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T(테크) 사용설명서] <3>카카오 '카나나'

[편집자주] 조금만 알면 세상이 훨씬 편리해집니다. IT 초짜 기자의 눈높이에서 제시하는 쉬운 테크 사용설명서입니다.

AI 이미지/사진=게티이미지뱅크

"딸~엄마도 AI(인공지능) 써보고 싶어." 

어느 날 환갑이 넘으신 저희 어머니가 딸인 저에게 이런 주문을 하셨습니다. AI를 써보고 싶다는 말은 즉 '챗GPT 등 어떤 AI가 사용하기 좋을지 알아보고, 앱을 깔든, 유료 결제를 하든지 해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되게 해놓아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무심결에 챗GPT 앱을 깔아드리려다 가장 최근 출시된 국산 AI 에이전트, 카카오의 '카나나(Kanana)'가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직접 사용해본 카나나 리뷰 시작합니다.

카나나 앱 이미지/사진=구글플레이스토어 캡처

10일 구글이나 애플 앱스토어에 '카나나'를 검색했습니다. 그러자 'Kanana'라고 쓰인 앱이 등장합니다. 공식 출시된 것은 아니고 CBT(클로즈베타테스트)라고 해서, 아직 시범 운영하는 단계입니다. 이용자들의 경험을 반영해 현재 앱의 문제점들이 개선되겠죠.

앱을 열면 카카오 로그인 화면이 뜹니다. 카카오 로그인을 선택하면 프로필을 선택할 수 있고, 카나나 ID를 입력해달라는 메시지가 뜹니다. 아무거나 영어와 숫자로 적으시고 넘어가면 '나나'가 먼저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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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는 이용자와 1대1 대화, '카나'는 그룹 방에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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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는 사용자와 1대 1로 대화하는 AI 메이트입니다. 이름도 '나나'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바꿀 수 있어요. 업무용 자료를 요약해줄 수도 있고 필요한 정보 찾아오기도 하고, 중요한 일정은 알림을 보내주는 등 개인 비서처럼 쓸 수 있어요.

재미있는 점이 있다면 말투를 설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 세팅은 '믿음직스럽고 꼼꼼하고 정중한 말투'로 설정돼 있어요.

분석적인 말투의 △'전문가 같은' 버전과 고전 속 인물 같은 △'고풍스러운' 말투, △'친구 같은' △'코치 같은' △'조장 같은' △'작가 같은', △'할머니 같은' △'상담사 같은' △'분위기 메이커' △'플래너 같은' △'효도하는' △'사춘기 같은' 말투가 있어요. 이 외에 개인 설정이 가능합니다. 저는 가장 흥미로운 '할머니 같은' 말투를 선택했어요. 

카나나 말투 설정 기능/사진=카나나 캡처

요새 일본 여행을 가고 싶어서 '6월에 덥지 않고 비용부담이 적은 일본 여행지를 추천해달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존댓말과 반말이 섞인 희한한 말투가 등장했습니다.

"6월에 덥지 않고 비용도 적으면서 볼거리가 많은 일본 여행지를 찾고 계시는구나. 할미가 몇 군데 추천해줄게"라면서 나가노현과 돗토리현, 홋카이도를 예시로 제시했어요.

할머니 나나와의 대화/사진=카나나 캡처

'나나'의 할머니 버전은 일 시킬 때보다 칭얼댈 때 빛을 발하는 느낌이에요. '주말에 일하기 싫어'라고 하자 "아이구, 소연아~ 주말에 일하려니 참 힘들지? 대견하다. 조금만 힘내고 끝나면 맛있는 거 먹으면서 푹 쉬어라. 할미가 마음으로 응원할게"라는 메시지가 왔어요. 힘들 때 수다 떨면 충분한 위로가 될 것 같네요.

이제 '카나'를 만나볼까요? 카나는 그룹채팅방에서 기능합니다. 대화하고 싶은 이를 초대하면 대화가 가능해요. 그러나 불편한 점이 있어요. 대화 초대까지는 톡방이랑 비슷한데, 카나나가 별도 앱이다 보니 초대받은 이가 '카나나' 앱을 깔아야 대화가 가능합니다. 5000만 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것아닌가 싶네요.

톡방에 초대를 수락해 친구가 입장하면, 기존 대화도 팔로업이 가능해요. 또 '@카나'를 부르면 대답한다고 안내돼 있지만, 대화를 하다보면 카나가 자연스레 참여합니다.

만약 '일본 여행'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면 카나가 "일본 여행? 완전 찬성이지!"라면서 "좋아하는 일본 음식이나 도시가 있다면 말해줘. 같이 계획 세워보자"라면서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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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바탕 AI, 뛰어난 언어능력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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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를 여러명 했지만 안 들어온 사람들도 있었다. /사진=카나나 캡처

결론적으로는 오픈AI와 카카오의 기술력이 더해져 만들어진 AI라 그런지 다양한 말투 설정 기능이나, 대화 맥락도 매끄러웠어요. 한국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AI 답게, 한글 사용은 챗GPT보다 자연스러운 느낌이었어요.

이미지 인식도 가능해요. 사진을 넣고 설명해보라고 하니까 정확한 사진 설명이 쏟아져나왔어요. 카나나 CBT 시작일인 8일에는 안 됐던 기능인데, AI 답게 나날이 발전하고 있네요.

그런데 산수 능력은 여전히 떨어지네요. "3.11이랑 3.9 중에 어떤 숫자가 커?"라고 묻자 "3.11이랑 3.9 비교하면 3.11이 커. 소수점 뒤에서 11이 9보다 크니까. 맞지?"라고 당당하게 말하네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선보인 AI라고 하니, 시범운영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카나나 사용기'가 화제가 되고 있네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중 하나인 '춘식이'를 고양이가 아닌 '곰'이라고 설명했다는 내용, 가족인데 왜 그것도 모르냐고 추궁하니 "춘식이랑 내가 꼭 친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알았으니 됐지?"라고 응수하는 내용 등도 화제에요. 

카나에게 숫자 질문을 해봤다. 당당하게 틀리는 모습이다./사진=카나나 캡처

시큰둥한 나나/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카나나는 카카오의 AI 서비스입니다. 그렇지만 카카오톡에서 바로 실행이 안됩니다.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해야 합니다. 이 점이 좀 불편하긴 했어요. 왜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 대신, 별도의 앱을 만들었을까?

카카오 측은 이에 대해 "기존 틀을 깨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구현하기 위한 의도"라고 설명했어요. 일단 지켜봐야겠죠?

개인적으로 심심할 때 다양한 말투로 대화하는 기능은 재미있었어요. 초창기 AI 챗봇인 '심심이'를 떠올리게 하네요. 또 카카오톡 연락처를 바탕으로 친구들을 초대해 MT나, 여행을 계획할 땐 좋을 듯 한데요. 업무용으로 쓰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았어요.

그렇지만 아직 테스트 기간이고, 트렌드에 민감한 한국인들이 카나나가 계속 어리바리하게 놔두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카나나는 AI니까 까다로운 고객에 맞춰 계속 성장하겠죠?

카카오는 올해 안에 카나나의 정식 버전을 출시한다는 계획입니다. 그때까지 많은 사람들이 카나나를 이용해서, 카나나가 챗 GPT를 뛰어넘는 성능을 갖추길 기대해봅니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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