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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쯔강 참돌고래가 수조 안에서 헤엄치고 있다. Credit: Wang Chaoqun

고대 시문을 통해 멸종 위기 동물의 서식지 변화를 추적한 이색적인 연구가 국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연구진이 1400년에 걸친 고대 문학 자료를 생태학 연구에 접목해 양쯔강에 서식하는 민물돌고래 ‘양쯔강 참돌고래’ 서식지 변화 양상을 밝혀낸 것이다.

중국과학원이 주도한 공동연구팀이 실시한 관련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6일 게재됐다. 연구를 이끈 메이즈강 중국과학원 연구원은 “중국 고문학에 나타난 생물학적 기록을 통해 장기 생태 변화를 과학적으로 복원했다”며 “예술과 생물다양성 보존을 연결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양쯔강 참돌고래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민물돌고래다. 중국 양쯔강 수계에만 서식한다. 둥근 얼굴과 늘 웃는 듯한 표정으로 잘 알려졌다. 똑똑하고 활달한 행동으로 고대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연구팀은 중국 전역의 역사적 시문집에서 돌고래가 등장하는 고대 시문 724편을 수집 분석했다. 당나라 시기인 618년부터 청나라 말기 그리고 현대까지 이어지는 양쯔강 참돌고래의 서식지 분포를 복원했다.

연구진은 시문에서 돌고래가 등장한 구절을 시대별로 정리하고 각 시인의 생애와 활동 지역 등을 추적해 돌고래가 목격된 시기와 장소를 추론했다. 시문의 시기별로 살펴보면 청나라 시기 참돌고래에 대한 언급이 477건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명나라 시기 177건, 원나라 시기 27건, 송나라 시기 38건이었으며 당나라 시기는 단 5건에 불과했다. 

시대별 서식지 분포 변화를 지도 형태로 재구성한 결과 양쯔강 참돌고래의 서식 범위는 지난 1400년간 약 6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나라 이후 주요 강줄기에서의 서식 범위는 약 33% 줄었다.

지류와 호수에서는 무려 91%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세기 들어 서식지 축소가 급격하게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같은 양쯔강 참돌고래의 서식지 축소 양상은 이전의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양쯔강 참돌고래 서식지의 주요 파괴 원인으론 1950년대 이후 진행된 댐 건설과 같은 인위적 수환경 변화가 지목됐다. 실제로 양쯔강과 양쯔강 주변 강과 호수에 서식하는 멸종 위기종인 바이지돌고래와 중국 국자어의 서식지도 댐 건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대해 “고대 시문이라는 문화유산이 과학적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고문학은 단순한 문학이 아니라 과거 생태계를 보여주는 창이자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데이터베이스”라며 “예술과 과학의 융합을 통해 보다 감성적이고 장기적인 생태보전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수집한 시문을 바탕으로 양쯔강 참돌고래의 무리 규모나 행동 양상, 과거 양쯔강의 환경 변화 등을 더욱 정밀하게 복원할 계획이다. 

<참고 자료>
- doi.org/10.1016/j.cub.2025.02.052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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