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립과학재단 예산 55% 삭감…유상임 장관 "현지 여파 확인"
"EU 유출인력 유치 나서…미국만 보지 말고 유럽 협력 늘려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군인 어머니 초청 행사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25.05.09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트럼프 정부 2.0 기조로 미국의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이 대규모 삭감됨에 따라 미국 과학자들의 '엑소더스'(대규모 이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략기술 중심으로 미국과의 연구 협력을 확대하려던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아직 한미 연구협력은 개별 과학자 및 연구소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추세가 장기화할 경우 우리 연구계는 중요한 협업 파트너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다.

1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등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달 초 내년도 예산안을 공개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과 국립보건원(NIH) 예산은 올해 대비 각각 55%, 40% 삭감됐다.

NSF는 연구 지원을 기관 우선순위에 따라 심사하는 등 보다 깐깐해진 방침을 세웠다. 신규 연구비 지급도 중단하기로 했다. 이미 승인된 연구비도 취소한 거라 논란이 크게 일었다.

최근 2주간 NSF는 약 1조 원(7억 3900만 달러)에 달하는 보조금 1040건을 중단했다고 전해진다.

국내외 과학계는 불만을 품은 미국 과학자들이 유럽 등 지원이 풍족한 지역으로 이주할 것으로 내다본다. 유럽연합(EU)은 이달 5일(현지시간) 유럽 과학 콘퍼런스에서 향후 3년간 약 8000억 원(5억 유로)을 투입해 해외 우수 과학자를 유치하겠다고 나섰다.

과학계 관계자는 "사실상 미국 과학자들의 대규모 엑소더스 특수를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과 협력하던 미국 과학자가 소속 기관을 떠나면 남은 연구비를 회수하고 사업을 종료하던가, 후임자를 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태식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 회장 역시 "올해 2월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를 만나 들어보니 (현지 연구계가)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1기 때 당한 것도 크다"고 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우려를 인지하고 행동에 나섰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달 중순 미국 출장에서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 실장을 만나 여파를 확인해볼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측은 "아직 개별 사업에 끼칠 영향까지는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도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에 현지 과학정책·예산 최고 결정자와 만나 협력을 다지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임기가 아직 4년 가까이 남아 불확실한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미국에만 의존하지 말고 유럽과의 협력 강화 등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최근 EU 주관 다자연구 '호라이즌 유럽'에 한국이 준회원국으로 참여했다. 다만 기초연구 트랙인 '필라1'에는 참여하지 못해 아쉽다"며 "EU와의 논의를 통해 한국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우수 과학자의 국내 유치 계기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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