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영재들의 아버지' 송용진 교수, '수학의 숲을 걷다' 출간

책 '수학의 숲을 걷다'. 블랙피쉬 제공

"어떤 사람에게는 수학이 필요없다."

송용진 인하대 명예교수는 최근 자신의 책 '수학의 숲을 걷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송 교수는 1995년부터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한국 대표단을 이끌어 올 정도로 수학 그리고 수학교육과 밀접하다. '수학 영재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그가 자신 있게 수학을 배우지 말라고 조언하는 이유는 뭘까. 

책에서 송 교수는 "그저 일해서 돈이나 벌고 여가 시간이나 즐기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수학이 필요 없다"라고 직언한다. 송 교수가 이렇게 말하는 까닭은 수학적 지식을 나중에 잘 써먹기 위해서 수학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송 교수는 수학은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 정도는 누구나 들어본 말일 것이다. 송 교수는 수학공부는 논리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키워준다는 흔한 말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노골적으로 수학을 공부했을 때 얻는 이점을 말한다. 

송 교수가 설명하는 이점은 2가지다. 하나는 좋은 학습 태도 또 다른 하나는 작업기억이다. 수십 년 동안 영재들을 관찰한 송 교수는 "수학문제를 풀면 책상머리에 오래 앉을 수 있게 된다"며 "수학을 잘하는 학생이 다른 과목도 잘하는 이유는 수학공부를 통해 얻은 학습 태도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제자의 한 마디가 송 교수의 생각에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어느 날 한 보험회사의 임원인 제자가 송 교수에게 "수학공부를 많이 한 사원은 수학적 사고력 그 자체보다는 문제를 대할 때의 태도가 다르다"라고 했다. '태도'가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두 번째 이점으로 작업기억을 언급한 이유는 수학을 통해 작업기억을 잘 작동하는 방법을 학습할 수 있어서다. 작업기억이란 작업 중에 얻은 정보를 일시적으로 유지하면서 학습, 이해, 판단 등을 계획하고 수행하는 능력이다.

17×21과 같은 계산을 할 때 몇 번 곱셈을 한 후에 그 값을 더하게 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때 각 단계에서 얻은 값을 기억했다가 그 다음 단계에 적용한다. 작업기억이 생성되는 것이다.

송교수는 작업기억이 성인이 된 후에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본다. 한 회사에 새로 입사한 사원이 회사의 주요 업무를 파악하고 실행하는 과정, 기존의 사원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수행하는 과정, 중요한 사안에 대해 판단하고 결정하는 과정 등에서 작업기억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수학을 통해 두 가지 이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송 교수는 '수학의 숲을 걷다'를 썼다. 극한과 미적분, 집합과 함수, 실수 등은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주제다. 송 교수는 이 책에서 평범한 분야에서 두 가지 이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책에서 구체적으로 전달한다. 

마지막으로 송 교수는 다시 묻는다. 당신은 지적호기심이 있는 사람인가 없는 사람인가를 묻는다. 지적호기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수학이 필요없다. 그렇지만 지적호기심이 있다면, 지적인 삶을 추구하고 싶다면, 자연과 우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다면 무조건 수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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