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해킹 사고 사후대응 입법과제 보고서
과방위원장에게 보낸 답변서와는 온도차
당시에는 약관 해석으로 가능하다는 취지
이번 보고서에선 전기통신망법에 피해자 구제 방안 추가 제언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국회 입법조사처가 SK텔레콤(017670) 유심(USIM) 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위약금 면제 등 피해 보상 규정을 명확히 적용하기 위해선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입법조사처는 7일 ‘통신사 해킹 사고 사후대응의 문제점과 입법과제’ 보고서를 내고 “다수의 이용자가 피해를 입는 통신 사고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소비자 보호 수준이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SK텔레콤 T타워 SUPEX홀에서 SK텔레콤의 해킹 사고와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이번 사태에서도 SK텔레콤이 뒤늦게 유심 무상 교환 조치를 발표하고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경우 보상하겠다는 모호한 입장을 취한 것도 ‘전기통신사업법’ ‘개인정보 보호법’ ‘정보통신망법’에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구제 조치가 미흡한 현실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동통신사 해킹 사고는 신원 인증 정보가 유출돼 금융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 막기 위해서 이동통신사는 별도의 조건 없이 유심 무상 교체, 추가 인증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피해자가 통신사 이동을 원할 경우 위약금을 면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내용을 정보통신망법상 침해사고 대응 부분에 추가하거나 전기통신사업법 상 이용자 보호나 사업자 의무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번 보고서는 입법조사처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다. SKT 해킹 사태와 관련해 최 위원장은 입법조사처에 “이동통신사 스스로 위약금을 면제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한지”를 질의했고, 입법조사처는 “SKT 가입 약관에서 ‘회사의 귀책 사유로 인하여 고객의 계약을 해지할 경우’ 위약금 납부 의무를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번 해킹 사태가 SKT 귀책 사유로 인한 서비스 문제라면 이 조항을 근거로 위약금을 면제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법 개정과 상관없이 약관만으로 위약금을 면제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가 이번 보고서에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한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이 보고서에서 또 해킹 사고에 대한 정부의 조사 권한을 강화하도록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주축으로 한 민관 합동 조사단이 사고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조사 중이지만 강제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입법조사처는 보고서는 “현재 정보통신망법상 침해사고 신고와 조사는 강제력이 부족하고 사업자의 자율적인 협조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의) 소극적 대응이나 사고 은폐를 방지하고 실효성 있는 조치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망법상 과태료를 상향하거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등 최소한의 조사 강제력을 강화하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임유경 (yklim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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