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훈 한패스 대표 인터뷰
재한 외국인의 생활 필수 슈퍼앱 ‘한패스’
송금·교통·통신·대출·구직등 원스톱 지원

김경훈 한패스 대표이사.

타향살이는 쉽지 않다. 언어는 통하지 않고, 문화는 낯설다. 병원 예약은 복잡하게 느껴지고, 교통편은 익숙하지 않다. 돈을 본국에 보내려 해도 높은 수수료와 송금 절차의 벽에 주저하게 된다. 한국에 거주 중인 250만 재한 외국인에게 ‘생활’은 그 자체로 크고 작은 도전의 연속이다.

외국인의 고충을 풀어주기 위해 등장한 플랫폼이 있다. 해외 송금 서비스로 출발해 외국인의 정착부터 일상까지 함께하는 슈퍼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으로 성장한 ‘한패스(HANPASS)’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김경훈 한패스 대표는 “우리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외국인을 위한 생활 동반자가 되고자 한다”며 “금융, 통신, 교통, 법률, 구직, 행정까지 외국인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앱 하나로 연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패스의 출발점을 ‘공감’에서 찾았다. 과거 동남아시아 대상 물류 사업을 하며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겪는 현실을 가까이에서 목격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비자 신청이나 병원 예약, 고속버스 예매 같은 사소한 일도 외국인에게는 큰 문턱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언어와 제도, 문화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그 장벽을 낮춰주는 도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회상했다.

김 대표는 2017년 기획재정부에서 소액해외송금업 라이선스를 취득한 후 ‘한패스’ 앱을 선보였다. 기존 은행 시스템은 중개은행과 현지은행을 거치는 스위프트(SWIFT) 방식으로 수수료가 높고 송금 시간이 길다. 반면 한패스는 현지 파트너사에 사전 예치된 자금으로 즉시 송금하는 구조를 채택해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현재 송금 수수료는 최대 5000원, 송금 소요 시간은 평균 5분 이내다.

김 대표는 “우리가 하는 일은 단순 송금이 아니라 외국인의 정착과 삶을 연결하는 일”이라며 “해외 송금을 생활의 시작점으로 보고 그 이후의 일상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패스는 송금에 머무르지 않는다. 교통, 통신, 결제 등 외국인의 실생활과 직결된 서비스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한패스 앱에서는 △교통카드 충전 △시외버스·KTX·항공권 예약 △공과금 납부 △선불폰 결제 △유심 충전 등 다양한 기능이 통합돼 있다. △법무·노무·세무 상담 연계 △비자 정보 제공 △다국어 기반 구직 매칭 시스템 등도 구축해 ‘디지털 생활비서’에 가까운 면모를 갖췄다.

그는 “한국인에게는 당연한 시스템이 외국인에게는 낯설고 어렵다”며 “한패스는 그 낯섦을 익숙함으로 바꾸는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고객 지원은 한패스의 자랑이다. 김 대표는 “우리는 단순한 CS센터가 아니라, 19개국 언어로 24시간 대응하는 ‘다국어 본사 직영 콜센터’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며 “단순 문의는 물론, 고객의 불안과 오해를 해소하는 정서 케어까지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패스의 전체 직원 중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라며 “우리는 내부부터 다문화 감수성과 글로벌 감각을 체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패스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외국인을 위한 비대면 신용대출 서비스다. 국내 금융권이 외국인에 대한 리스크 우려로 소극적인 가운데 한패스는 이 시장의 가능성을 미리 읽고 전북은행, 광주은행, OK저축은행 등과 제휴해 외국인 신용대출 비교 플랫폼을 선보였다.

김 대표는 “외국인 고객도 자금 수요가 명확하다”며 “교육비나 자국 내 부동산 매입, 가족 송금 등 다양한 목적이 있는데, 특히 단순업무(E9) 비자를 보유한 외국인의 경우 4년간의 체류가 보장되면 최대 5000만원 수준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목표 대출 중개금액은 3000억원이다. 단순 금융을 넘어 외국인의 정착을 돕는 핵심 서비스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한패스는 결제 인프라에서도 ‘외국인 맞춤형 설계’가 돋보인다. QR결제, 제로페이 연동, 선불 충전카드(비자·마스터·차이나유니온페이) 발급이 가능하며, ‘한패스 월렛’ 앱을 통해 ATM 입출금, 공과금 납부, 송금·수신 등 종합 전자지갑 기능을 제공한다.

이 모든 서비스는 단순 나열이 아닌 외국인 행동 데이터를 분석한 인공지능(AI) 기반 맞춤형 추천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는 이제 ‘외국인을 위한 슈퍼 앱’이 아닌, ‘외국인에 의해 완성되는 슈퍼 앱’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패스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수익이 아니다. 김 대표는 “외국인을 수단이 아닌 파트너로 대하는 것이 한패스의 철학”이라며 “그들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데 기여하고, 동시에 한국 사회의 이미지도 함께 높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셸터 운영, 외국인 무료급식 지원 등 사회공헌 사업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외국인 시장은 이제 막 열린 블루오션”이라며 “한패스는 그 누구보다 이 시장을 깊이 이해하고 있으며, 외국인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앱으로 남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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