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곰국] 베를린 훔볼트대 연구팀, 딥페이크의 심박 신호 모사 가능성 확인

[편집자주] 곰국과 논문의 공통점은 전문가들이 오랜 시간 공들여 내놓는 결과라는 점입니다. 누구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포장한 게 '3분 요리'라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정리한 게 '3분 곰국(거꾸로 읽어보세요)'입니다

/사진=MT AI로 생성한 이미지

딥페이크(deepfake) 기술이 사람의 심장박동을 흉내 낼 정도로 정밀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딥페이크와 실제 영상을 구분하기 위해 사용하던 생리학적 신호 분석 기법도 속일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베를린 훔볼트대 컴퓨터과학과 연구팀은 딥페이크 영상에서 실제 인물의 심박 신호와 유사한 패턴을 감지할 수 있음을 확인해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에 발표했다.

딥페이크는 AI(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만든 가짜 영상이나 이미지를 말한다. 이미지 속 인물에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합성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이같은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성범죄, 스캠 등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실제 영상과 딥페이크 영상을 구분하는 '딥페이크 탐지 기술'도 등장했다.

IT기업 인텔이 내놓은 '혈류 분석 기법'이 대표적이다. 심장이 뛸 때 혈액이 피부를 흐르며 얼굴색이 미세하게 달라진다는 데서 착안했다. 딥페이크에서는 이같은 생리학적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고 봤다. 인텔의 기술은 정맥 색의 변화를 1000분의 1초 단위로 감지해 딥페이크를 구분해낸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그런데 이번 연구 결과로 혈류 분석만으론 딥페이크 영상을 완벽히 가려낼 수 없음이 드러났다. 심장박동 데이터를 입힌 영상으로 만든 딥페이크 영상에서 실제 사람 같은 심박 신호가 감지됐다.

연구팀은 'rPPG(원격 광용적맥파 측정법)'가 딥페이크 영상을 얼마나 정확히 구분해내는지 실험했다. rPPG는 고속 카메라로 피부 색상 변화를 포착해 심박수와 혈류 변화를 추정하는 기술이다. 측정 센서나 장비를 피부에 직접 부착하지 않아도 촬영된 영상만으로 혈류를 분석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연구팀은 실제 인물의 얼굴을 촬영하면서 동시에 해당 인물의 심장박동을 실시간으로 측정했다. 이를 기반으로 영상 속 타임 스탬프와 심장박동 데이터가 시간상으로 정확히 일치한 영상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영상을 합성해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했다. 이때 딥페이크 제작에는 영상만 활용할 뿐, 심전도 데이터를 직접 입력하거나 합성하지 않았다.

rPPG가 딥페이크 영상에서 심박 신호를 인식하는지 확인한 결과, 원본 영상의 심박 신호와 유사한 패턴이 감지됐다. 연구팀은 "딥페이크 생성 과정에서 원본 영상의 생리학적 정보가 일부 보존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rPPG는 심박 신호에 근거해 딥페이크 영상이 '진짜 사람'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다만 딥페이크 영상은 국소 부위의 혈류까지는 모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 볼, 콧등 등 좁은 부위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혈류의 세밀한 패턴까지는 딥페이크가 재현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이같은 약점을 활용해 더 정밀한 딥페이크 탐지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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