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 양용은이 2019년 5월 16일(현지시간) 미 뉴욕주 파밍데일의 베스페이지 스테이트파크 블랙 코스에서 개막한 제101회 PGA 챔피언십 1라운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양용은은 이 대회에 ‘역대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했다. 양용은은 2009년 PGA 챔피언십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상대로 최종 라운드 역전승을 거둬 우승한 바 있다. photo 뉴시스
메이저대회인 PGA(Professional Golfers' Association) 챔피언십이 오는 5월 15일부터 노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퀘일할로 컨트리클럽에서 개최된다.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한 편의 드라마였기에 다음 메이저대회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골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PGA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정작 PGA는 여러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많은 현대 스포츠가 영국에서 시작했고, 관련한 모든 조직이 영국에 기원이 있다. 그래서 영국 스포츠협회는 앞이나 뒤에 영국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스코틀랜드 축구협회, 미국 축구협회, 대한민국 축구협회라고 하지만, 잉글랜드 축구협회 앞에는 나라를 표시하는 말이 없이 그냥 축구협회(FA)다.
1901년에 전설적 골퍼 해리 바든, 제임스 브레이드, J H 테일러가 중심이 되어 영국에 PGA를 설립했다. 골프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한 모임이었다. 이를 본떠 1916년에 미국에서 만들어진 조직이 'PGA 오브 아메리카'다. 명함, 자기소개서 또는 간판에 PGA 프로페셔널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본다.
PGA투어에서 활약하거나 활약했던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PGA 또는 'PGA 오브 아메리카'에 등록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일 뿐이다. 별도의 표시가 없다면, 영국 PGA인지 미국 PGA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그가 영국에서 살았다면 영국 PGA 회원이고, 미국에서 살았다면 PGA 오브 아메리카의 회원일 것이다.
영국 PGA는 영국과 아일랜드 지역의 클럽 프로와 레슨 프로의 교육과 훈련을 지원한다. PGA 오브 아메리카도 같은 일을 하지만, PGA 오브 아메리카가 많이 알려진 이유는 라이더컵 미국 대표팀을 구성하고 미국에서 열리는 라이더컵을 운영하기 때문이며, 나아가 PGA 챔피언십을 주최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PGA를 PGA투어 대용어로 사용하지만, PGA투어는 영국 PGA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PGA 오브 아메리카와도 다른 조직이다. PGA 챔피언십은 PGA 오브 아메리카가 만들어진 1916부터 시작된 대회로 당시에는 PGA투어라는 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양용은, 2009년 극적 우승
PGA 챔피언십은 1916년부터 1957년까지는 매치플레이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월터 헤이건은 1924년부터 1927년까지 4연패를 달성했고, 잭 니클라우스가 5회, 타이거 우즈가 4회 이 대회를 우승했다. 타이거 우즈는 2007년에 이 대회를 우승하고, 2009년에 다시 우승할 기회를 잡았다. 3라운드까지 그는 패트릭 해링턴과 양용은에게 2타를 앞서고 있었다. 메이저대회에서 54홀 선두로 나선 14번의 경기를 모두 승리했기 때문에 그의 우승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타이거 우즈는 마지막 날 75타를 치는 부진을 보였고, 양용은은 14번 홀에서 210야드를 남기고 친 샷이 홀컵 1.5m에 붙으면서 이글을 기록하며 앞서 나갔다. 이날 승리로 양용은은 한국 선수로서뿐만 아니라 아시아 선수로서 메이저대회를 우승한 최초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는 PGA투어 소속의 선수가 아니었지만, 6개월 전에 개최된 HSBC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특별선수 자격으로 출전하여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을 누렸다.
세계 골프팬은 양용은을 '타이거 우즈 킬러'로 기억한다. 지난해 아일랜드 서해안에 있는 최고의 골프코스인 발리부니온에 갔을 때의 일이다. 그곳의 프로페셔널이 인터뷰 중에 "지난주에 타이거 우즈 킬러가 다녀갔어"라고 말해 주었는데, 그게 누구를 지칭하는지 몰라 되물었다. 그는 '타이거 우즈 킬러'라는 말만 반복해서 했다. 그게 누구냐고 물으니, 그제야 "한국선수 양용은 몰라?"라고 되물었다. 한 번 타이거 우즈를 꺾었다고 해서 킬러라고 표현할 수는 없다. 타이거 우즈가 열다섯 번째 만에 최종일 역전패를 당한 것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2009년 가을 양용은에게 역전패한 이후에 타이거 우즈는 바로 교통사고를 냈고, 사생활 스캔들이 불거졌다. 그리고 그의 압도적인 기록행진이 중단되었다. PGA 챔피언십은 그가 스캔들을 겪기 전 마지막 메이저대회였다. 타이거 우즈가 다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9년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였다. 그러한 이유로 '타이거 우즈 킬러'라는 타이틀은 묘한 설득력을 가진다.
매킬로이·셰플러 우승 후보
올해 대회가 유독 재미난 요소를 가지는 것은 우승후보로 손꼽히는 선수들의 기량이 절정에 달해 있기 때문이다.
먼저 로리 매킬로이를 우승 후보 1순위로 꼽을 수 있다. 그는 올해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포함하여 큰 대회에서만 벌써 3승을 달성했다. 특히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란 오랜 숙원을 푼 것이 그의 골프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젠더 쇼플리는 "매킬로이가 부담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졌는데, 이는 경쟁자들에게 상당히 무서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대회가 열리는 퀘일할로는 웰스파고 챔피언십이 매년 열리는 곳으로 매킬로이가 2010년에 PGA투어 첫 승을 달성한 곳이다. 그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10언더파를 쳤다. 2015년에는 당시까지 대회 최저타인 21언더파로 우승했으며, 2021년과 2024년에도 우승했다. 지난해 우승 인터뷰에서는 퀘일할로 근처에 부동산을 알아보겠다는 농담까지 했다.
우승 후보 2순위는 스카티 셰플러다. 부동의 세계랭킹 1위인 그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하며 손을 다치는 바람에 올해는 지난해와 견줄 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얼마 전에 끝난 CJ컵 바이런 넬슨에서 무려 31언더파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2위와 8타 차가 나는 대승이었는데, 해설자가 셰플러는 언제 어디서나 아이언샷에서 핀하이(pinhigh·멀리서 그린을 보았을 때 공이 홀컵과 같은 수평선에 위치할 때 하는 말)를 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승후보 3순위는 브라이슨 디샘보다. 그는 지난해 US오픈에서는 매킬로이에게 역전승을 거두었고, 올해 마스터스에서는 마지막까지 매킬로이와 경쟁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끝난 LIV 한국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큰 대회에 강한 그의 면모가 PGA 챔피언십에서도 나타날 것이다.
PGA투어 멤버도 아니었던 양용은이 전성기의 타이거 우즈를 꺾은 대회가 PGA 챔피언십이다. 임성재, 김시우, 안병훈, 김주형이 전성기의 로리 매킬로이와 스카티 셰플러를 꺾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지을 필요가 없다. 양용은은 우승 직후에 "타이거 우즈와 같은 조에서 경기하는 건 누구에게나 큰 압박이지만, 난 내가 할 수 있는 걸 믿었고, 두렵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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