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한국 최초 휴머노이드…네이버·삼성·LG·현대차 다시 뛴다
네이버, '휴머노이드 100대 기업'에 국내 SW 업체 유일
삼성·LG·현대차, M&A로 휴머노이드 기술력 강화
게임사의 새로운 도전…크래프톤-엔비디아 협력

[서울=뉴시스] 보스턴 다이내믹스 연구진이 휴머노이드 로봇 ‘올 뉴 아틀라스'에 AI(인공지능)를 학습시키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2025.03.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국내 주요 기업들이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록 미국, 중국에 비해 뒤처진 상황이지만 네이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며 추격에 나섰다.

韓 휴머노이드 로봇의 발자취…다시 뛴다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은 대학과 연구소에서 시작됐다. 국내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은 1999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개발·공개한 '센토(Centaur)'로 머리는 사람, 몸통은 말 모양의 4족 보행 로봇이었다.

이후 발전을 거듭해 KIST는 사람 몸통에 바퀴주행부를 가진 로봇 '아미'를 개발했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국내 최초 2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HUBO)'를 개발했다.

'휴보'는 2014년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주관 재난 로봇경연대회에서 우승하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주요 연구 자금이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로 유입되지 않았고, 최근에서야 대기업들이 휴머노이드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전=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11일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에서 로봇을 이용한 ICT 스페셜 성화 봉송이 열려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가 성화를 봉송하고 있다. 2017.12.11. photo@newsis.com

네이버, '휴머노이드 100대 기업'에 국내 SW 업체 유일

삼성·LG·현대차, M&A로 휴머노이드 기술력 확보

[서울=뉴시스]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상업, 무역, 투자 등을 관할하는 상무부의 마지드 알 카사비 장관 일행이 29일 '테크 컨버전스 빌딩' 네이버 1784를 방문했다고 30일 밝혔다. 사진은 마지드 알 카사비 장관이 로봇팔 앰비덱스를 체험하는 모습. (사진=네이버 제공)

네이버는 최근 모건스탠리가 선정한 '휴머노이드 100대 기업'에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특히 네이버는 테슬라, 애플, 아마존, 삼성, 현대차, LG, 소니 등과 함께 '인테그레이터' 분야에 선정돼 주목받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휴머노이드 100'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는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중심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브레인' 부문에 포함된 것과 달리, 완전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는 '인테그레이터' 부문에 선정됐다. 이는 네이버가 다양한 형태의 로봇 개발 뿐만 아니라 거대언어모델(LLM), 클라우드, 디지털 트윈, 로봇 운영체제(OS) 등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원천 기술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버는 자율주행 로봇 '루키', 양팔 로봇 '앰비덱스', 디지털 트윈 제작용 로봇 'M2' 등 다양한 로봇 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매년 매출의 20~25%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또한 네이버 제2사옥 '1784'는 세계 최초 로봇 친화형 건물 인증을 획득해 100여 대의 서비스 로봇이 실제 업무 환경에서 운영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로봇 전문 기업을 인수하거나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휴보' 연구진이 설립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지난해 인수하고, '휴보'의 아버지라 불리는 오준호 교수를 대표이사 직속의 미래로봇추진단에 영입했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AI, 소프트웨어 기술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 기술을 접목해 지능형 첨단 휴머노이드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로봇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AI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하고 레인보우로보틱스 로봇 플랫폼과 연동할 수 있도록 고도화할 계획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다양한 실생활 시나리오에 적용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술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AI 에이전트 로봇 'Q9'을 개발하고 있다. Q9은 LG전자가 지난해 CES 2024에서 공개한 AI 에이전트 로봇으로,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로봇은 LG전자의 AI 에이전트 '퓨론'을 탑재하고 두 다리에 달린 바퀴와 자율 주행 기술로 움직인다. 또 LG전자는 AI 기반 상업용 자율주행로봇 기업 '베어로보틱스' 지분 51%를 확보해 경영권을 획득했다. 2017년 미국 실리콘벨리에서 설립된 베어로보틱스는 로봇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구축해 다수 로봇을 최적화된 경로로 움직이는 군집제어와 클라우드 관제 솔루션 등의 분야에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그룹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중심으로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아틀라스는 엔비디아의 로봇 개발 플랫폼 '코스모스(COSMOS)' 개발과 연관된 한국 유일의 휴머노이드다. '아틀라스'는 험난한 지형을 걷거나 도구를 사용하는 고난도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으로, 현대차는 이를 제조 및 물류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시키고 있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첨단 로봇의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디자인코리아 2024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4.11.15. jini@newsis.com

게임 기업이 휴머노이드까지…크래프톤-엔비디아 협력

美·中 경쟁서 뒤처졌지만…'K-휴머노이드 연합' 출범

10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에서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오른쪽)가 젠슨 황 CEO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크래프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뿐만 아니라, 엔비디아가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 파트너로 한국의 게임사 '크래프톤'을 점 찍어 주목된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를 방문해 젠슨 황 CEO와 만나 양사의 AI 분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체화 AI(Embodied AI)를 활용한 휴머노이드 로봇 등 로보틱스 분야로의 협력 확장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크래프톤의 뛰어난 AI 및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게임 산업뿐만 아니라 로보틱스 분야로도 충분히 확장 가능하다고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크래프톤이 보유한 AI 기술과 게임 개발 경험이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다.

한국은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있어 미국과 중국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휴머노이드 밸류 체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서만 영향력을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모건스탠리가 발표한 '휴머노이드 100’(The Humanoid 100:Mapping the Humanoid Robot Value Chain)' 보고서에서 최근 5년간 각국 특허 기관에 제출된 휴머노이드 로봇 특허 출원건수를 보면 한국은 368건으로 중국(5688건), 미국(1483건), 일본(1195건)에 비해 현저히 적다.

우리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AI 자율제조 선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K-휴머노이드 연합'을 출범하는 등 생태계 조성을 위해 지원할 방침이다. 여기에는 국내 주요 기업, 대학 등 약 40개 단체가 협력을 위한 협약서에 서명했다. 이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AI 기업 등이 함께 효율적인 제품 상용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odong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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