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강희수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껄끄러운 국회 청문회 출석 대신 자신의 안방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는 방식을 택했다.
최태원 회장은 7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SK텔레콤 T타워에서 열린 ‘사이버 침해 관련 일일브리핑’에 직접 참석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이버 침해 관련 일일 브리핑은 SK텔레콤이 서버 해킹 사고 이후 마련한 언론 설명회로 사고 현황과 대처 방안을 회사 고위 관계자들이 직접 나서서 브리핑하는 자리다. SK텔레콤 PR실은 7일 오전 9시께 긴급히 최태원 회장의 일일 브리핑 참석 사실을 미디어 관계자들에게 알렸다.
당초 최태원 회장은 8일 열리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건 청문회’ 증인출석을 통보받았다. 하지만 최 회장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대비한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대미 통상 관련 행사’ 참석을 이유로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최태원 회장은 대신 SK텔레콤 본사에서 치르는 ‘일일브리핑’ 참석을 선택했다.
최 회장은 사과문을 발표하기 앞서 해킹 사고로 불편을 겪고 있는 SK텔레콤 가입자들에게 고개를 숙여 사죄했다.
최 회장은 “최근 SK텔레콤의 사이버 침해 사고로 인해 고객분들과 국민들께 많은 불안과 불편을 초래했습니다. SK그룹을 대표하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고 했다.
소비자들이 겪은 불편 사례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바쁜 일정 속에서 매장까지 찾아와 오래 기다리셨거나 해외 출국을 앞두고 촉박한 일정에 마음 졸이신 고객분들의 불편은 더욱 크셨습니다. 또, 지금도 많은 분들이 피해가 없을지 걱정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모든 분들께 다시한번 사과드립니다”며 고개를 떨궜다.
사고 이후 대응이 미흡했던 점도 인정했다.
최 회장은 “특히 사고 이후 일련의 소통과 대응이 미흡했던 점에 대해서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고, 이는 저를 비롯한 경영진 모두가 뼈아프게 반성할 점입니다. 고객뿐만 아니라 언론, 국회, 정부기관의 질책은 마땅한 것이라 생각하며, 이를 겸허히 받아들입니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SK텔레콤의 대책과 보상에 대한 입장 변화인데, 특별히 더 나아간 내용은 없었다.
최태원 회장은 “일단 정부 조사에 적극 협력하여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고객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저희를 믿고 유심보호서비스를 가입해주신 2400만 고객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유심 교체를 원하시는 분들도 더 빠른 조치를 받으실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보안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정도가 새로웠다.
최 회장은 “SK 전 그룹사를 대상으로 보안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보안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습니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보보호혁신위원회’를 구성하여, 객관적이고 중립적 시각에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SK텔레콤 가입자들이 가장 궁금하게 여기는 ‘해지 위약금’ 문제에는 여전히 발을 빼고 있었다.
최 회장은 “이용자 형평성 문제와 법적 문제를 같이 검토해야 합니다. 현재 SKT 이사회가 논의 중이고 논의가 잘 돼서 좋은 해결 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하지만, 저는 이사회 멤버가 아니라서 드릴 말씀이 여기까지입니다”라며 명확한 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신뢰 회복의 중요성은 강조했다.
최 회장은 “고객의 신뢰는 SK그룹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SK그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가장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기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본질은 무엇인지 다시한번 살피겠습니다”라고 말했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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