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심장학회지

대상포진 예방접종.(자료사진)/뉴스1

대상포진 백신 예방 접종으로 심혈관질환 위험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백신이 직접적으로 심혈관 질환을 막는다기보다 대상포진을 예방해 혈관 손상, 혈전 형성, 염증 등을 막아 간접적으로 심혈관 위험을 낮춘다는 분석이다.

연동건 경희대의료원 디지털헬스센터 부센터장이 이끄는 연구팀은 100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관찰 연구를 통해 대상포진 백신 ‘조스타박스(Zostavax)’를 한 번이라도 맞은 사람은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장병으로 사망하거나 뇌졸중, 심근경색, 심부전을 겪을 가능성이 26%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유럽심장학회지에 5일(현지 시각) 게재됐다.

연구팀은 “대상포진은 혈관에 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백신이 감염을 예방해 심혈관 질환 위험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상포진은 수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가 증상이 사라진 뒤에도 체내에 남아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질 때 재활성화되면서 생긴다. 스트레스나 항암 치료 등으로 면역력이 저하된 시기에 다시 활동해 심한 통증을 동반한 발진을 일으킨다.

심혈관 질환은 일반적으로 대상포진의 합병증 목록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대상포진이 뇌졸중 위험을 약 30%, 심장마비 위험을 약 10% 증가시킨다고 학계에 알려져 있다. 특히 감염 후 첫 1년 이내 그 위험이 크다.

연구팀은 이 문제가 백신 접종으로 완화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50세 이상 한국인 127만1922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대상포진 생백신 접종 여부와 이후 18가지 심혈관 질환(심부전, 뇌졸중, 혈전증, 부정맥, 허혈 등) 발병 여부를 비교했다. 나이, 성별, 사회경제적 지위, 운동 수준, 사회적 습관 같은 건강 관련 요소들도 함께 고려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백신의 심혈관질환 발병 예방 효과는 최대 8년간 지속되며 특히 남성, 60세 미만에서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은 미접종자보다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23% 낮았다.

심장병 사망, 뇌졸중, 심근경색, 심부전 등 특정 질환에서 백신 접종자의 위험은 26% 낮았다. 관상동맥질환 위험은 22% 낮았다. 가장 큰 효과는 접종 후 2~3년 사이에 나타났으며, 이후 5년 동안 점차 줄어들었다.

성별과 연령별로 보면 남성의 경우 위험 감소율이 27%, 여성은 20%로 분석됐다. 60세 미만 감소율은 27%로 60세 이상(16% 감소)보다 효과가 컸다. 농촌 거주자의 위험 감소율은 25%로 도시 거주자 20%와 차이를 보였다. 저소득층은 26%, 고소득층은 20% 감소로 나타났다. 비만인 경우 체질량지수(BMI)가 높을수록 효과가 다소 줄었다.

갈렌 포울크(Galen Foulke)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대상포진 백신이 혈관 염증을 억제함으로써 심혈관 질환 위험을 줄인다는 믿음을 더욱 강화해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상포진 자체도 통증과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지속될 수 있는 신경통(포진 후 신경통)을 유발하기 때문에 큰 고통을 초래한다”며 “세계 보건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상포진 백신을 통해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의료비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연구팀이 생백신 조스타박스(Zostavax) 접종을 분석한 이유는 최근에 출시된 단백질 기반 백신 ‘싱그릭스(Shingrix)’보다 더 오래 사용돼 왔기 때문에 장기적인 데이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싱그릭스가 대상포진 예방 효과가 더 뛰어나기 때문에 심혈관 보호 효과도 더 강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참고자료

European Heart Journal(2025) DOI: https://doi.org/10.1093/eurheartj/ehaf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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