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시내 SK텔레콤 대리점에 신규 가입 영업 중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SK텔레콤은 5일부터 대리점 신규 가입 영업을 중단하고 유심 교체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시몬 기자
SK텔레콤 이용자의 유심(USIM·가입자 식별 정보) 정보 보호서비스 가입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전체 이용자의 유심 교체에는 한 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유심 해킹 사고 발표 후 SKT 이탈자가 하루 수만 명씩 느는 데다, 5일부터 SKT 대리점의 신규 가입까지 중단되면서 유심 해킹 사고가 통신사 점유율 변화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KT는 6일 오후 3시 기준 SKT 가입자와 SKT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가입자 2,411만 명이 유심정보 보호서비스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알뜰폰을 포함한 SKT 가입자 수가 약 2,500만 명임을 감안하면 전체 가입자의 약 96%에 달한다. 해외 로밍 이용자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원 가입이 목전에 온 셈이다. SKT는 "해외 로밍 이용 고객은 서비스 자동 가입 시 로밍 이용에 불편이 발생할 수 있어 제외했으며, 14일쯤 유심 보호 서비스가 고도화되면 (이들에게) 추가 안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유심 교체에는 당분간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유심 교체를 예약한 가입자는 784만여 명, 이미 유심을 교체한 가입자는 106만 명이다. 전국 대리점에서 하루 20만여 건을 처리할 수 있다는 SKT의 설명을 감안하면, 예약자 모두가 유심을 교체하는 데에 최소 한 달 넘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
SKT는 '위약금 면제'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김희섭 PR센터장은 "고려할 부분이 많아 논의하고 있다"며 "내부에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어 정해지는 대로 밝히겠다"고만 말했다.
6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발층에 마련된 SK텔레콤 유심 교체 창구에서 여행객들이 유심을 교체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영종도=뉴시스
전날부터 SKT는 직영·대리점에서의 신규 가입 및 번호이동 모집을 중단했다. 이와 관련해 통신 3사 가입을 모두 실시하는 판매점에서도 신규 가입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임봉호 MNO사업부장은 "보통 때와 비교하면 신규 고객 유치가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신규 가입 중단과 번호이동 확산으로 SKT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던 이동통신 업계의 지각변동도 예측된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SKT 가입자 수는 지난달 28일 하루 동안 2만5,000여 명 순감한 데 이어 29일과 30일에 각각 3만2,000여 명이 줄었다. 5월 들어서는 1일 3만6,000여 명이 순감한 데 이어 어린이날 연휴 기간인 5일 1만3,000여 명이 KT와 LG유플러스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우려할 만한 규모는 아니지만 SKT의 대응에 따라 이탈자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2월 현재 이동통신 가입자의 35.8%가 SKT를 쓰고 있다. KT 이용자는 21.14%, LG유플러스 이용자는 22.79% 알뜰폰 이용자는 20.27%다.
한편 SKT는 6개월 전 정부기관의 정보보호 인증을 통과하고도 이번 해킹 사고를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SKT는 과기정통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주관하는 국가 공인 정보보호 인증제도인 ISMS 인증 2개와 ISMS-P 인증 1개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SKT는 이에 대해 "정보보호 인증을 받았음에도 이번 사고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밝혔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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