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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목요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열린 마라라고 공화당 주지사들과의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사진/에반 부치/연합뉴스 제공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우주항공국(NASA) 예산을 전년 대비 24% 삭감하기로 하면서 미국의
우주 연구 관련 계획들이 수정되거나 축소될 전망이다.

미국 과학계 전반에 대한 예산 칼질이 거세지면서 유럽연합(EU)은 미국 과학자의 유럽행을 유도하기 위한 5억 유로(약 7817억원)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하는 등 이번 삭감 정책을 인재 유치의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2일(현지시간) 공개한 2026 회계연도 예산안에 따르면 NASA의 예산은 2025년 248억 달러(약 34조7000억원)에서 24.3% 삭감된 188억 달러(약 26조3000억원)로 책정됐다. 예산 삭감은 우주 탐사 및 기초 과학 분야에 집중됐다. 반세기 만에 인류를 달로 보내겠다는 목표로 추진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NASA는 이번 예산안에 대해 “우선순위가 높은 연구를 효율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과학·우주 기술 자원을 재편한다”며 “중국보다 먼저 달에 돌아가고 미국인을 화성에 보내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재정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프로그램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에 따르면 화성 유인 탐사를 목표로 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대형 로켓 ‘우주발사시스템(SLS)’과 유인 우주선 ‘오리온’은 3회 비행 후 퇴역하고 비용 효율적인 민간 상용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이뤄진다. SLS 로켓은 한 번 발사하는 데 40억 달러(약 5조 6000억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일각에선 SLS 로켓과 오리온 등이 예산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을 이어왔다. SLS와 오리온 캡슐의 발사 계획에 연계되어 추진되던 달 궤도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 계획도 폐기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NASA 사업을 축소하는 대신 유인 우주 탐사에 초점을 맞춰 화성 관련 프로그램에 10억 달러(약 1조 4030억원)를 새롭게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 삭감은 단순히 NASA의 우주 탐사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미국 내 기초 과학 및 연구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 환경을 찾아 이주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미국에서의 연구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인재에 대한 선진국의 '러브콜'은 이미 시작됐다. EU는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연구 환경에 불확실성을 느낀 미국 과학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5억 유로(약 8000억원) 규모의 연구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5일(현지시간) 프랑스 소르본대에서 열린 유럽 과학 콘퍼런스에서 "유럽을 선택하세요"라는 제목으로 이같은 내용의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유럽은 연구자들에게 더 높은 수당과 더 긴 계약을 제공하며 연구개발(R&D) 부문에 대한 투자를 2030년까지 GDP의 3%로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EU는 특히 과학 자금 지원기관인 EU 유럽연구이사회(ERC)에 '슈퍼 그랜트'라는 명칭의 7년짜리 새 보조금 지원 프로그램을 구성해 연구자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유럽 전역에서 연구의 자유를 보장하는 ‘유럽 연구 지역 법’을 제정할 예정이다. EU는 유럽 연구 지역 법이 유럽이 연구자들에게 자유롭고 혁신적인 연구 환경을 제공하는 대륙으로 자리잡기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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