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에서 SK텔레콤의 해킹 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SK그룹이 SK텔레콤 해킹 사태로 그룹 차원에서 전반적 보안체계를 점검하고 강화키로 했다. 그룹 총수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사과하고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정보보호혁신위원회를 구성해 그룹 차원의 재발 방지에 나선다는 계확이다. 다만 일부 정치권에서 요구하는 '위약금 면제' 방안에 대해선 "SK텔레콤 이사회가 검토중"이라고 전하며 선을 그었다.
"보안 아닌 국방 문제.. 안보는 생명"
최 회장은 7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에서 열린 해킹 사태 관련 일일 브리핑에 참석해 "이번 문제는 그냥 보안 문제가 아니라 국방이라고 생각해야 할 상황이라고 본다“며 ”국방 상황과 안보 체계를 제대로 세우는 게 중요한 상황이고 ‘안보는 생명이다’라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룹 차원에서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보고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 회장은 “여태까지 이런 보안은 정보기술(IT) 영역이라고 주로 생각하고 그 분야에만 전달되고 있었던 것 같다”며 “이런 분야를 넘어 이게(보안이) 얼마나 저희한테 중요한 사안인지에 대해 좀 더 깨닫고 그룹 전반이 나서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최 회장이 전면에 나선 데는 SK텔레콤 해킹 사고가 단순 기업 정보 유출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생존과 국가 인프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이 공유됐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국가기간통신사업자인 데다 관계사인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반도체 또한 국가 전략물자로 여겨지는 만큼 이번 사태를 더욱 엄중히 생각하고 사태 수습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 3월 SK그룹 미국 법인 SK아메리카스에 대한 랜섬웨어 공격이 일어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수펙스 중심 보안 정보보호 혁신위 구성
SK그룹은 수펙스 추구 협의회를 중심으로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보보호혁신위원회를 구성해 SK그룹 전 사를 대상으로 보안 체계를 검토하고 보안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수펙스 추구 협의회는 SK그룹 관계자가 모여 의사결정을 진행하는 협의기구다.
최 회장은 “가능한 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에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주로 외부 전문가를 모셔서 정보보호혁신위원회를 구성할텐데, 이런 위원회는 주로 수펙스 협의회에 구성하도록 돼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정확한 투자 규모 등은 아직 사고 원인 조사가 진행 중이므로 SK텔레콤, SK C&C, 하이닉스 등 정보통신기술(ICT) 계열사 중 어느 곳이 위원회를 주도할지 등과 함께 추후 발표하겠다고 했다.
해지 고객에 대한 위약금 면제 요구에 대해선 이사회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최 회장은 "위약금 면제 여부에 대해선 형평성과 법적 문제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SK텔레콤과 이사회가 이 문제를 놓고 논의중"이라고 답했다.
김희섭 SK텔레콤 PR센터장은 "아직 확정돼 있지 않은 부분이기에 앞으로 절차가 진행되는 단계에 따라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중요한 국가 인프라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위원회를 설치해서 최고 한도로 보안 수준을 높여 고객들이 안심하고 우리 국가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SK텔레콤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현재 유심 보호 서비스 자동 가입 대상자 2411만명 전원에 대한 서비스 가입이 완료됐으며 유심을 바꾼 가입자는 107만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는 유심보호서비스와 로밍요금제를 함께 사용 못하게 돼있는데 오는 14일께 로밍과 유심보호서비스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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