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LCD 물량 공세 일단 ‘정지’
연간 LCD 출하량 전망도 하향세
대형 OLED 시장 전망은 ‘맑음’

중국 충칭에 위치한 BOE의 디스플레이 패널 공장./BOE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인 BOE와 CSOT 등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장벽에 미국 수출길이 막히면서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생산량 조절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 대신 유럽, 아시아 등을 대안으로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지만, 단기간 내 고객사 확보가 어려운 데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마저 삭감되면서 생산량 감축 외에 묘안이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중저가 물량 공세로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 경쟁을 부추겨왔던 중국 기업들의 감산은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로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 내 전자·IT 제품 가격 상승과 수요 부진 가능성이 높아 삼성전자, LG전자에는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BOE와 CSOT 등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공장 가동률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의 이충훈 대표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장벽에 따라 중저가용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에서 물량 공세를 펼치던 중국 기업들의 생산량 감축은 당연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대형 LCD와 IT용 LCD 분야에서 공급 과잉을 주도하며 경쟁에 불을 붙여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관세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운 LG디스플레이의 대미 수출이 유리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공급 조절로 인한 가격상승 효과로 수익성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 매출의 30~40%를 차지하는 IT용 LCD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영향력이 축소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며 “감산에 따라 대형 LCD 패널 가격이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되거나 상승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에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의 이점이 더 부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북미에 중국산 완제품, 부품 공급이 줄면서 인플레이션과 수요 부진이 생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중국에는 애플과 델, HP 등 미국향 완제품을 생산하는 조립 기업이 다수 자리잡고 있어 대중 관세 정책이 장기화할 경우 전자제품과 패널 수요를 억누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충훈 대표는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공급량 조절은 세트(완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시장 규모가 어느 정도 유지되면서 중국 기업들의 진입이 차단된다면 유의미한 수혜가 예상되지만, 시장 자체가 쪼그라든다면 큰 의미가 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들도 올해 디스플레이 시장은 LCD 출하량이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OLED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LCD TV용 디스플레이 출하량은 전년 대비 2.2% 감소하는 반면 대형 OLED 출하량은 전년 대비 대수 기준 20.4%, 면적 기준 12.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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