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ISMS-P 인증심사원 자격시험 조기마감
예산 삭감에 1년에 한 번 보는 시험 '인원 제한'
해킹 사고 늘어나며 보안 인력 수요 폭증하는데
과기부 정보보호 사업비는 2023년 105억서 올해 26억

'ISMS-P 인증심사원 자격검정' 접수 조기마감 안내창. KISA 홈페이지 캡처

# 정보보안 업계 종사자인 A 씨는 1년 내내 'ISMS-P 인증심사원 자격검정'을 준비했지만 정작 응시 접수를 하지 못해 시험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9일 오후 5시 마감예정이던 자격검정 접수가 오전 9시 전에 마감돼버렸기 때문. A 씨는 "연휴에도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조기마감에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며 "주변에도 준비하고 있다가 접수를 못한 희망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1년에 한 번 시행되는 인증심사원 자격검정 시험이 예산 부족으로 응시 접수가 조기 마감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 올해 정보보호 예산이 줄어들면서 고사장 수용 인원에 제한이 있었기 때문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2025년도 정보보호 및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ISMS-P)의 인증심사원 자격 검정 필기전형 접수가 지난 9일 오전 조기 마감됐다.

ISMS-P는 정보통신 서비스를 안전하게 운영하고 개인정보와 주요 정보자산의 유출에 따른 피해를 예방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기업·기관에서 수립·관리·운영하고 있는 일련의 조치와 활동의 적합 여부를 심사해 인증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2019년부터 ISMS-P 신규 인증 심사원 자격검정을 연 1회 시행한다. 국가공인 보안 전문 자격시험이다.

전문성과 기본 소양을 겸비한 인증 심사원을 발굴하기 위해 필기전형을 실시하고 필기전형 합격자에 한해 실무교육 후 실기 전형을 통해 최종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필기 시험 출제 분야는 ISMS-P 인증제도를 포함해 인증기준,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규, 이론 및 기술, 개인정보 생명주기 등이 제시된다.

올해는 9일 오후 5시까지 접수를 받기로 돼 있었지만, 같은 날 오전 9시 이전에 접수가 마감됐다. KISA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고사장 수용인원 초과로 인해 조기 접수마감됐음을 안내드린다"고 밝혔다. 오랜 시간 공들여 시험을 준비한 사람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한 수험생은 "최근 정보보안과 개인정보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져서 해당 업무 종사자라 응시하게 됐는데 갑작스럽게 조기 마감돼 당황했다"며 "1년에 한 번뿐인 시험인데 사전 공지 없이 갑자기 시험 접수가 닫힌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같은 조기마감은 올해 관련 예산이 전년 대비 삭감돼 지원 인원에 제한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디지털타임스 취재 결과 확인됐다. 특히 최근 불거진 SKT 유심 정보 해킹 사고를 포함해 대형 해킹 사고가 이어진 여파로 정보보호 전문가 자격시험에 수요가 급증한 영향도 있었다. 기업의 정보보호·개인정보보호 전문가 채용 수요는 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국가 차원의 인력 양성 예산은 오히려 줄어드는 실정이다. KISA 측은 "매년 최대 한도로 자격검정을 무료 운영해왔지만, 올해는 예산이 작년 대비 삭감돼 지원 인원에 제한이 있었다"며 "단 추가 고사실 확보로 최대 인원을 초과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정보보호 사업비는 매년 삭감되고 있다. '지역 중소기업 정보보호 지원' 사업비는 2023년 105억원에서 올해 26억원 가량으로 대폭 줄었고, 중소기업 사이버 침해사고 관련 지원 사업 예산도 같은 기간 71억원에서 올해 60억원 가량으로 삭감됐다. 사이버 공격은 진화하고 있는데 정부 차원에서 연구·개발(R&D), 인력 양성 예산이 삭감하면서 사이버 위협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ISA 관계자는 "접수 예측이 어려웠지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마감일 오전에 접수를 마감했다"며 "결원 발생 시 추가 접수를 검토 중이며 향후 예산 상황에 따라 격년제 시행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보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보보호 자격시험 등 보안 전문가 양성에 양적·질적 투자가 모두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다만, 단순히 양적 수치를 늘리기보다는 질적 역량 제고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KISA 측은 "최근 다양한 해킹사고 발생으로 인증심사원의 양적 증가보다는 질적 성장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기존 인증심사원의 역량제고를 위한 보수교육을 확대해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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