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직설] 김헌동 전 SH사장의 조언, 차기정부 부동산정책이 성공할 수 있는 길
에두르지 않으려고 합니다. 있는 그대로 묻고 있는 그대로 답을 전하겠습니다. 매주 주요 경제 현안이나 과제를 다룹니다. <편집자말>
[김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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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헌동 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오마이뉴스>와 만나 차기정부의 주택 부동산 개혁방향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
ⓒ 김종철 |
"이재명 후보는 (부동산 부패를) 깰 수 있을 것이다. 왜냐면 경험자니까…"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김헌동 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다. 시민단체에서 20년 넘게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을 시작으로 부동산 개혁에 앞장서 왔던 그다. 작년 11월 SH 사장에서 물러난 후, 기자에게 "시민운동가로서 구상했던 것을 3년 동안 마음껏 실천 했고 보람을 느꼈다"면서도 "혁신과 변화 과정에서 서울시 내외부로부터 강한 반발에 마주해야 했다"고 토로 하기도 했다(관련기사: "부동산 개혁, 저항 거셌다…관료-재벌-언론 그대로" https://omn.kr/2asqq).
그의 말대로, 김 전 사장은 SH에서 자신의 '구상'을 펼쳤다. 최근 20년치 서울시 공급 아파트 분양원가를 모두 공개했다. 이른바 '백년주택'이라는 이름으로, 100년 동안 튼튼하고 살기 좋은 집을 값싸게 공급하겠다는 약속도 지켰다. '사전 분양'이라는 말도 없애고, 집을 다 짓고 소비자가 직접 판단해서 선택 하도록 했다(후분양제). 집값도 주변 시세보다 '반값'에 불과했다. 그렇게 서울 마곡과 고덕, 강일 지역 등에 1700채 '반값 아파트'를 짓고 있다. 그는 "공기업의 주인은 국민이고, SH의 주인은 서울시민"이라며 "시민의 돈으로 만들어진 기업이 시민을 위해 일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다시 그를 만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석열 비상계엄에 따른 내란과 탄핵으로 갑작스레 치러지는 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차기 정부의 부동산 개혁 방향을 듣기 위해서다. 김 전 사장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뿐 아니라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 등과 만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조언을 했다.
지난달 30일 서울시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그는 "지난 대선 전 윤 전 대통령과 3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부동산 카르텔과 개혁의지를 약속했었다"면서 "하지만 원희룡 초대 국토부장관은 일부 주택공급 대책만 내놓았을 뿐 분양원가 공개 등 약속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와도 오랜 인연을 갖고 있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경기도지사와 민주당 대표 등에 이르기까지 김 전 사장은 집값 안정을 위해 여러가지 제안을 해왔다고 한다. 그는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에 후분양과 반값아파트 등의 주택공약을 갖고 있었다"면서 "당시 '기본주택'이라는 이름을 제안했고, 도지사 회의실에서 경기개발공사 간부 등과 함께 생방송을 함께 하기도 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 앞서 이재명 후보 쪽에서 부동산 공약 검토를 요청해 왔었다"면서 "당시에는 SH 공사 사장을 준비중이었기 때문에 조심스러웠지만, 이 후보쪽 인사들과 만나 '경실련 정책을 기반으로 공약을 만들면 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 개혁 과정에서 관료와 재벌 등 기득권 세력의 부패와 저항은 여전하다면서, "이재명 후보는 부패 구조를 깰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또 차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값싸고 질 좋은 집을 서울 뿐 아니라 전국에 공급하면 된다고 했다.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국토부와 한국주택공사(LH) 등을 통해 실천하면 된다고 했다. 김 전 사장은 "서울 한 복판에 1억 원만 가지면 누구나 내 집을 가질 수 있다"면서 "이미 지난 3년 동안 SH에서 실제로 했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저출생 고령화 시대에 맞춰 아예 파격적인 주택정책도 제안했다. 그는 "30세 이하 결혼하는 이들에게 아예 반값아파트를 무상으로 공급할 수도 있다"면서 "서울에 거주하지 않고 지방에 산다고 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며, 낙후된 지방을 살리기 위해 2~3억 원짜리 새집을 공급하는 제2의 새마을 운동, 진짜 뉴타운 건설 운동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대선 이재명 후보 부동산정책 물어와... '기본주택'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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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헌동 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오마이뉴스>와 만나 주택 부동산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 김종철 |
- 갑작스레 대통령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사실 지난 대선 전에 윤석열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 '(대통령이 되더라도) 임기를 제대로 마칠 수 있을까' 생각했었다. 물론 비상계엄을 생각도 못했지만... 부동산 투기와 부패 카르텔 이야기를 하면서 부패를 척결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스스로 '못하겠다'면서 그만두지 않을까라는..."
