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미·중 이어 네 번째
독자 우주개발 속도
세 차례 무인 비행 시험 추진
인도·파키스탄 분쟁이 변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해 2월 27일 인도 케랄라주 티루바난타푸람에 있는 비크람 사라바이 우주센터(VSSC)를 방문해 승무원 시뮬레이터를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

인도가 러시아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독자적인 유인 우주 비행을 추진한다.

인도우주연구기구(ISRO)는 6일(현지 시각) “올해 연말 우주인을 태우지 않은 가가냐안 우주선을 우주 궤도에 쏘아 올리고 2027년 1분기 첫 유인 우주 비행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텐드라 싱 인도 과학기술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유인 우주비행추진은) 인도가 세계적인 우주 강국으로 부상했다는 뜻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자기 나라에서 독자 기술로 만든 우주발사체에 자국 우주인을 태워 우주로 보낸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세 나라에 머문다. 한국을 비롯해 유럽연합과 일본, 인도, 이란, 북한도 독자 발사체와 발사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독자적으로 우주인을 우주로 보내지는 못했다. 대신 이들 국가 중 일부는 미국, 러시아의 유인 우주 프로그램에 참여해 이들 나라의 발사체에 태워 우주로 보냈다. 우주인을 궤도로 보냈다가 다시 지구로 안전하게 데려오는 유인 우주 비행은 그만큼 난도가 높은 우주 기술이다.

인도는 최근 10년 새 우주 기술이 꾸준히 투자하며 우주 개발 야망을 확대해 왔다. 우주 프로그램의 규모와 추진력이 상당히 향상됐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과는 독자적으로 극궤도위성발사체(PSLV)와 정지궤도위성발사체(GSLV) 같은 발사체 기술을 개발하고 2023년 8월에는 세계 최초로 달 남극에 찬드라얀-3 탐사선을 보냈다. 7일간 지구 저궤도에서 우주인이 머물 수 있는 가가냐안 우주선도 개발하고 있다.

2019년 9월 18일 인도 뭄바이에서 인도우주연구기구(ISRO)와 한 대학이 주최한 우주 기술 전시회에서 학생들이 우주복을 입어보고 있다. /로이터

인도는 지난 2023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2040년까지 달 표면에 인도 우주인을 보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유인 우주 계획에 뛰어 들었다.

인도 우주부에 따르면 우주인이 탑승할 가가냐안 우주선은 올해 4분기 ISRO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비오미트라(Vyommitra)만 실은 채 발사된다. 2026년에도 두 건의 무인 임무가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해군은 이미 회수 시험을 진행했으며 추가 해상 회수 시뮬레이션 시험도 추진할 예정이다.

가가냐안은 통신 위성을 지구 정지 궤도로 쏘아 올리는 데 사용하는 LVM3이라는 3단형 발사체에 실려 발사된다. ISRO는 현재 이 발사체와 비상용 탈출 시스템, 승무원 모듈에 대한 최종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ISRO 소장은 환경 제어 및 생명 지원 시스템 개발 작업이 90% 완료되었다고 밝혔다. 우주복과 우주 식량, 승무원 좌석 개발도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구조와 음향, 환경, 엔진 고온 테스트를 포함해 7200개 이상의 테스트가 완료됐다. ISRO는 “인도 공군 조종사 4명이 우주인 후보로 선정돼 러시아에서 훈련을 마치고 추가 임무 훈련을 받고 있다”며 “2027년 1분기 첫 인도 우주인을 태워 인도 땅에서 궤도로 발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3년 7월 14일 인도 스리하리코타의 사티시 다완 우주센터에서 인도의 LVM3-M4가 찬드라얀-3 착륙선을 싣고 우주로 향하고 있다. /로이터

인도는 현재까지 1명의 우주인을 우주로 보냈다. 지난 1984년 라케쉬 샤르마 인도 공군 중령이 인도인 최초로 러시아 소유스 T-11 우주선을 타고 7일 21시간 40분 동안 우주를 비행했다.

이번 달에는 미국의 액시엄 스페이스와 미국항공우주국(NASA), ISRO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민간우주선인 액시엄 미션4에 슈반슈 슈클라 인도 공군 대령이 조종사로 탑승해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할 계획이다.

인도 정부는 우주개발에서 저렴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강대국에 맞먹는 성과를 달성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싱 장관은 인도 매체 더 트리뷴과 인터뷰에서 “인도가 우주경제에서 큰 진전을 이루고 있는데, 이는 모두 민간 부문에 개방된 덕분”이라며 “우리의 임무 비용은 다른 곳의 임무 비용의 4분의 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유인 우주 프로그램도 경제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의 유인 우주 프로그램이 예정대로 추진될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인도는 지난달 말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테러로 관광객 26명이 숨지자 파키스탄 군부를 배후로 지목하고 매일 분쟁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 간 분쟁이 전면전으로 확산할 경우 많은 자원이 투입되는 유인 우주 프로그램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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