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사태 후 2주, 피해 0건인데
위약금 면제시 1조~3조원대 손실
유심·소송등 추가 손실 가늠 안돼
존폐 위기…포퓰리즘 악용 우려도

서울 마포구 SK텔레콤 홍대역점에서 시민들이 유심칩을 교체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대규모 해킹 사태를 일으킨 SK텔레콤이 거세지는 위약금 면제 압박으로 수조 원대 손실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사태 발생 2주 차 확인된 추가 피해는 0건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과도한 위약금 면제 요구로 기업이 생존 위기로까지 몰릴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해킹 사태로 입은 SKT의 손해는 이미 ‘천문학적’ 수준이다.

▶ 실제 피해 0건…위약금 면제 ‘포퓰리즘 악용’=7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T 위약금 면제와 관련해 법무법인 3곳에 법률 검토를 요청한 상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의 법적 가능성에 대해 “약관 또는 자발적 조치에 따라 면제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에게 이같이 답변했다.

조사처는 SKT 이동전화 가입 약관 제44조를 근거로 회사의 귀책 사유가 인정될 경우 위약금 면제가 가능하다고 봤다. 다만 이번 사태가 이에 해당하는지는 사실 관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나아가 조사처는 약관상 명시적 근거가 없더라도 기업이 고객 보호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위약금을 면제하는 것은 법적으로 제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업무상 배임죄 논란과 관련해서는 고객 신뢰 회복과 브랜드 이미지 보호 등 장기적 기업 이익을 위한 경영상 판단일 경우 배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제시했다.

하지만 위약금 면제는 기업의 존속을 위협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해킹이 발생 2주가 지난 시점까지, 금융 피해 등 2차 피해가 0건인 점도 감안해야 한다.

SKT 해킹관련 민관합동조사단은 단말기 고유번호(IMEI)가 유출되지 않아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하면 복제폰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자칫 위약금 면제가 대선정국 ‘포퓰리즘’에 악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각별한 경계와 주의가 필요하지만, 지나친 불안감 역시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추가 2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더욱 필요할 때”라고 설명했다.

▶위약금 면제 시 수조 원대 손실…생존 위기로 몰려=업계에서는 SKT가 위약금을 면제할 경우 엄청난 손실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 위약금 면제로 인한 손실은 수조 원대로 추산된다. 위약금은 계약 기간에 따라 대략 10만~30만원 가량이 발생한다. 약 1000만명만 위약금 없이 이탈한다고 가정하면 1조~3조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달에만 23만명의 고객이 SKT에서 타통신사로 갈아탄 상황이다. 이미 통신사를 바꾼 가입자들에게 소급 적용하는 기준을 정하는 것도 쉽지 않아 혼란도 가중될 수 있다.

SKT는 유심 교체 등으로 인한 손실이 적지 않다. 7700원의 유심을 무상으로 교체, 이 비용도 고스란히 떠안았다. 이달 말까지 약 1000만건의 유심이 교체될 경우 770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추가적인 손실도 막대하다. SKT는 유심 물량이 정상화 될 때까지 전국 2600여 개 T월드에서 신규 가입을 중단했다. 영업이 중단된 대리점과 직영 온라인 판매점에 대해 영업 손실을 보전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 역시 SKT의 부담이다.

예상하기 어려운 변수까지 남아있다. SKT 가입자 사이에서는 이번 해킹 사태에 대한 소송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업계에선 SKT의 중·장기적인 손실이 이미 천문학적 수준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기업 신뢰도가 하락하고 고객 기반이 약화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수십 년간 쌓아온 업계 1위 고객 기반이 무너지는 것은 값으로도 매길 수 없는 엄청난 손실”이라며 “이를 다시 회복하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감안하면, 단순 수치로 계산할 수 없는 천문학적 손실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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