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하는 건지, 일을 하는 건지" 유저 민심만 악화된 황금연휴 공지
- 전재학 스마일게이트RPG 로스트아크 디렉터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 보석 전환 시스템 공지가 유저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반 유저는 물론 데모닉, 스카우터 등 변신 메커니즘 캐릭터와 서포터 캐릭터의 불만이 증폭됐다. 여전히 비싼 보석 가격에 보석을 캐릭터 2교대로 사용하는 플레이까지 연구되는 지경이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 2일 2025 여름 업데이트에서 적용될 로스트아크 보석 조율 시스템 관련 공지를 게재했다.
현재 로스트아크의 보석은 4티어 기준 작열과 겁화 2종으로 구분된다. 이 때 피해량과 관련된 겁화 보석이 쿨타임 감소 효과인 작열 보석보다 더 높은 성능을 자랑한다. 보석은 하위 단계 3개를 합성해 상위 단계의 작열, 겁화 중 하나를 얻는다. 작열과 겁화 전환은 불가능하다.
보석 마지막 단계인 10레벨을 합성했을 때 작열 보석이 뜨면 유저 입장에서는 손해다. 게다가 보석의 공급량이 넉넉하지 않고 콘텐츠 난도와 파티의 스펙 허들도 점점 높아지니까 보석 시세도 천정부지로 올라갔다. 보석이 로스트아크를 비싼 게임으로 만드는 원흉 중 하나인 셈이다.
해당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전재학 디렉터는 보석 조율 시스템을 대안으로 내놨다. 공지에 따르면 시스템 도입 후 거래 가능한 일반 보석을 캐릭터 귀속인 '광휘의 보석'으로 만들면 작열과 겁화를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다. 광휘의 보석은 추가로 기본 공격력 증가 효과를 제공한다.
광휘의 보석을 조율 이전의 겁화 및 작열 보석으로 복원할 수도 있다. 조율 복원 시 보석의 종류 및 보석 스킬은 조율하기 이전의 겁화 및 작열 보석으로 복원된다. 보석 조율 시 별도의 비용이 소모되지 않다. 광휘의 보석을 복원할 때도 기본적으로는 비용이 소모되지 않지만 7일 쿨타임을 기다려야 한다. 만약 쿨타임 이전에 복원하고 싶다면 크리스탈을 소모해야 한다.
얼핏 보면 보석을 자유롭게 조율하는 시스템이니까 긍정적으로 보인다. 보석 조율 시스템만 바라보면 괜찮겠지만 공지대로 시스템이 구현되면 보석 외 로스트아크의 현황 및 다른 시스템과 전혀 어울리진 않는다.
실제로 공지가 게재된 후 유저들은 혼란에 빠졌다. 유저들이 의문을 가지는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 보석 조율 시스템 관련 의문점 요약
① "경제를 잡는다"와 "가격 안정화"는 같은 말일까?
로스트아크의 가격 안정화는 신규 및 복귀 유저 유입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를 위해 전 디렉터는 골두껍이로 유물 각인서 물량을 파격적으로 제공했고 그 결과 유물 각인서의 시세가 급감했다.
장신구도 마찬가지다. 카제로스 종막에서는 계승이 없는 대신 새로운 파밍 시스템을 예고했다. 장신구와 관련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유저들이 장신구 구매를 종막 출시 전까지 미뤄두니까 장신구 시세도 내려가는 추세다.
보석 대응의 기조는 반대였다. 캐릭터마다 보석을 보유해야 하는 구조인 만큼 상위권 유저들은 미리 보석을 구매했다. 덕분에 공지 게재 직후 다른 성장 요소들과 달리 보석 가격은 급등했다.
일부 상위권 유저들은 "지금껏 캐릭터 귀속 골드, 골두껍이, 성장 금액 완화 등 라이트 유저 중심의 조치를 취했던 개발진이 보석 가격을 상승시킬 가능성이 높은 공지를 5월 라이브 방송이 아닌 연휴 기간에 공개한 이유가 무엇일까"라며 의심했다.
유물 각인서 등의 행보를 미뤄보면 공지와 함께 보석 공급량을 대폭 늘렸어야 했다. 그래야 시세가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하지만 보석 공급량 관련 내용은 일체 없었다. 2교대 플레이가 보석 거래를 억제했지만 그동안의 로스트아크 운영에 익숙한 상위권 유저들은 당장 보석을 구매하면 손해라고 예측해 구매를 멈춘 상태다.
전 디렉터는 라이브 방송에서 재차 경제를 잡는다고 강조했다. 이 말이 "유저들의 플레이 가치를 지키겠다"인지, "비싸진 시세를 낮추겠다"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유저 플레이 가치를 지키겠다면 보석의 가격은 비싸져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아이템 시세가 비싸면 새로운 유입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서로 모순된 의미를 지닌 만큼 5월 라이브 방송에서 명확하게 언급할 필요가 있다.
② 파티 허들 문제는?
숙제 콘텐츠의 피로감은 현재 유저들 사이에서 손꼽히는 고질병이다. 흔히 말하는 숙련 코스프레, 산책 딜러 유저가 급증하면서 콘텐츠 실패 확률이 높아지고 다시 파티를 구해야 하는 과정에서 피로감이 급격하게 상승한다.
