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25]
재계 우려에 “충분한 대화 뒤 추진”… “규제 줄이는 기업가형 국가로 가야
관세전쟁, 日 등과 공동대응 공감”… 유튜브선 “세금때려 집 투자 못막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에서 네 번째)가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 5단체장 간담회에 참석해 정책제언집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 후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8일 자신이 공약으로 내세운 정년 연장과 주 4.5일제 시행에 대해 “갑자기 시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도 “집을 사겠다는 것을 굳이 세금을 때려서 억누르지 말자”고 했다. 전날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첫 공판이 대선 뒤로 미뤄진 이후 첫 일정인 경제 행보에서 이 후보가 중도층 외연 확장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 李 “정년 연장, 주 4.5일제 충분히 대화할 것”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 5단체 간담회에 참석해 “정년 연장이나 주 4.5일제를 제가 갑자기 긴급 재정명령으로 확 시행할까 걱정하느냐”며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정해선 안 되고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정년 연장 대신) 퇴직 후 재고용 등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주 4.5일제는 노사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 것의 대답으로 ‘대화 후 추진’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우리 사회가 점진적으로 가야 한다. 계엄 선포하듯 그렇게 할 것처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대한상의와 경총,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의 단체장을 비롯해 기업인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후보는 이날 규제 완화 목소리도 냈다. 그는 “국가도 이제는 기업가형 국가로 변모해야 한다”며 “과거처럼 자꾸 규제나 하고 특정 지역이나 기업에 자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는 대한민국 경제가 지속 성장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미국발 관세 전쟁의 해법과 관련해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님의 생각이 어쩌면 저하고 그렇게 똑같냐”며 적극 동의하기도 했다. 앞서 최 회장은 “훨씬 이코노미(경제 규모)가 큰 곳에서 룰(규칙)을 만들었는데 이를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 우리를 괴롭게 만든다”며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의 경제 연대 모색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후보는 “모든 국가가 겪는 어려움이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비슷한 인근 국가, 예를 들면 일본 등과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 후보는 중소기업 상속 완화와 관련해선 “가업 상속 특례가 현재 매출 5000억 원까지 상당히 완화돼 있다”면서 “늘린 것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늘리기는 국민이 수용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며 반대했다. 주 52시간 예외 적용 확대 역시 “양쪽 얘기를 들어봤는데 별 차이가 없다”며 “기존 제도를 늘리는 게 더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재계 관계자는 “이 후보가 중도층을 의식해서인지 기업인들의 조언을 열린 자세로 듣겠다는 태도가 느껴졌다”면서도 “다만 이 후보가 상법 개정안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취했다가 말을 바꾼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 경제단체는 이날 이 후보에게 4대 경제·산업 분야에서 인공지능(AI) 투자, 상법 개정안 입법 우려, 상속세 개편 등 100개 정책을 담은 제언집을 전달했다.
● “부동산 투자 막을 길 없어”
이 후보는 이날 오후에는 민주당이 주관한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경제 관련 개인 방송인들과 대담에 나섰다. 그는 ‘부동산 투자’와 관련해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용이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는 당위일 뿐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투자 수단으로 부동산을 접근하는 걸 막을 길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대신에 ‘내가 살아야겠다’ 하는 곳에는 충분하게 주거를 공급해 줘야 한다”며 “집을 사겠다는 것을 말리지 말고, 굳이 세금 때려서 억누르지 말고 그 시장은 놔두자”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이날 종가 기준 2,579.48인 코스피가 수년 내에 두 배로 뛸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유튜브 토크쇼의 ‘OX 경제 진단’ 코너에서 ‘5년 안에 코스피 5,000이 가능하냐’고 묻는 질문에 ‘O’를 들었다. 이 후보는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배당을 적게 하는 기업에 불이익을 주거나 배당 성향이 높으면 배당소득세를 낮춰 주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장기 보유 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게 맞다”며 “우리나라 주식 투자가 너무 단타 중심인 데는 장기로 (주식을) 보유해도 이익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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