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래현 KIST 미래국방국가기술전략센터장 
“국방·방산 R&D는 민·관·군 이어주는 가교 
민간 참여 막는 지재권·기술이전 규제 풀어야”

김래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미래국방국가기술전략센터장이 4월 16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국방 R&D 생태계를 민간에 개방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KIST

방위산업이 한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방산 ‘빅4’로 꼽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현대로템의 올해 수주 잔고는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K방산’의 전성기를 이어가려면 국방 연구개발(R&D) 생태계를 민간에 개방하고, 민·관·군이 기술 혁신을 위해 손을 잡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김래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미래국방국가기술전략센터장은 지난달 16일 서울 성북구 KIST 본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럽 같은 군사 강국에 수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성비 위주의 재래식 무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혁신적인 첨단무기 개발로 미국과 유럽의 방산선진국 수출장벽을 넘어서야 진정한 세계 방산 4대국에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민간의 뛰어난 R&D 역량을 국방 분야에 접목해야 한다고 김 센터장은 제안했다.

국가 R&D 예산에서 국방 분야 예산은 5조원에 달한다. KIST 안보기술사업단 산하의 미래국방국가기술전략센터는 국방 R&D 분야의 싱크탱크다. R&D 예산을 짜는 과학기술혁신본부를 도와 국방 분야의 R&D 투자전략을 수립하고, 민간의 유망기술을 발굴 하는 등 국방R&D 사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김 센터장을 포함해 7명의 연구원이 있는데 대부분 한국국방연구원, 국방기술진흥연구소, 국방부 등 군이나 국방 분야 연구소 출신이다.

김 센터장은 국방 R&D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정부의 투자만으로는 혁신적인 첨단무기 확보가 쉽지 않다고 봤다. 인공지능(AI)이나 로봇, 양자기술 등 현대전의 게임 체인저로 떠오른 기술 대부분이 민간의 기술력이 더 높은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김 센터장은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나 연구소, 스타트업이 방산 R&D 생태계에 진입할 수 있도록 개방형 혁신 구조가 필요하다”며 “최근 방산 분야에 산학연 참여가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방산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어서 민간기술의 국방적용 활성화와 기술 혁신성이 저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Self Propelled Howitzer).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그는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이 실제 무기체계에 적용되기까지 평균 7~8년이 걸리고, 이 과정에서 70% 이상이 탈락한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방 R&D 투자 시 민간 주도의 컨소시엄 지원 확대, 기술 실증 테스트베드 제공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효율적인 국방 R&D를 위해 민·관·군이 힘을 합친 대표적인 사업이 미래국방가교기술개발사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위사업청이 각각 227억원을 분담해 진행하는 사업으로 민간의 R&D 성과를 실제 무기체계개발로 연계하기 위한 사업이다. 한국연구재단이 총괄을 맡고 있고 KIST 미래국방국가기술전략센터가 과제기획을, 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이 사업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민간의 국방 R&D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규제를 푸는 제도 개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지적재산권 문제를 예를 들었다. 국가 R&D 사업은 연구책임자가 연구 성과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가진다. 하지만 국방 R&D 사업은 연구책임자가 아닌 국가가 지적재산권을 소유하도록 돼 있어 우수한 연구자가 국방 R&D 사업 참여를 꺼린다고 했다.

그는 “민간의 우수 연구자 입장에서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장이 확실하지 않은 국방 R&D 사업에 참여할 유인이 떨어진다”며 “기술이전도 방사청의 허락이 있어야 하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제도를 개선해 민간 연구자의 국방 R&D 사업 참여를 늘려야 한다는 말이다.

김 센터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현대전의 양상이 바뀌고 있는 현실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국방 분야도 이런 변화에 발맞춰 첨단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미래전을 대비하기 위해 인공위성을 통한 정찰감시, AI 기반의 타겟 식별, 지휘통제 지원, 유무인복합 전투체계, 상시 네트워크 연결 등이 필요하다”며 “우크라이나와 달리 산악지형이 60% 이상인 한국에서는 지상통신망이 많이 제한되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 공중통신망과 우주통신망에 대한 R&D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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