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화폐에 가치 고정 변동성 최소화 암호화폐
미국 테더(USDT)·USD코인(USDC) 대표적
이재명 "시장 진출"·이준석 "투자자 피해"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진짜 대한민국 선거대책위원회’ 직능본부 민생정책 협약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6·3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경제정책공약들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이 경제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을 언급한데 이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강하게 비판하며 관련 논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스테이블코인은 특정 자산, 주로 법정 화폐에 가치를 고정해 변동성을 최소화한 암호화폐다. 비트코인 등 기존 암호화폐가 변동성이 크다면, 스테이블코인은 1000원에 1코인과 같은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해 변동성이 큰 다른 암호화폐와 달리 안정적인 가치를 제공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같은 논의는 미국 트럼프 정부에서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을 도입, 전세계 경제계의 주목을 받기 때문이다.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나 국채 등을 실물로 1:1 예치하는 구조로, 효율성과 안정성 및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금융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인 테더(USDT), USD코인(USDC) 등은 미국 달러화 기반으로 미국 국채 등을 준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앞서 대표적인 실패 사례는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이었다.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은 자매 코인 또는 알고리즘을 활용해 가치 고정(페깅)을 시도했지만 시장 충격에 취약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자매 코인 루나와 연동해 페깅을 유지하다 붕괴한 테라 사태는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며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8일 “원화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 시장에 빨리 진출해야 하고, 불안하지 않게 거래에 참여할 수 있게 시장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준석 후보는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후보의 경제관은 언제나 위험하고 실험적”이라며 “테라·루나는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지만 실질적 자산 없이 루나를 활용해 가격을 유지한 구조로 결과는 참혹했고 수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은 최근 ‘2024 가상자산 이용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선 후보들이 스테이블코인을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은 전통 금융 시장에까지 미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발행량만큼 확보한 담보금을 주로 미국 국채 등 안전 자산에 투자, 국채 시장의 주요 참여자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의 경우 2022년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을 제정해 실물 담보 요건과 발행자 등록제를 도입, 이듬해 2023년에는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전자결제수단’으로 분류하고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금융 시스템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는 반면, 한국은 아직 관련 규제나 시스템 마련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명한 준비금 관리 체계 구축과 명확한 규제 기준 정립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트럼프행정부 스테이블코인 육성책에 대한 비판적 고찰’ 보고서를 보면 트럼프행정부는 출범 이후 달러표시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될 경우 미 국채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 동시에 미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강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달러표시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적극 육성할 것이라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발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에 맞는 처방을 내려야 하며, 설령 제도적 기틀 마련이 불가피할 경우에도 세심한 준비와 속도조절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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