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검증]
李도 金도 기본 공제 확대 약속
소득세 기본 공제 16년째 150만원

16년째 그대로인 소득세 기본 공제액(1인당 150만원)을 높여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이 이번 대선에서 주요 공약으로 추진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본 공제액을 180만~200만원으로 높이는 법안을 제출했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300만원으로 대폭 올리겠다고 했다.

‘유리 지갑’인 월급쟁이나 세금 한 푼이 아쉬운 자영업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안 그래도 적자투성이인 국가 재정에는 악재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는 기본 공제를 200만원으로 늘릴 경우 소득세 세수(세금 수입)가 내년부터 5년간 26조4657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연간 세수(336조5000억원)의 1.6%가량인 5조2931억원이 매년 줄어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은 구멍 나는 세금을 어떻게 채우겠다는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기본 공제 확대가 나라 곳간은 외면한 채 표 얻기에만 급급한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 공약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그래픽=박상훈

◇‘정치적 카드’ 기본 공제... 대상자만 2000만명 넘어

민주당 조인철 의원이 대표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기본 공제액을 200만원으로 늘리고 부양가족인 자녀나 형제자매, 손자녀 기준을 20세 이하에서 24세 이하로 넓히는 내용이다. 또 부양가족의 소득 기준도 연 소득 100만원 이하(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500만원 이하)에서 200만원 이하(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700만원 이하)로 늘렸다.

예정처는 개정안을 시행하면 직장인들이 내는 근로소득세 수입은 5년간 평균 3조1060억원씩 줄어들고, 자영업자나 투잡·스리잡 근로자가 내는 종합소득세 수입은 2조1871억원씩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예정처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기본 공제 혜택을 받은 근로소득세 납세자는 1395만9000명이었고, 종합소득세 납세자는 1147만5000명이었다. 둘을 합하면 2543만4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에 이른다. 기본 공제액을 늘리면 2000만명이 넘는 국민이 세금 감소 효과를 누리는 셈이니, 정치인들로서는 매력적인 카드일 수밖에 없다.

◇16년째 그대로인 기본 공제

소득세 기본 공제는 지난 2009년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오른 뒤 16년째 변동이 없었다. 이 때문에 소득세 기본 공제 상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유호림 강남대 법행정세무학부 교수는 “지난 16년간 소득세 공제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국민들의 소득세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근로자들의 세 부담을 완화해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실제 근로소득세 수입은 2008년 15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61조원으로 거의 4배로 늘었다. 지난해 기업들이 낸 법인세 수입(62조5000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근로소득세가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9.3%에서 18.1%로 급등했다.

◇세수 감소 대책 안 보여

문제는 대선 후보들이 소득세 기본 공제를 늘리겠다고 하면서도, 그와 함께 제시해야 할 세수 감소 대응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 2023년과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56조원과 31조원 세수 펑크가 발생한 데 이어, 올해도 미국발 관세 전쟁 등에 따른 불경기로 세수 결손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세수 감소로 나라 살림에 구멍이 뚫리면 결국 적자 국채를 찍어낼 수밖에 없고, 재정 건전성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세금을 덜 걷겠다고 공약하기보다는 누더기식 소득세 공제 구조를 전반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교육비가 많이 나오면 교육비 공제를 해주고, 소비가 줄면 신용카드 사용 증가분 공제를 해주는 등 누더기식으로 공제를 붙여 왔는데, 이걸 정비하면서 기본 공제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선거를 한 달 앞둔 대선 후보들로선 소득세 기본 공제 확대와 같은 달콤한 정책만 내놓을 수밖에 없겠지만, 세수가 줄어드는 부담을 고려하지 않고 선심성 정책만 내놓는 것은 책임 있는 국가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했다.

☞소득세 기본 공제

소득세를 납부할 때 납세자와 부양가족 1인당 150만원씩 소득에서 공제해 줘 세금을 줄여주는 제도다. 부양가족이 많고 소득이 높을수록 세금 감면 효과가 크다. 이번 대선에서 주요 후보들은 기본 공제액을 200만~300만원으로 높이는 공약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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