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칩 워] 10화 소니 반도체 분사설

[AI&칩 워] 인공지능(AI) 반도체 패권을 놓고 빅테크 기업들이 벌이는 ‘칩 워(Chip War)’를 파헤칩니다. 반도체 산업에서 펼쳐지는 뜨거운 소식을 독자분들이 알기 쉽게 분석해 드리는 심층 분석 연재물 입니다.

소니가 반도체 사업부를 별도 회사로 분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블룸버그는 소니가 반도체 사업부를 100% 자회사인 ‘소니 세미컨덕터 솔루션즈(Sony Semiconductor Solutions, SSS)’로 분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소니 세미컨덕터 솔루션즈는 올해 안에 상장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글로벌 점유율 63%…추격자간 경쟁 치열

소니가 개발한 다양한 이미지 센서

업계에서는 이를 놓고 소니가 반도체 계열의 일부 지분만 보유한 채, 사업적으로는 거리두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블룸버그는 “소니가 반도체 부문의 기업 가치를 약 7조 엔(약 69조5870억원)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해 소니는 “보도는 추측에 기반한 것이며,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며 선을 그은 상태입니다.

소니는 그동안 스마트폰용 이미지 센서와 산업용 반도체 기술에 집중해왔습니다. 또 최근에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새로운 성장 전략을 모색 중입니다. 한때 25%에 달했던 반도체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이 최근 10% 초반대로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수익성 둔화와 치열해지는 경쟁 환경 속에서 과거만큼의 성과를 내기 어려워진 현실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 원자재 가격 상승, 미·중 무역 갈등 등 다양한 외부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독립 법인 추진…의사결정·자금조달 유연화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와 소니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가 합쳐져 출범한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현재 소니는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사업 재편을 추진 중인데요. 게임과 음악 사업 부문은 최근 몇 분기 동안 높은 수익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TV 가전 중심의 소니가 콘텐츠 기업으로 재편되는 모습입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아진 반도체 부문을 전략적으로 독립시켜 효율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됩니다.

최근 반도체 사업부의 경영진을 교체한 것이 대표적인 신호입니다. 지난달 1일부로 시미즈 테루시(Shimizu Terushi) 대표이사는 회장으로 이동했고, 사시다 신지(Shinji Sashida)가 신임 대표이사겸 사장으로 선임습니다. 시미즈 전 CEO는 “반도체 산업은 전례 없는 변화를 맞이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경계를 넘어서는 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사시다 CEO 역시 “반도체는 이제 인류에게 필수 자원이 되었으며, 우리는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소니 반도체 사업부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반도체 레이저 등 다양한 분야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2억4700만 화소의 이미지 센서를 선보이며 업계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소니는 왜 반도체 사업부의 분사를 추진하려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추격자’와 경쟁 때문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소니는 여전히 이미지 센서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23년 기준 55%에서 지난해 60%를 넘어섰는데요. 올해는 63%까지 상승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소니는 스마트폰, 디지털카메라, 자동차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 고성능 CMOS 이미지 센서를 공급하고 있으며, 대표 고객사로는 애플과 샤오미가 있습니다.

본사 칩 버리고…엔터 집중 전략 가속화

CMOS 이미지 센서 시장 점유율 (시장조사기관 욜그룹)

하지만 시장을 꼼꼼히 뜯어보면, 변화의 조짐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삼성전자와 중국계 반도체 기업들이 소니를 바짝 추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약 19~20%의 점유율로 2위를 지키고 있으며, 옴니비전(OmniVision), 갤럭시코어(GalaxyCore), 스마트센스(SmartSens) 등 중국 3사는 2023년 합산 점유율이 16%였는데, 올해는 20%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줄이는 동시에 소니를 위협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글로벌 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이미지 센서 시장 규모는 약 285억~286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이미지 센서는 빛을 전기 신호로 변환해 디지털 이미지를 구현하는 반도체 소자인데요. 디바이스 태블릿 등 다양한 산업과 일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분사는 단순한 수치를 넘어 큰 함의를 지니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반도체 육성 전략, 샤오미·오포·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국산 부품 선호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시장 판도 자체가 서서히 이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지 센서 시장은 CMOS 기반 기술이 85% 이상을 차지하며, 고해상도·저조도 성능, 글로벌 셔터 등 기술 혁신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크게 △ 전기를 적게 먹고, 빠르게 이미지를 처리할 수 있는 이미지 센서 기술인 CMOS(Complementary Metal-Oxide Semiconductor) △ 사진이 선명하게 보이면서도 빛이 적은 환경에서도 잘 찍히 고해상도·저조도 성능 칩 △ 사진을 한순간에 전체적으로 찍는 방식 글로벌 셔터(반대는 롤링 셔터)로 구분됩니다.

삼성 20%, 중국 3사 20%…이미지 센서 격돌

소니의 창업자 모리타 아키오(왼쪽)와 이부카 마사루

만약 소니의 사업부가 독립 법인으로 전환될 경우, 보다 민첩한 의사결정 체계와 독자적인 자금 조달을 바탕으로 기술 투자와 글로벌 확장을 가속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특히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시점에서, 독립 조직은 변화에 훨씬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동시에 소니 본사는 수익성이 높은 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전략을 추진할 수 있고요.

하지만 소니의 이미지 센서 독주가 영원히 이어지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스마트폰 수요 둔화, 경쟁사들의 기술 추격, 공급망 이슈, 미·중 무역 갈등 등 다양한 외부 변수가 시장 재편의 촉매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한국 중국 일본이 이미지 센서 시장을 놓고 주도권을 놓고 벌일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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