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오픈AI 포 컨트리’ 프로젝트 발표
“단순 기술 협력 넘어 美 주도 AI 연합 전선 구축”
세계 각국 AI 통제권 잃을까 우려도

오픈AI 로고. /연합뉴스

오픈AI가 전 세계 각국 정부와 협력해 인공지능(AI)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오라클, 소프트뱅크그룹과 주도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AI 인프라 확충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전 세계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오픈AI의 AI 동맹국이 될 초기 협력 대상 10개국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업계는 향후 AI 통제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IT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오픈AI는 ‘오픈AI 포 컨트리(OpenAI for Countries)’라는 새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각국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해 이를 기반으로 나라별 맞춤형 챗GPT를 개발하고, 국가별 AI 스타트업 펀드를 조성하는 것 등이 골자다. 오픈AI는 초기 10개국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많은 국가의 참여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프로젝트의 자금은 오픈AI와 각국 정부가 공동 부담하나 구체적인 대상 국가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의 초거대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스타게이트는 오픈AI와 소프트뱅크, 오라클의 합작사로 4년간 5000억달러(702조원) 상당을 AI 인프라에 투입할 예정이다. 미국 텍사스주 애빌린에 뉴욕 센트럴파크 면적과 비슷한 규모로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를 시작으로 계속 숫자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오픈AI 관계자는 “여러 국가로부터 스타게이트와 같은 AI 인프라를 자국에 구축하고 싶다는 요청을 받아왔다”며 “이런 인프라가 미래의 경제 성장과 국가 발전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각국이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에서 민주적인 AI 기반을 조성하고자 하는 국가를 지원하고 권력 집중을 위해 AI를 활용하려는 독재적 AI의 명확한 대안을 제공하겠다”며 “미국 정부 협조 하에 이번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는 정부와 공식적인 인프라 협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월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뉴스1

관련 업계에서는 오픈AI의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한 기술 협력이 아니라 미국 주도의 AI 연합 전선을 본격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오픈AI는 이번에 협력 대상을 ‘자사 기술을 민주적 방식으로 활용하는 국가’로 한정하며 중국 견제용이라는 점을 명시했다. 특히 각국 정부 예산을 끌어들이며 국가 기반 AI 동맹을 만들려는 시도는 단순한 기술 협력 이상으로 해석된다. 이는 챗GPT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자 오픈AI가 미국 내 테크 기업을 넘어 국제정치적 행위자로 부상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오픈AI 주도의 ‘AI 동맹 전선’이 공고화되면 세계 각국의 AI 통제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오픈AI 중심 AI 질서가 재편되면 동맹국 내 오픈AI 영향력만 키우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마이클 크라치오스 과학기술정책국 국장은 “AI에서 항공·우주에 이르는 미국의 기술 성과가 성공적으로 상업화된다면 이는 미국의 강력한 외교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국가 명단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과 한국이 유력한 곳으로 예상된다. 오픈AI는 일본에서 소프트뱅크와 ‘SB 오픈AI 재팬’이라는 합작사를 세우고 30억달러(4조2048억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의 경우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월 방한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을 만나고 카카오와 전략적 기술 제휴를 공식화했다. 국내 기업들은 이번 프로젝트 대상 국가에 한국이 포함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 등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 중인 기업들에는 위협이 될 수 있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AI 협력을 위해 오픈AI와 한국 간 ‘윈윈’ 구도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한국에 이득이 될만한 부분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오픈AI의 행보를 보면 소셜미디어(SNS)와 쇼핑 쪽을 키우고자 하는 전략이 있는데 결국 로컬 비즈니스를 키우려는 것”이라며 “각국 정부와 지지를 받을수록 유리해지는데 그런 측면에서 AI 동맹은 오픈AI에 굉장히 이득인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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