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에 따른 신호세기 비교(왼쪽), 검은 배경 기반의 신속항원진단 키트 구조(오른쪽).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임기철)은 김기현 고등광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신속항원키트의 민감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검은 배경 기반 신속항원키트'를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신속항원키트는 코로나19 또는 임신 진단 등에 널리 활용되며, 간편하고 빠르게 현장 진단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감염병 고위험군의 조기 선별에 유용하다. 하지만 항원의 농도가 낮을 경우 신호가 희미하게 나타나 위음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해 정확한 감염 진단에는 한계가 있었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신속항원키트는 PCR 검사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완적 수단으로 긴급 사용 승인을 받았으나 진단 정확도 측면에서는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진단키트의 배경을 검은색으로 설계하는 구조적 개선을 도입했다. 기존 키트는 흰색 배경에서 금 나노입자가 만드는 붉은색 흡광 신호를 눈으로 관찰하는 방식인데, 흰 배경에서 반사광과 산란광이 강하게 발생해 미세한 신호가 잘 보이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밤하늘의 별이 낮에는 잘 안 보이지만, 밤에는 선명히 보인다'는 자연 현상에서 착안해 불필요한 빛의 반사를 줄이는 검은 배경을 적용했다. 그 결과, 금 나노입자의 신호가 훨씬 더 또렷하게 관측되었으며, 극미량의 바이러스 검출도 가능해졌다.
이보빈 GIST 고등광기술연구원 박사와 김기현 선임연구원(왼쪽부터).
이번 연구는 밤하늘에서 별을 관측하는 원리를 진단키트에 응용한 혁신적인 접근으로, 기존 키트의 낮은 민감도와 위음성(실제로 질병이나 표적 물질이 존재함에도 불구,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는 오류) 발생 문제를 극복하며 중합효소연쇄반응(PCR) 수준에 근접한 성능을 구현했다.
김기현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신속항원키트의 장점인 간편함은 유지하면서도 민감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켜 기존 방식으로는 검출이 어려웠던 극미량의 바이러스까지 포착할 수 있게 됐다”며 “감염병을 비롯한 다양한 임상 및 공공보건 분야에서 신속항원키트가 PCR에 준하는 수준의 정확도를 구현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원이 지도하고 이보빈 박사후연구원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GIST 고등광기술연구원 기본연구사업,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및 해외우수연구기관 협력허브 구축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에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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