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필의 미래창
자연의 치유 효과, 뇌 영상으로 확인
약물 절반 수준…보조요법으로 기대

사람들은 도시나 실내 사무실보다 자연 풍경을 볼 때 통증을 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Mick Haupt/Unsplash

도시에 몰려 사는 현대인들은 휴식과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자연을 찾는다. 일에서 벗어나 자연에 묻혀 있노라면 신체적, 정신적 긴장이 풀리게 마련이다. 중병에 걸린 사람들도 자연에서 요양 생활을 하며 마음의 안식을 찾고, 나아가 치유와 관련한 효과도 기대한다.

실제로 자연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넘어, 감각 지각과 관련한 뇌 활동이 약해지면서 통증을 느끼는 감각이 다소 무뎌진다는 것이다.

영국 엑서터대와 오스트리아 빈대학 공동연구진은 오스트리아 성인 49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이런 사실을 확인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들에게 도시, 실내 사무실, 자연 풍경이 담긴 비디오를 각각 보여주는 동시에 통증을 느낄 수 있는 작은 전기 충격을 주면서, 이때 일어나는 뇌 활동의 변화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측정했다.

그 결과 실험 참가자들은 자연 풍경 장면을 보았을 때 통증을 덜 느꼈다고 답변했다. 또 뇌 촬영 영상에서도 통증 처리와 관련한 뇌 부위의 반응이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실험을 위해 제작한 자연과 도시, 실내 사무실 영상 장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감정적 처리 뇌 영역은 변화 없어

연구진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뇌의 활동을 분석한 결과, 사람들이 자연 풍경을 보는 동안엔 뇌가 뭔가 아플 때 받는 원시 감각 신호가 감소한다는 걸 발견했다. 고통을 처리하는 뇌의 영역엔 감정적 처리와 감각적 처리 두 영역이 있는데, 감각적 처리 영역의 활동이 감소했다. 반면 위약 효과와 관련이 있는 감정적 처리 영역의 뇌 활동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연구진은 “자연이 통증을 줄여준다는 연구는 이전에도 여럿 있었으나, 뇌에 영향을 미쳐 통증을 완화해주는 걸 확인한 건 처음”이라고 밝혔다.

논문 주저자인 빈대학의 막스 슈타이닝거 박사과정 연구원은 “자연에 노출되는 것이 통증을 완화해주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동안 불분명했다”며 “이번 연구는 뇌 촬영을 통해 이것이 단순화 심리적 요인에 의한 위약 효과가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통증을 처리하는 감각에 관여하는 뇌 부위(위). 자연 영상을 볼 때 이 부위의 뇌 활동이 약해졌다. 감정적 처리 영역(아래)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가상의 자연 풍경도 효과 있어

자연의 통증 완화 효과는 1984년 미국 환경심리학자 로저 울리히 박사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제기됐다. 그는 당시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을 살펴본 결과, 병실 창문에 벽돌 벽이 아닌 녹지가 보일 때 진통제를 덜 사용하고 회복 기간도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후 이와 관련한 연구가 이어졌으나 통증 완화 효과가 어떻게 일어나는지는 지금까지 풀리지 않은 숙제였다.

이번 연구에서 발견한 자연 체험의 통증 완화 효과는 진통제의 절반 수준으로 진통제에는 크게 못미친다. 연구진은 보조 요법으로 쓸 수는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진은 특히 이번 연구에서 실제가 아닌 가상의 자연 풍경도 같은 효과를 낸다는 것에 주목했다. 공동연구자인 엑서터대 알렉스 스멀리 박사는 “통증 완화 효과가 가상의 자연을 볼 때도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은 약물을 쓰지 않는 통증 치료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만성 통증이 있는 사람의 경우 실제든 가상이든 자연 환경에 정기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이 보완적인 요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논문 정보

Nature exposure induces analgesic effects by acting on nociception-related neural processing.

http://dx.doi.org/10.1038/s41467-025-56870-2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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