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보호서비스 가입자 2411만명
유심 6일 기준 누적 교체 107만개
정보보호혁신위원회 신설 방안 발표
최태원 "단순 해킹 아닌 국방 문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SK텔레콤 T타워 SUPEX홀에서 SK텔레콤의 해킹 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SK그룹을 대표해 사과합니다. 고객 입장에서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고 저를 비롯한 경영진 모두가 뼈아프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국회, 정부기관 등 많은 곳에서의 질책은 마땅합니다.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7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T타워에서 열린 일일 브리핑에 참석해 고개를 3차례 숙이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최 회장은 사고 원인을 파악해 더 이상 고객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가하겠면서 이 같이 말했다.

SK그룹은 이번 유심 해킹 사고를 반면교사 삼아 전 그룹사 대상으로 보안체계를 강화한다. 이를 위해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보보호혁신위원회를 개설할 방침. 그는 "가능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에서 구성하겠다"며 수펙스추구협의회 중심으로 위원회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에 대한 실망감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위약금을 면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제 생각이 어떤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용자의 형평성 문제와 법적 문제를 같이 검토해야 하는 것으로 안다. 현재 SK텔레콤 이사회가 논의 중에 있다"고 했다.

이번 사고가 단순 해킹을 넘어 국방 문제와도 관련 있다면서 "국방 안보 체계를 제대로 세우는 게 중요하다. 안보는 생명이라는 생각을 갖고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희섭 SK텔레콤 PR센터장은 이 발언과 관련해 "SK텔레콤도 국가기간통신사업자고 SK하이닉스도 반도체도 국가전략 사업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단순한 기업의 정보 유출이라기보다 기업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중요한 부분이란 걸 강조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부연했다.

지난 6일 오후 6시 기준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자 수는 2411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SK텔레콤 통신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가입자도 포함한 수치다. SK텔레콤은 지난 2일 자정부터 전 고객을 대상으로 유심보호서비스 자동 가입을 시행했다.

김 센터장은 "그간 네트워크 용량 문제 때문에 자동 가입을 못 시켜드렸다"며 "SK텔레콤 고객이 2300만명, 알뜰폰 가입자가 200만명으로 전체 2500만명 중에서 2411만명이 가입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아직 가입하지 못한 100만명은 로밍 서비스 가입자다. 김 센터장은 "로밍 가입자는 자동 가입을 유보해둔 상태"라며 "15일부터 해외 로밍 서비스 가입자도 유심보호 서비스를 자동 가입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하겠다"고 알렸다.

이어 "불법 복제 등 이상한 징후를 차단하는 비정상인증시도차단시스템(FDS)을 운영하고 있어서 당장 고객들이 해외 위협에 노출된다고 해도 저희가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심은 지난 6일 오후 6시 누적 기준으로 107만개가 교체됐다. 새로 확보한 유심은 모두 교체 물량으로 배정한 상태다. 김 센터장은 "다음 주부터 물량이 조금씩 들어오고 5월 말까지는 500만개 정도가 추가된다. 6월에도 500만개를 주문했다"며 "유심이 들어오면 예약 신청하신 고객부터 순차적으로 빨리 교체하도록 하겠다. 유심 교체가 늦어지는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희섭 SK텔레콤 PR센터장, 임봉호 MNO 사업부장, 류정환 네트워크 인프라 센터장이 7일 서울 을지로 T타워에서 열린 일일 브리핑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박수빈 기자

연휴 동안 공항에 배치한 유심 물량은 3~4배 확대했다. 임봉호 SK텔레콤 MNO사업부장은 "부스와 본사 지원 인력까지 인원을 늘렸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국하신 분들에게 불편이 있었던 점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연휴가 지나가면서 어제부터는 많이 완화돼 현재는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류정환 SK텔레콤 네트워크인프라센터장은 "(유심 정보 유출로 인한)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유출 사고가 발생하자마자 의심되는 장비를 많이 고립시키고 모니터링도 최고 수준 단계로 올렸다"고 말했다.

이전부터 문제가 됐던 스팸·스미싱 차단 기술도 고도화했다. 류 센터장은 "스팸을 센싱하는 강화체계를 상당히 고도화해 전보다 많이 잡고 있다"며 "어떤 로직으로 운영되는지 자세하게 말씀드리지 못하는 이유는 오히려 악용될 수 있어서다. 양해 부탁드린다"고 했다.

최 회장은 오는 8일 열리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건 청문회에는 출석하지 않는다. 청문회 당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를 대비한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대미 통상 관련 행사가 예정돼 있다는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전날 국회에 제출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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