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AI 강국' 공약 살펴보니
김문수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이재명 "AI 사회 안전망 강화"
이준석 "수학교육 국가가 책임"
정책 우선이냐, 시장 우선이냐
전문가들간에도 의견 엇갈려
인공지능(AI)이 차기 대선의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위상은 여전하지만 AI 기술에선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국가 주도의 대규모 투자를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민관 합동으로 100조원 규모 펀드를 조성해 AI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AI 디지털 교과서를 적극 도입하고 AI 응용 기술을 기반으로 산업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터 산업에 이르는 AI 생태계 전반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5년간 100조원을 투입해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 장, AI 반도체 10만 장 규모의 데이터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주창해온 기본사회에 AI를 더한 ‘AI 기본사회’를 내세웠다. 금융, 건강 등 국민 삶과 직결된 분야에 AI를 적용해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민간 중심의 AI 생태계 조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후보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경계하며 민간 AI산업의 자율성과 창의성 증진에 방점을 뒀다. 3월 LG AI연구원과 한 간담회에서는 “GPU를 사주는 게 국가 역할이냐”고 반문하며 직접 투자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거대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 등을 통해 민간이 주도하는 AI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AI 연구에 필수적인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공공 데이터를 익명화해 거래할 수 있는 ‘데이터 마켓’을 구축하고 데이터 제공자에 대한 보상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서울과학고, 미국 하버드대 출신인 이 후보는 본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초·중학교 ‘수포자’(수학 포기자)를 구제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이 후보는 지난 8일 13번째 대선 공약으로 ‘수학교육 국가책임제’ 도입 계획을 발표하며 “수학은 단지 한 과목이 아니다”며 “기초 학력이 무너지면 기회의 문도 함께 닫힌다”고 말했다.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수학은 이공대 계통의 기초가 되는 것은 물론 논리적 사고력과 집중력을 기르는 데 중요한 과목”이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학습자의 부담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수학을 하향 평준화함으로써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공약의 핵심은 매년 전국 단위 수학성취도 평가와 분반 수업 실시다. 학생 다섯 명당 한 명 비율로 수학 전문 보조교사도 배치한다. 이 후보는 수학교육 국가책임제가 계층 간 교육 격차 해소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학 사교육을 받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간 교육 격차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수학이 무너지면 국가가 무너진다는 각오로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고 말했다.
AI 정책이 우선이냐, 시장이 우선이냐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린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전 세계 AI 연구 경쟁은 마치 마라톤을 100m 육상경기처럼 달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GPU는 물론 전력 설비까지 포함한 종합 전략이 필요한 만큼 대규모 재정의 선제적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경전 경희대 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는 “AI산업은 정부 주도가 아니라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한다”며 “규제가 혁신을 막고 있는 현실에서 재정만 투입한다고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최지희/최영총 기자 mymasaki@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