전 디렉터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 데스 카운트 1개를 도입하고 노말 난도를 대폭 하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제로스 3막 기준 노말 난도만 진행하면 상급 재련을 40까지 올릴 수 없다.
이는 과거 엘릭서에서도 문제가 된 바 있다. 노말은 영웅 엘릭서, 하드는 전설 엘릭서를 얻을 수 있는데 영웅 엘릭서를 해봤자 어차피 버려지니까 유저들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레벨을 올려 하드 난도로 향했다.
전 디렉터는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만약 카제로스 종막에서도 노말과 하드의 성장 요소가 확연하게 구분된다면, 데스 카운트가 추가됐고 전투 분석 시스템이 없으니 미숙련자들은 더 당당하게 하드 난도에 발을 들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광휘의 보석이 스펙 허들을 높일 우려가 크다. 10레벨 기준 일반 보석과 광휘의 보석 기본 공격력 실적용률은 약 5%다. 이는 1레벨 각인 1개와 유사하다. 로스트아크의 대미지 인플레이션을 고려했을 때 5%는 꽤 높은 수치다.
광휘의 보석 필수 파티가 성행할 수 있다는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난도만 조절하면 유저들이 사이좋게 콘텐츠를 즐길 것을 예상한 것일까? 개발진이 게임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을 야기하는 포인트다.
③ 나이스단 관련 명확한 기조는?
'데헌나이스' 유저에서 유래된 나이스단은 동일 직업 캐릭터를 육성해 보석 등의 아이템을 번갈아 사용하는 플레이를 일컫는다. 전 디렉터는 "방송에서 해당 플레이를 지양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왜 나이스단이 성행하게 됐을지는 제대로 언급하지 않았다. 나이스단이 성행한 이유는 로스트아크를 즐기기 위한 비용이 비싸졌기 때문이다.
로아사랑단 멤버 캡틴잭은 과거 방송에서 "로스트아크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골드가 많이 필요한데 콘텐츠 수급량으로만 해결할 수 없다. 이를 해결하려면 현금을 투자하거나 버스 파티를 운행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나이스단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동일 직업 캐릭터를 억지로 6개씩 육성하는 기이한 플레이가 왜 성행했는지,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간과하면 결국 새로운 문제로 파생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언급했듯이 전 디렉터는 단순히 나이스단 플레이를 지양한다고만 했지 왜 유저들이 이런 플레이를 하는지에 대해선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경제를 잡는다"만 강조했다. 만약 이들의 플레이가 경제적으로 문제를 야기한다면 지표를 보여주며 설득을 시켰어야 했다.
게다가 서포터를 좋아하는 유저들은 동일 직업 캐릭터를 강제로 2개씩 육성해야 한다. 이들은 나이스단이 아닌데도 오해를 받았다. 아무 언급 없이 보석 전환 시스템을 예고했다.
결국 보석 조율 시스템 속에서 나이스단 플레이와 유사한 '2교대 플레이'가 연구됐다. 어떤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유저들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유저들은 조금이라도 보석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에 몰두했다. 그 결과 보석 2교대 플레이라는 새로운 방식이 고안됐다.
2교대 플레이는 말 그대로 캐릭터 보석 11개를 캐릭터 2개에 번갈아 사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토요일을 보석 전환일로 정했다고 가정하자. 토, 일, 월, 화, 수, 목, 금으로 1번 캐릭터의 2주치 숙제 콘텐츠를 완료한다.
다음 주 토요일에 2번 캐릭터로 보석을 이동시켜 토, 일, 월, 화 수, 목, 금 동안 2주치 숙제 콘텐츠를 완료하는 플레이를 반복하면 보석 11개로 2개의 캐릭터를 운용할 수 있다. 일정과 캐릭터 수 제약이 생긴 나이스단인 셈이다.
- 나이스단에 이은 2교대단, 이거 맞아? [출처: 이다 유튜브]
로스트아크 스트리머 이다는 "10광휘 세트를 착용하면 성능이 대폭 상승한다. 만약 공지대로 패치를 진행하면 2교대단 합류가 합리적이다. 6캐릭터의 보석을 자잘하게 맞추는 것보다 훨씬 강해진다. 10광휘 6세트는 금액적으로 말이 안 된다. 6캐릭터를 운용하려면 보석 3세트가 필요하다. 고레벨 배럭 캐릭터가 많으면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다 외 스트리머들도 "게임에 풀려버린 보석량을 조절하는 목적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가격을 안정적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도 보이지 않는다. 시즌 초에 경직된 시스템을 완화했어야 했다. 변신 캐릭터 보석 밸런싱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공지대로 나오면 분명 새로운 문제가 생길 텐데 어떻게 대응할까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2교대 시스템을 본 유저들도 "게임인지, 일인지 모르겠다", "2교대 플레이를 그냥 허용하진 않을 것 같다", "확실한 지표를 가져와서 설명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상태", "최상위권 유저들 이탈 비중이 증가할 정도로 심각하다", "종막 난도에 절망을 느낄 유저가 있을지 의문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미뤘던 운영이 슬슬 부작용으로 돌아온 것" 등 다양한 의견을 남기고 있다.
한편, 전 디렉터는 5월 중 라이브 방송을 예고했다. 해당 방송에서는 보석 조율 시스템 관련 상세 내용과 이외 파생되는 문제 해결 방안을 설명하고 유저들과 더욱더 긴밀한 소통을 나눠야만 민심을 조금이나마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moon@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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