- 결과로만 따지면, 2년 반만에 윤 정부도 막을 내렸고.
"윤 정부가 2022년 5월 시작됐으니, 내가 SH 취임한 뒤 6개월이 지난 뒤였다. 난 취임하자마자 3일만에 경실련이 요구했던 아파트분양원가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매달 기자들과 소통하면서 집값 안정 약속을 하나씩 실천했다. 윤 정부는 당선 후 6개월 동안 별다른 주택정책 하나 내놓지 못했다. 원희룡 초대 국토부장관은 자신이 의원 시절에 분양원가공개 법안을 발의해놓고도,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대통령부터 주무장관까지 개혁 의지 자체가 없었다."
- 이재명 후보와는 어떤가.
"이 후보와는 옛 성남시장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다. 판교신도시 분담금 2700억 원 문제로 시끄러울 때도, 경기도지사 때도 수차례 만나고, 소통했었다. 2018년 도지사 당선된 후 한 달 만에 경실련과 경기개발공사(GH) 간부 등과 함께 회의실에서 부동산 문제로 토론하고, 생방송으로 중계도 했다. 그때 후분양제와 장기임대형 주택 공약 등이 있었는데, '기본주택'이라는 이름을 제안했었다."
- 이 후보의 기본주택 공약이 그때부터 시작된 건가.
"(고개를 끄덕이며) 2021년 4월께 이 지사를 도지사 사무실에 만났다. 기본주택 공급이 흐지부지되는 것 같아서... 당시 이 지사가 경기도 동탄에 후분양 아파트를 짓고 있다면서, GH 사장에게 전화로 건물만 분양하는 반값아파트 500가구 공급을 지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후 경기도 직원들이 경실련을 찾아와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면서 해명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 도지사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공급은 이뤄지지 않았다."
"1억이면 누구나 서울 한복판에 내집 마련... 이재명은 부패 끊어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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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5월 22일,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서울 강남구 서울주택도시공사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부동산 시장 전망과 22대 국회에서 다뤄야할 부동산 대책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 유성호 |
- 지난 대선 때 이 후보 쪽에서 부동산 공약을 요청해왔다고 하는데.
"2021년 9월쯤 (이 후보 쪽에서) 연락 왔었다. 그때는 경실련을 그만두고, SH 공사 사장에 이력서를 낸 후 떨어진 상태였다. 아무래도 서울시 공기업 사장이라는 자리 때문에 이 후보 쪽을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이 후보 쪽 인사들이 '이 후보가 김헌동의 검토를 받은 (부동산) 공약만 보고를 받겠다'고 해서, 여의도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어떤 공약들이었나.
"이미 다 알려진 것들이고, 이야기 해왔던 것들이다. 또 그동안 경실련에서 내놓은 부동산 정책에 나왔던 것들이었다. 그에 맞춰 공약을 만들면 된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그리고 20년 넘게 시민운동하면서 이야기했던 것을 지난 3년 동안 직접 실천할 수 있었지만, 그만큼 저항도 컸다. 결국 더 확산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
- 아파트분양원가 공개부터 100년주택, 반값아파트 등을 차기 정부에서 계속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곧바로) 지금 서울 강남 등의 아파트값이 말이 되는가. 2004년에 4억짜리가 20년 만에 40억이 됐다. 일반 직장인이 70년 동안 한푼도 안 쓰고 모아야 한다는 돈이라는데... 서울에 10억짜리 집 한채 갖고 있다면, 적게는 3~4억 원의 은행 빚을 지고 있다. 이자 4%를 가정해도, 매달 이자만 150만 원씩 내야 한다. 원금도 포함하면 (매달) 280만 원씩 30년을 내야 한다. 정상일까."
- 하우스푸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돼 버렸다.
