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펙스
국내 아이돌 그룹이 중국의 빗장을 풀고 있다. 한중 관계 개선으로 K팝의 중국 본토 진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전원 한국 국적으로 구성된 그룹 이펙스가 중국에서 단독 공연을 확정하면서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펙스는 31일 중국 푸저우에서 현지 콘서트 '2025 EPEX 3rd 콘서트 청춘결핍 in 푸저우'를 개최한다. 해당 공연장은 1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곳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지난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류 콘텐트 금지령을 발령하면서 K팝 스타들의 중국 현지 활동은 사실상 막혔다. 한국 가수의 중국 투어 공연은 2015년 빅뱅이 마지막이었다. 그간 외국 국적 K팝 스타들은 중국 TV 프로그램 등에 종종 얼굴을 비쳤지만, 멤버 전원이 한국 국적인 K팝 그룹이 현지에서 '상업 공연' 성격의 단독 콘서트를 여는 것은 2016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 1월 싱어송라이터 검정치마가 산시성 시안과 후베이성 우한, 허난성 정저우 공연을 허가받았으나, 검정치마의 국적은 미국이다. 이 외에도 한국 국적의 3인조 래퍼 호미들이 공연을 열긴 했으나 정식 상업 공연이 아닌 한중 청소년 교류 행사의 일환이었다. 이런 점에서 전원 한국 국적을 가진 이펙스의 이번 중국 본토 공연 승인 허가는 한국 가수의 본격적인 중국 공연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라 볼 수 있다.
이펙스 소속사 C9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이펙스는 데뷔 전부터 꾸준히 중국어 레슨을 받았고 웨이보 등 중국 SNS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중화권 가수의 노래를 커버해 SNS에 업로드 하는 등 꾸준히 중국팬들과의 접점을 만들어 왔다. 지난 1월에는 중국 상하이와 청도에서 팬 사인회를 개최했고, 이후 공연 개최를 준비해 3월 승인 절차를 진행했고 몇 차례 서류보완을 통해 최종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중국 내 다른 지역에서의 공연 협의도 진행 중이고 연말까지 더 많은 지역에서 공연을 통해 팬분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NCT위시
트와이스
한한령 이후 K팝 공연은 이펙스가 처음이지만 그간 K팝 그룹이 중국 현지에서 많은 인기를 끌면서 빗장이 풀릴 조짐을 계속해서 만들어왔다. 트와이스, 아이브, 김재중 등이 팬미팅과 팬 사인회를 해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NCT 위시(NCT WISH)도 지난달 데뷔 후 첫 현지 기자회견을 열었다. 상하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중국 유력 언론과 엔터테인먼트 채널 약 60개 매체가 참석했다. 한한령의 직간접적 영향으로 공식 프로모션 등 홍보성 이벤트 경우 원활히 전개되지 못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NCT 마크와 텐은 현지에서 팝업스토어를 개최했다. 또 지드래곤은 중국 상하이에서 '위버맨쉬' 미디어 전시회를 연다.
9년을 끌어온 중국의 한한령 완화 움직임에 속도가 붙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1만 석 이상 대규모 공연으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K팝 아이돌이 대거 출연하는 '드림콘서트'가 9월 26일 중국 하이난성 싼야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다. 규모는 약 4만 명으로 계획돼 있으며 출연진은 아직 조율 중이다. 만약 공연이 성사된다면 중국의 한한령 이후 가장 큰 규모의 K팝 공연이 된다.
지드래곤
한동안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는 지난해 5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풀리기 시작했고, 중국은 올해 초 미국 트럼프의 출범을 전후해 적극적인 관계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여전히 정치적 긴장이나 외교적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낙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시선도 있다. 정치 상황에 따라 중국의 방침이 급변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같은 조짐은 위기론에 휩싸인 K팝에 숨통을 틔울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별 음반 수출액 순위에서 중국은 일본, 미국에 이어 5979만 달러(한화 868억원)로 3위를 기록했다.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수치를 기록한 건 중국 내 K팝 팬덤이 여전히 상당하다는 의미다. 가요기획사들에도 중국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인 만큼, 중국의 빗장이 풀리고 있는 틈을 타 본토 공연의 기회를 잡으려는 K팝 그룹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그동안 소규모나 간접적인 형태로만 중국팬들과 소통이 이뤄졌는데, 이제 직접 공연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많은 중국 팬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본격 중국길이 열리면 앨범 판매 수치 상승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정하은 엔터뉴스팀 기자 jeong.haeun1@hll.kr
사진= C9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갤럭시코퍼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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