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개선 나선 김윤구 사장
삼성·네이버·구글·AWS 출신
S급 인재 외부서 지속 수혈
차량SW·스마트팩토리 등
그룹 의존 줄일 신사업 발굴

현대자동차그룹의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는 요즘 업계에서 ‘인재 블랙홀’로 불린다. 삼성 네이버 LG 포스코는 물론이고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 출신 경력자를 대거 채용하고 있어서다. 최근 2년 동안 임원급으로 영입한 외부 인사가 9명이다. 전체 임원의 40%에 달한다. 현대차그룹 인사실장 출신인 김윤구 사장(사진)이 지난해 3월 취임한 이후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T 전문 전임자와 다른 행보

현대오토에버는 지난달 말 클라우드 기술 전문가 이경수 상무를 클라우드인프라센터장으로 영입했다. 이 상무는 26년간 삼성전자와 AWS 등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경력을 쌓았다. 지난해 12월 AWS, 구글 클라우드 등에서 27년 이상 일한 양승도 상무를 클라우드사업부장으로 영입한 데 이어 클라우드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

2년 전까지만 해도 현대오토에버는 SI업계에서 순혈주의가 강한 곳으로 유명했다. 김 사장 이전 대표 대부분이 현대차그룹 IT부문 경력을 발판 삼아 현대오토에버 경영을 맡았다. 그룹에서 인사와 감사를 총괄한 비(非)IT 경력자가 지난해 3월 취임하면서 예상 밖의 일이 벌어졌다. 김 사장은 취임 직후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LG전자를 거쳐 인텔코리아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을 지낸 류석문 전무를 SW플랫폼사업부장에 앉히고, 비슷한 시기에 삼성전자 출신 김선우 상무를 솔루션사업부장에 선임했다.

SI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부문을 강화하면서 현대오토에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의 IT 시스템을 관리하는 수동적인 사업모델에서 SDV라는 새로운 영역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SI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업계에선 삼성전자에서 퇴직한 젊은 인재들을 현대차그룹이 빨아들이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평소에도 “전문성을 갖춘 리더 영입이 혁신의 출발점”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팩토리 브랜드도 공개

2019년 상장한 현대오토에버는 최대주주 현대차(31.59%, 작년 말 기준)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75.29%에 달한다. 2021년 4월 현대엠엔소프트와 현대오트론을 흡수합병하면서 차량SW 부문을 회사의 주요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그룹 규모가 커지면서 현대오토에버 실적도 순항 중이다. 지난해 매출 3조7136억원, 영업이익 2244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21.2%, 23.7% 증가했다.

주가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2일 기준 시가총액은 3조4390억원으로 연간 매출과 비슷한 수준이다. 외국인 지분율(1.85%)과 하루 거래량(약 4만 주)도 저조한 편이다. 그룹 의존도가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 최대 단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의 93.6%가 그룹 계열사에서 발생했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김 사장은 자동차 부품 협력사 및 공공 정보통신기술(ICT) 사업 등 대외 비중을 늘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아프리카 앙골라와 모잠비크에서 대형 치안 시스템 구축 사업을 수주했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는 테라링크테크놀로지를 세웠다. 올 3월 ‘2025 스마트공장·자동화 산업전’에선 스마트팩토리 브랜드 네오팩토리를 공개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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