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반도체 수출 17%↑…1분기 HBM 등 對대만 수출 2위로 '껑충'
"한국, 범용 반도체 시장 이탈중…中 반도체 자립 리스크 대비해야"

SK하이닉스, 'TSMC 기술 심포지엄' 참가 (서울=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뉴스룸을 통해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서 파운드리 업계 1위 TSMC 주최로 열린 기술 심포지엄에 참가했다고 25일 밝혔다. 사진은 TSMC 2025 테크놀로지 심포지엄에 참가한 SK하이닉스 전시 부스 전경. 2025.4.25 [SK하이닉스 뉴스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4월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보다 17.2% 증가하면서 트럼프발 관세 전쟁 속에서도 전체 수출 증가율(+3.7%)을 견인했다. 반도체가 2분기에도 수출 버팀목 역할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중국이 범용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높이며 자립에 나선 상황에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중국 쏠림 리스크가 커지고 있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반도체 수출 성장세가 이를 일정 부분 상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반도체 수출액은 116억6천600만달러로, 작년보다 17.2% 증가했다.

올해 들어 반도체 수출은 1월 101억3천100만달러(+8.1%), 2월 96억4천800만달러(-3%), 3월 130억5천900만달러(+11.9%)로 집계됐다.

1분기 전체로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6% 늘었다.

총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1분기 증가세에 더해 2분기 초부터 20%에 가까운 호조세를 이어가는 것이다.

산업부는 "반도체 수출의 경우 고정 가격 반등, HBM 등 고부가 메모리가 선전하면서 역대 4월 중 1위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 주요 품목 수출 증감률 현황 (서울=연합뉴스) 김토일 기자 =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4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에서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117억달러로 작년보다 17.2% 증가했다. kmtoil@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X(트위터) @yonhap_graphics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승세가 당분간 단기적으로는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일일경제지표에 따르면 반도체 시장 선행지표로 통하는 메모리 D램(8Gb) 현물 가격이 지난 2월 말 1.73달러, 3월 말 1.92달러를 찍은 이후 5월 6일 2.1달러, 5월 7일 2.14달러로 꾸준히 상승 중이다. 지난 7일 기준 메모리 D램 가격은 작년보다 9.9% 올랐다.

낸드(128Gb) 현물가 역시 지난해 12월 말 이후 오름세를 지속해 5월 6일과 7일 각각 7.2달러를 기록, 전년보다 각각 12.7%, 12.6% 올랐다.

인공지능(AI) 산업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HBM 수출의 성장세도 전체 반도체 수출을 견인하고 있다.

이는 올해 들어 대만으로의 반도체 수출이 뚜렷이 증가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반도체 공급망에서 대(對)대만 수출은 SK하이닉스의 HBM, DDR5 등이 대만 TSMC를 거쳐 미국 엔비디아 등으로 공급되는 구조가 중심이다.

대만으로의 반도체 수출은 2023년만 해도 95억1천700만달러로 국가별 4위, 비중은 9.6%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127.2% 증가한 216억2천만달러로 집계됐고, 국가별 순위도 중국과 홍콩에 이어 3위, 비중은 15.2%로 껑충 뛰어올랐다.

올해 1∼3월 대만으로의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2.9% 늘어난 59억8천200만달러로 집계됐다. 국가별 순위는 중국에 이어 2위, 비중도 18.2%에 달했다.

이처럼 대만으로의 반도체 수출 증가는 범용 메모리 중심인 대(對)중국·대 홍콩 반도체 수출 감소분도 일정 부분 대체했다.

올해 1∼3월 대중국·대홍콩 반도체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2.4%, 40.4% 쪼그라들었지만, 그 빈자리를 고부가가치의 첨단 메모리 수출이 일부 메웠다는 평가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통화에서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가 매우 낮은 가격으로 중국 내수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서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이미 그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어서 HBM이나 DDR5 등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HBM 세계시장 점유율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미국 정부가 중국이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확보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 등 다른 나라의 대(對)중국 수출을 통제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일(현지시간)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특정 HBM 제품을 추가한다고 관보를 통해 밝혔다. 0eun@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일각에서는 미국의 관세 영향이 본격화하기 전 기업들이 물량을 앞당겨 출하한 데 따른 수출 증가라는 분석도 있다.

유병두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산업지원본부 팹리스지원실장은 통화에서 "3∼4월에 기업들이 미국의 관세 영향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미리 물량을 밀어 넣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한국의 반도체 수출이 순항할 가능성이 높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의 반도체 자립과 미중 갈등의 여파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메모리 및 시스템 반도체의 글로벌 경쟁력 분석' 보고서에서 "한국 메모리 산업은 중국에 대한 쏠림 현상이 크고 다변화가 미흡한 상태로, 중국으로의 수출 감소 시나리오에 대해 대비하는 등 상시적인 헤지(리스크 관리)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는 중국 중심의 현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등 우방국과의 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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