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5단체장 간담회
시종일관 화기애애
日과 EU같은 공동체 제안한
최태원 회장 구상에 화답
"어쩜 나와 생각이 똑같냐"
해외인재 유치·문화 육성 등
재계 해법에 격한 공감도
제언집 핵심내용엔 난색
상속·증여세 완화 선그어
"국민들 쉽게 수용 못할것"
주52시간 예외적용도 "불가"
◆ 2025 대선 레이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이재명 대선 후보 초청 경제5단체 간담회에서 경제5단체장에게서 정책 제언집을 전달받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 후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향해 경제5단체장이 일본과의 경제협력을 촉구하고 상속세·증여세 부담 완화를 요청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5단체가 8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이 후보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은 이 후보에게 대한민국 성장을 위한 세 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가장 먼저 "새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와 연대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가장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 경제연대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연합(EU) 같은 경제공동체를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공동체를 결성하면 성장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최 회장 분석이다. 최 회장은 "이렇게 해야만 현재 2조달러가 안 되는 대한민국 국내총생산(GDP)을 7조달러로 발전시킬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1% 성장은 과거에 저희가 생각하는 2~3% 성장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 회장은 해외에서 고급 인재를 들여와 내수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잘사니즘을 계속 추진하려면 내수 기반이 필요한데 저출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외 인구를 유입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가능하면 고급 두뇌가 필요하고, 대한상의에서는 500만명 정도 유입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 회장은 '소프트머니'를 많이 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K컬처를 산업화해 캐시카우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 해외 투자를 통한 '본원적 수지'를 늘리는 방안도 제안했다. 최 회장은 "일본을 보면 수출에서 얻는 수입보다 훨씬 큰 부분이 본원적 수지"라며 "수출이 안 되면 오히려 본원적 수지가 늘어나는 경제 구조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라고 했다.
이 후보는 최 회장의 이 같은 제안을 들은 뒤 "어쩌면 저하고 생각이 똑같냐"며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화답했다. 이 후보는 "미국의 통상외교 정책이 각개 격파 전략이기 때문에 일본 등의 국가들과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다"며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답했다. '소프트머니' 강화에 대해 "중간재도 필요 없는 문화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관광산업도 우리에게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공약으로 내세운 정년 연장과 주 4.5일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일률적 법정 정년 연장보다 유연한 방식으로 고령자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법정 근로시간만 일률적으로 줄여 주 4.5일제로 시행하자는 논의는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대중소기업의 양극화를 심화한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 4.5일제와 법정 근로시간 문제는 노사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고민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 후보는 "(노사) 쌍방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기업마다 상황이 다르니 차등을 두고 단계적으로 하면 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제가 어느 날 갑자기 긴급재정명령으로 시행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게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은 교육 혁신과 상속세·증여세 개선을 주장했다. 최 회장은 "기업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게 상속세와 증여세인데 많은 분들이 이를 부자 감세로 도외시한다"며 "이는 단순한 부의 대물림이 아니고 기업을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잘 키워서 과실을 우리가 가져가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후보는 상속세 완화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는 "상속세 문제는 현재 가업상속특례를 통해 상당히 완화돼 있어서 또 늘리는 것은 국민이 쉽게 수용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윤진식 한국무역협회장은 "국익과 실리를 기반으로 한 능동적이고 유연한 통상 전략이 필요하다"며 "민관을 아우르는 전방위적 대미 아웃리치 활동을 통해서 우리 산업의 입장이 적극 개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은 "항공우주, 인공지능(AI), 로봇 바이오, 미래형 선박, 방위산업, 스마트팜 등 신사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의 인프라스트럭처 지원과 세제 개선을 요청했다. 그는 "석유화학 등 위기 산업 구조개혁 과정에서 과잉 생산설비 폐기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산업 위기 지역에 대해 한시적으로 전기요금을 감면해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후보는 "경공업에서 중화학, 반도체, 자동차로 산업 전환이 일어났고 앞으로는 AI를 중심으로 하는 첨단기술 산업으로 대대적인 전환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며 "새로운 영역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제조업 AI와 재생에너지를 주요 육성 사업으로 거론했다. 그는 "전통 산업 중에서 우리 제조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에 제조업에 AI를 도입하면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화석연료에 의존해서 앞으로 기업 활동을 하게 되면 RE100이나 또는 탄소국경세 등등의 문제 때문에 아마 기업 경쟁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재생에너지 산업을 어떻게든지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분야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에 대해서는 "양쪽 얘기를 들어봤고 별 차이가 없는데, 없는 차이를 만들어서 양쪽이 싸우고 있다"며 "탄력근로제 등을 하면 되기 때문에 필요 없는 논쟁"이라고 밝히며 예외를 적용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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