차이, 가치관, 일상의 루틴까지 고려해 멀어지고 가까워지는 출연자들의 모습은 현재를 살아가는 결혼 적령기 남녀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연애 예능의 원조로 불리는 ‘하트시그널’ 제작진이 인생의 반려자를 찾는 ‘하트페어링’으로 돌아오며 영역을 확장했다.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채널A 사옥에서 ‘하트페어링’을 연출한 박철환 (사진)PD를 만났다. 박 PD는 “‘결혼할 게 아니면 연애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넘어가는 그 변곡점에서의 연애관의 변화를 다뤄보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결혼을 전제로 만나고 싶은 사람을 찾아 나가는 과정을 담은 ‘하트페어링’은 떨림이 향하는 방향에 주목했던 기존의 연애 프로그램과는 많은 점이 다르다. 직업과 성씨, 나이를 아무것도 밝히지 않은 채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일주일을 함께 생활한 뒤 한국에 돌아와선 감췄던 사회적 배경을 모두 공개한다. 사람만 보고 호감을 나누던 출연자들은 현실을 마주한 뒤 혼란을 겪고 변화가 일어난다. 이 지점이 공감과 흥미를 유발하는 포인트다.
박 PD는 “직업과 나이가 가장 큰 변수가 되더라. 변수는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직업과 나이를 알았을 때의) 양상이 예상과 다르게 나타나는 건 새로운 발견이었다”며 “상대방의 직업과 나이를 알게 됐을 때 남자들이 더 당황하고 난처함을 느낄 거라는 건 예상하지 못한 전개였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제연의 직업이 변호사라는 게 밝혀졌을 때, 그에게 호감을 느끼던 신우재는 자신의 직업인 화가와 변호사를 비교하며 난처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결혼관과 가치관이 비슷해 급속도로 가까워졌던 문지원과 박창환은 15살이란 나이 차 앞에서 멀어진다. 박창환은 “나이는 호감의 문제가 아니라 더 큰 문제”라며 먼저 거리를 뒀다. 연애였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던 조건이 결혼을 전제로 하면서 치명적인 변수가 돼버린 것이다.
박 PD는 이런 장면들에서 ‘하트시그널’과의 차이가 명확히 보였다고 했다. 그는 “하트시그널’은 ‘누가 더 좋아?’ 같은 감정의 실체를 말하고 질문했다면, ‘하트페어링’은 서로의 감정은 존중하되 ‘우리의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더라”며 “(출연자) 인터뷰에서도 ‘하트페어링’에선 일과 관계에 대한 무게가 많이 느껴졌다. 그런 부분에서 ‘하트페어링’이 조금 더 성숙한 느낌을 받았다”고 돌이켰다.
그래서 ‘하트페어링’은 출연자 캐스팅도 ‘하트시그널’과는 달랐다. 주로 길거리 캐스팅이나 SNS를 통해 섭외하는 여타의 연애 프로그램들과 달리 ‘하트페어링’은 기업체의 단체대화방 등을 활용했고, 길거리 캐스팅은 없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로 나가 일주일을 보낸 것도 현실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출연자들을 현실에서 강제로 떼어놓기 위해서였다.
‘하트페어링’은 각자의 가치관, 결혼관을 담은 ‘페어링북’으로 상대방을 먼저 파악하도록 했고, 3일간의 계약 연애를 통해 상대방을 더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했다. 박 PD는 “반드시 결혼 전에 해야 한다고 생각한 질문들을 제안하는 게 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지점이었다. 그 질문들은 상대뿐 아니라 내게 물어봐야 하는 질문들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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