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백신 베리트락스주 상용화
추경예산 구매예산에는 불포함
비축 목표치 100만명의 단 5%
“생화학테러 대비 꼭 예산증액”

탄저균 [헤럴드DB]

지난 4월 탄저백신(의약품명 배리트락스주) 국산화에 성공하며 자체 생산이 가능해졌지만,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 탄저백신 구매 예산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정부가 초동대응 및 일반 국민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탄저백신은 1000명분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올해 유효기한이 만료될 예정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5년도 제1회 추경안에 북한의 생물학테러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질병관리청의 관련 예산은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탄저백신은 감염병예방법 제4조 및 제40조에 따라 두창백신, 보툴리눔항독소, 에볼라치료에 등과 함께 생물테러감염병 및 그 밖의 감염병의 대유행에 대비하기 위한 국가비축의약품이다. 생물테러에 대비해 국가가 전략적으로 비축·관리하는 의약품이다.

전 세계적으로 탄저백신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국가는 미국과 영국 등 극소수이기 때문에 그동안 우리 정부는 우방국으로부터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다가, 올해부터 자체 생산이 가능해졌다. 질병관리청과 GC녹십자가 공동으로 개발한 배리트락스주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한 세계 최초의 탄저백신으로, 이달 초 국산 신약 39호로 등록됐다.

현재 질병청이 비축하고 있는 탄저백신은 ‘초동대응용’ 1000명분으로, 이는 전체 국민의 1%도 안되는 물량이다. 이마저도 올해 유효기간이 만료될 예정이다. 질병청이 서 의원실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현재 비축 중인 수입 탄저백신의 유효기간은 4년이다.

이에 올해 국산 탄저백신 생산이 시급한 상황이다. 질병청도 국산 탄저백신 상용화가 가능해지면서 올해 탄저백신 생산화에 착수해 비축량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2025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탄저백신 비축 예산은 48억1700만원으로, 5만명분을 구매할 수 있을 뿐이다.

국회 예산 편성 과정에서 “생물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고, 인구밀집도도 높아 확산 시 위험이 높다는 점에서 내년도 구매분을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최종적으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논의 중인 추경안에도 탄저백신 예산은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2017년 3월 감염병관리위원회가 심의·의결한 ‘탄저백신 국내 생산 비축 계획’에서는 100만명분(300만 도즈)을 목표치로 삼았는데, 5만명분은 목표치의 5%에 불과하다.

서 의원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12.3 내란에도 불구하고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항만큼은 절대 놓쳐선 안 된다”며 “1000명분에 불과한 탄저백신 비축분이 자칫 오물풍선 등 생물학적 테러 가능성에 안일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만큼 이번 추경에서 논의되지 못한 탄저백신 비축 예산 등에 대해서는 향후 전향적인 증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탄저균은 장기간 생존이 가능해 공기 중 살포가 쉽고 치명률이 97%에 달해 특정 인물을 암살하는 데 활용하거나 불특정 다수에게 직접 살포하는 테러 물질로 활용되고 있다.

분단국가인 우리나라가 28년간 탄저백신 국산화를 위해 달려온 이유는 생화학전에 대비할 수 있는 ‘국가 안보 수호’를 위해서였다.

앞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추경 시정연설에서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재난·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정부의 가장 근본적인 책무이자 존재 이유”라고 밝힌 바 있다. 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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