"SH에서 서울 강남의 고덕, 강일지구에 25평 아파트를 건물만 3억 5000만 원에 분양했다. 7000만 원만 있으면 후분양으로 입주할 수 있다. 2억 8000만 원 대출이자 월 50만 원(2%)과 토지임대료 40만 원을 합하면 90만 원을 내고, 10년 후에는 자기 집이 된다. 물론 건물만 소유하는 것인데, 그때 건물만 되팔아도 남는 장사가 된다."
김 전 사장은 "서울에 10억 원씩 하는 아파트의 절반 값에 분양하고, 나중에 건물만 되팔아서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면서 "건물 이익은 시민이 갖고, 지가 상승에 따른 이익은 공공이 환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더 들어본다.
"서울 마곡지역에 25평 아파트는 방 3개에 화장실 2개예요. 웬만한 4인 가족도 충분히 살 수 있는 공간이죠. 3억 1000만 원에 분양했는데, 6000만 원만 있으면 살 수 있어요. 토지임대료와 대출이자 등 월 80만 원 정도예요. 설계부터 시공까지, 100년 동안 끄덕 없는 질 좋은 아파트를 얼마든지 공급할 수 있어요. 1억 원만 가지면, 서울 한복판에 누구나 내 집을 가질 수 있다는 겁니다. 서울에서 이 정도로 할 수 있는데, 경기도 등 다른 지방은..."
"전국에 2~3억 짜리 새집을 공급하자... 제2의 새마을운동, 진짜 뉴타운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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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
ⓒ 연합뉴스 |
- 지난 3년 동안 반값아파트 공급량이 1700가구라고 들었는데.
"그렇다. 그동안 반값아파트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이명박정부 시절 강남과 서초에 700가구가 전부였다. 지난 3년 동안 마곡, 고덕, 강일 등에 1700가구를 했다. 많은 숫자가 아니다. 서울에 SH가 개발할 땅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내가 경기도에 '경기개발공사(GH)가 하지 않으면, 우리가 3기 신도시에 반값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제안을 하기도 했다."
- 물론 GH 쪽에선 받아들이지 않았고, 지난 3년 SH의 개혁 실험들이 '실험'으로만 그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지난 3년 동안 오로지 시민을 위한 정책집행에 맞춰 일했는데, '다수의 이익'을 위한 일이 참으로 힘들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수의 서울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에도 서울시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재벌건설사와 정치인, 언론 등으로부터 견제와 공격을 받아왔다. 부동산 부패 카르텔은 여전히 힘을 갖고 있다고 본다."
- 이재명 후보는 부패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보는가.
"(잠시 생각한 후) 이 후보는 할 수 있을지도…왜냐면 과거에 경험을 했으니까. 이 후보가 성남에서 부동산 개발비리사건인 '파크뷰' 사건을 터트리면서 주목을 받지 않았나. 백현동, 대장동 사건 등도 마찬가지다. 그는 부동산 부패 고리를 잘 알고 있는 지도자이고,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이제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와 있다. 차기 정부는 인수위도 없이 바로 출범해야 한다.
"개혁이나 혁신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이전 정권을 보면 알 수 있다. 자기만의 것이 있어야 한다. 자기 경험과 지식을 갖춘 사람이 중요하다. 그래야 정책 만들 때부터 추진 과정에서의 여러 이해당사자들과 소통, 부작용 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부동산 문제만 보더라도, 집값 안정은 누구나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실제로 집행하고 성과를 내는 것은 별개다."
그는 "공약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후보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면서, 국토부와 한국주택도시공사(LH) 등이 집값 안정을 위한 다양한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제2의 새마을 운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과거 박정희 시대의 개발독재가 아닌, '진짜 뉴타운 운동'을 벌이자는 것이다. 70년 넘게 낙후된 농촌과 지방 소도시에 새 집을 짓고, 청년들에게는 무상으로 집을 제공하는 파격적인 정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이다.
"요즘 많이 듣는 이야기 가운데, '국가는 나에게 무엇을 해주는가' 라는 거예요. 젊은층부터 중장년에 이르기까지... 개인적으로, 30세 이하 신혼부부에게는 건물 분양아파트를 무상으로 제공할 수도 있고요. 물론 서울에 살지 않고, 지방에 거주하는 조건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 99%가 1억이면 내집을 마련할 수 있는데도, 이것을 막는 세력이 있다면? 이제 진짜 개혁을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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