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최종 계약 문제 없을 것”
유럽 시장 뺏길까봐 절박한 프랑스
한국보다 가격경쟁력 불리해
한수원의 사업 관리와 원전 생태계 강점

체코의 두코바니 원전. 한수원이 체코 원전 건설 수주를 하루 앞둔 지난 6일, 체코 지방법원이 EDF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계약이 일시 중단됐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주가 최종 계약 직전에 중단됐지만, 전문가들은 일정이 미뤄질 뿐 최종 계약에는 문제가 없을 거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행정 절차의 문제일 뿐, 체코 정부가 계약 대상자를 바꿀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체코 지방법원은 최종 계약을 하루 앞둔 지난 6일 계약에 제동을 걸었다. 프랑스전력공사(EDF)가 낸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기 때문이다. 계약서 서명을 위해 체코를 방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등도 이번에는 빈손으로 돌아오게 됐다.

EDF는 경쟁입찰에 탈락한 이후 계속해서 한수원의 계약 조건을 문제 삼고 있다. EDF는 지난해부터 체코 반독점기관에 두 차례 이의를 제기했다. 체코 측이 이의 제기를 모두 기각하자, EDF는 지난 2일 체코 지방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이번에 인용된 것이다. 이에 따라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최종 계약은 불가능해졌다.

EDF가 문제 삼는 건 크게 두 가지로, 입찰 과정과 건설 단가이다. EDF는 지난해 이의제기 과정에서 낸 성명에서 “입찰 절차가 공정한 거래와 투명성의 원칙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하고자 한다”고 했다.

또한 EDF는 한수원이 제시한 건설 단가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한수원의 원전 건설 비용은 킬로와트(kW)당 3571달러로, 7931달러인 EDF 건설 단가보다 절반 이상 저렴하다.

이에 대해 국내 원전 전문가들은 “EDF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일정이 지연될 뿐 최종 계약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성민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이번 사안을 침소봉대할 필요가 없다”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최종 계약은 문제없이 성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금까지의 건설 기록들이 한수원과 EDF의 경쟁력 차이를 보여준다”며 “한수원의 가격경쟁력이 EDF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했다. 원전 건설 단가는 공사 기간에 비례한다. 원전 건설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보다 길어지면 이자 비용이 늘어나고 납품 문제도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오랜 노하우와 국내 원전 생태계를 바탕으로 정해진 기간과 낮은 비용으로 원전을 건설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문주현 건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원전을 꾸준히 건설했기 때문에 사업 관리 능력이 좋다”고 말했다. 협력업체들을 이끌며 공정을 관리하고 인허가에 대응하는 체제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반면 EDF는 수차례 기한을 못 맞춰 건설 예산이 늘어난 전례가 있다. 2007년 짓기 시작한 프라망빌 원전 3호기도 예정보다 12년이나 늦어 지난해에야 가동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예산은 4배 이상 늘어났다. 문 교수는 “체코 입장에서 비싼 EDF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며 “이번 소송은 말이 안 되는 것이고 프랑스의 ‘최후의 발악’에 가깝다고 본다”고 했다.

프랑스가 이렇게까지 매달리는 건 절박함 때문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지난 1월 프랑스 감사원이 EDF를 향해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기 때문에 EDF는 당장의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또한 “자신들의 안방인 유럽 시장을 한국에 뺏기는 것도 프랑스가 다급한 이유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종 계약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 교수는 “체코는 전력 수급이 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사안을 무한정 길게 끌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리포트에서 “체코와 프랑스의 정부간 협상을 통해 프랑스가 소송을 철회하는 경우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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