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강희수 기자] 문도엽(34, DB손해보험)이 악몽같은 파4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은 뒤 동반 플레이어들과 인사를 나눈 시간이 오후 1시 40분경이었다. 이 때 문도엽의 스코어는 10언더파. 문도엽의 이름은 리더보드 최상단에 올라 있었다.
단독 선두이기는 하지만 아무도 우승 축하를 건넬 수는 없었다. 같은 시각, 챔피언조가 13번홀에서 티샷을 시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챔피언조에는 1타차(-9)의 재즈 제인왓따나논(태국)이 있었다.
그런데 혹시나 하는 마음은 정말로 현실이 됐다.
문도엽을 위협하던 재즈 제인왓따나논이 13번홀에서 1타를 잃어 2타차가 됐다. 이 타수차는 18번홀까지 이어졌다. 이제 제인왓따나이 이글을 해야만 연장전이라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결코 흔한 일은 아니다.
제인왓따나논의 세컨샷이 그린에 오르지 못했음을 확인한 시간이 오후 3시 40분이었다. 어떤 변고가 일어나도 문도엽의 우승은 확정적이었다. 챔피언조가 18번홀 플레이를 끝낸 시간은 오후 3시 56분. 2시간 20분 동안 문도엽은 식사도 하고, 휴식도 하고, 그리고 연장전을 대비한 연습도 했다.
문도엽이 5월 4일, 경기도 성남시 남서울CC(파71, 7054야드)에서 막을 내린 ‘제44회 GS칼텍스 매경오픈 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3억 원, 우승상금 3억 원)에서 ‘클럽하우스 우승자’가 됐다.
마지막날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낚아 올린 문도엽의 4라운드 최종합계는 10언더파 274타(74-67-70-63)였다. 18번홀까지 문도엽을 위협하던 재즈 제인왓따나논은 18번홀에서 1타를 더 잃어 최종합계 7언더파로 공동 2위가 됐다. 재즈 제인왓따나논과 함께 챔피언조에서 경기한 김백준도 이정환과 함께 공동 2위.
한때 선두를 위협할 유력주자로 꼽혔던 챔피언조 신용구는 18번홀에서 악몽과도 같은 섹터플 보기(6타 오버)를 기록하며 최종합계 2언파, 공동 12위로 떨어졌다.
문도엽은 이날 우승으로 KPGA 투어 4승을 기록했다. 2018년 ‘제61회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로 시작해 2021년 ‘제16회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 2022년 ‘DGB금융그룹 오픈’ 우승이라는 영예를 밟아 왔다.
‘제44회 GS칼텍스 매경오픈 골프선수권대회’는 대한골프협회와 아시안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메이저급 대회이기 때문에 문도엽은 한국프로골프 투어 5년 출전권, 아시안투어 2년 출전권을 획득했다.
문도엽의 우승으로 ‘GS칼텍스 매경오픈’은 외국 선수의 무덤이라는 이색 전통을 이어 갔다.
1982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에서 외국 선수가 우승한 사례는 13차례, 그러나 해외 국적 선수가 마지막으로 우승한 건 2004년(마크 캘커베키아, 미국)이다. 문도엽의 깜짝 우승으로 한국 선수 연속 우승 기록은 21년으로 늘었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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