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생부터 74년생까지 2차 부머
전체 취업자의 33%나 차지하는데
2034년 퇴직 땐 성장률 0.38%P↓
연금수령 65세까지 5년간 소득공백
평균 기대수명 83세…6.6억 필요
숙련공 필요한 기업 인력수급난 해소
勞 '정년연장' 使 '퇴직 후 재고용' 첨예
60세 이상 근로자의 정년과 재고용 문제가 경제계와 정치권에서 초미의 관심이 된 것은 향후 10년간 954만명이 정년퇴직 연령에 진입하게 되는 현실 때문이다. 5000만을 웃도는 국내 인구를 감안하면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반 국민 5명 중의 1명 꼴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과거 베이비부머들이 대거 퇴직하면 숙련 일자리를 중심으로 노동력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퇴직한 개인은 소득 감소로 노후가 불안해지고 사회는 퇴직자 부양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경제활동인구가 줄어 성장률이 떨어지면 국가적 위기로 번질 수 있다.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한국 사회가 시급하게 고령층 계속고용 여부를 논의해야 하는 이유다.
◆퇴직 후 국민연금 받기까지 치명적 소득 공백=최근 10년간 60세 이상 근로자는 크게 늘었다. 아시아경제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60세 이상이면서 고용계약기간이 1년 이상인 상용근로자(비농가·월평균 기준) 숫자는 2014년 53만3000명에서 2024년엔 189만2000명으로 3배 이상 크게 늘었다.
계약기간이 1년 미만인 임시 및 일용직은 같은 기간 107만1000명에서 191만9000명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고령화 추세가 반영된 것도 있지만 상용근로자가 늘어난 것은 그만큼 인력수요 역시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은행 분석에서도 60세 이후 직장을 떠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정년을 맞이한 1964년생부터 10년 후 은퇴해야 하는 1974년생까지 '2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전체 취업자의 약 33%에 달한다. 이들이 노동시장을 모두 떠나는 2034년까지 연간 경제성장률은 0.38%포인트 하락할 전망이다.
특히 5년 이내 정년퇴직을 했거나, 앞둔 정규직 근로자만 14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통계인 2023년 기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1965년생 24만8393명과 1966년생 26만6077명이 퇴직을 했고 1967~1969년 사이에 태어난 92만7518명도 퇴직을 눈앞에 두고 있다.
60세 이상의 고용문제는 소득공백과 직결된다.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연령이 65세인 만큼 5년의 '보릿고개'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퇴직 후 소득 공백은 개인이나 사회에 모두 치명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퇴직 후 최소 생활비는 부부 기준 월 240만원, 적정 생활비는 월 336만원이다. 한국인 평균 기대수명은 2023년 기준 83.5세다. 퇴직 후 기대수명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23년 이상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부부 기준 최소 6억6240만원이 필요하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통해 일정부분 충당한다고 하더라도 정년 퇴직으로 발생하는 소득 공백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 노인의 기준을 상향하는 추세에 맞춰 일을 그만두는 시기를 늦춰야 주장도 제기된다. 2019년 대법원은 늘어난 평균수명과 은퇴 연령 등을 고려해 육체노동 가동연한을 60세가 아닌 65세로 인정해야 한다고 30년 만에 판례를 바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노인 연령 기준을 2025년부터 10년 단위로 한 살씩 올리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숙련된 인력의 기술 보전과 다음 세대 기술 이전이 필요한 만큼 고령자를 계속 고용하기를 원하고 있다. 급격한 고령화와 생산인구감소로 인한 인력 수급 불균형 현상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계속 고용이 필요한 업종으로는 숙련공이 필요한 등 제조업은 물론 지방을 중심으로 한 의료, 연구 분야와 고령자로 대부분 이뤄진 운수업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필요성 공감하는 노사…방식은 달라=노사는 고령자 계속 고용에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방식에 대해서는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국민연금 개시 연령에 맞춰 법정 정년을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으로 강제해야 현장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반면 경영계는 일률적으로 정년을 연장하게 되면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혜택이 집중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심화시키고 청년고용을 악화시켜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길 것으로 우려한다. 정년 연장 대신 퇴직 후 재고용을 통해 계속 고용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 67.9%가 '재고용' 방식을 원하고 있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기업 내 고령 근로자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상황을 고려해 기업에 재고용 대상자 선발권을 보장하는 선별형 재고용 형태로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재고용되지 못한 고령 근로자들이 재취업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소속 사회적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최근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년을 늘리고, 늘리지 못한 사업장은 고령자 계속고용 의무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계속고용 의무제는 60세 이후 근로를 희망하는 근로자 모두가 대상이다. 근로자는 생산성에 상응하는 적정 임금을 보장받고 근로시간과 직무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노사 모두 계속고용 의무제를 반대하고 있어 도입될 가능성은 작다는 지적이다.
경총은 "계속고용 의무를 부과하면서 핵심인 임금체계 개편 방안은 빠져 있다"며 "오래 일한 사람이 많은 임금을 받는 연공급 임금체계가 유지될 경우 고령자 고용에 따른 막대한 비용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계속고용 의무제는 연령 차별, 소득 공백, 노사 갈등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반발했다.
결국 공은 6월 출범할 새 정부로 넘어가게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최근 "정년 연장을 사회적 합의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기업에 정년 제도에 대한 자율권을 주겠다고도 공약하며 대선 이후 계속고용 문제가 재논의될 전망이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