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 시네마 ①]영화 다이하드 4.0…해킹으로 도시 전체가 혼돈
실제 가상사설망(VPN) 로그인 정보로 미국 동부 17개 연료 공급망 마비
"현대 디지털 환경에 필요한 통합보안 전략 필요"

다이하드 4.0 스틸 컷(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파이어세일(Fire Sale)은 해커들이 국가를 장악하는 3단계 공격이에요, 1단계는 교통 시스템, 2단계는 금융과 통신, 3단계로는 가스, 전기, 수도, 원자력 등 컴퓨터로 운영되는 모든 인프라를 초토화시키는 거죠."

2007년 개봉한 영화 다이하드 4.0은 사이버 테러리스트에 맞서는 전직 경찰 존 맥클레인의 고군분투를 그린다. 영화의 중심에는 '파이어 세일'이라는 이름의 초대형 사이버 공격 시나리오가 있다.

사건은 전직 정부요원 토마스 가브리엘이 정부의 네트워크 시스템을 장악하려는 음모를 꾸미면서 시작된다. 그는 자신의 계획을 막을 수 있는 해커들을 제거한 뒤, 미국의 주요 인프라를 차례로 공격하기 시작한다. 결국 교통, 통신, 금융, 전기 등 핵심 시스템이 순식간에 무력화되고 미국은 국가적 공황 상태에 빠진다.

원래 '파이어 세일'은 화재로 인해 재고를 헐값에 급히 정리하는 세일을 뜻한다. 그러나 다이하드 4.0에서는 이 용어가 전혀 다른 의미로 재해석된다. 영화속 해커 집단은 금융 시스템, 교통, 전력, 통신망까지 국가 인프라를 모두 동시에 해킹하는 '파이어 세일' 시나리오를 순차적으로 실행한다.

먼저 교통·물류 인프라를 붕괴시킨다. 교통신호 제어시스템을 해킹하고, 항공관제 시스템 오작동을 유도한 다음 GPS 위성 신호를 교란한다. 그런 다음 금융 시스템을 교란시킨다. 은행 계좌 접근을 차단하고, 증권거래소 시스템을 마비시킨 다음, 금융 데이터를 암호화 및 삭제한다. 마지막으로 공공 서비스 및 통신망을 차단한다. 전력망을 셧다운시키고, 통신 인프라를 파괴한 다음 재난 대응 시스템을 무력화한다.

영화 같지만 현실이다…진화하는 사이버 위협

보안 기업 이스트시큐리티는 비록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됐지만, 현실 세계의 사이버 위협 역시 이와 유사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이하드 4.0'의 파이어 세일 시나리오가 더 이상 영화속 가상현실이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2021년 미국에서는 이른바 콜로니얼 파이프라인(Colonial Pipeline) 랜섬웨어 사태가 발생했다. 단 하나의 유출된 가상사설망(VPN) 로그인 정보만으로 해커들이 침투해, 미국 동부 17개 주의 연료 공급망을 마비시켰다. 이 사건은 사이버 공격이 단순한 디지털 문제를 넘어 물리적 피해와 국민 안전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비슷한 유형의 공격은 전 세계에서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수자원 시설, 우크라이나의 전력망 등 국가 기반시설이 사이버 위협의 표적이 되고 있으며, 이러한 공격은 점차 정교해지고 조직화되는 추세다.

2020년 발생한 솔라윈즈(SolarWinds) 해킹 사건은 사이버 보안의 '공급망 리스크'를 여실히 드러냈다. 해커들은 IT 관리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 서버를 침투한 뒤, 이를 통해 1만8000개 이상의 고객사에 악성코드를 은밀히 유포했다. 피해 대상에는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같은 글로벌 기업도 포함됐다.

복잡한 사이버 공격, 이제는 통합 대응이 답

사이버 위협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으며 단일 시스템을 넘어서 서로 다른 플랫폼과 환경을 동시에 노린다. 따라서 이런 복잡한 위협에 맞서는 해법도 단순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개별 솔루션으로는 부족하며, 네트워크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보안 전략이 필수라고 조언한다.

먼저, 단일 지점의 실패를 막기 위해 네트워크, 엔드포인트, 애플리케이션, 데이터 등 전 계층을 아우르는 다계층 방어 체계를 갖추고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사이버 위협 정보 분석·공유 시스템(KISA C-TAS)이나 국가사이버위협정보공유체계(KCTI) 등과 연계해 국내외 위협 정보를 실시간 분석 및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려지지 않은 공격일수록 탐지가 어렵다.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보안 이벤트의 패턴을 학습하고, 정상과 다른 행위를 자동으로 포착하는 인공지능(AI) 기반 탐지 시스템도 필요하다. 이는 알려지지 않은 제로데이 공격이나 파일리스 멀웨어 같은 신종 위협 대응에 효과적이다.

자동화된 대응도 중요하다. 사전 정의된 플레이북에 기반한 자동화된 대응 프로세스를 통해 보안팀의 부담을 줄이고, 대응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단일 대시보드에서 전체 보안 상황을 시각적으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중앙화된 가시성 확보 역시 핵심 요소로 꼽힌다.

이스트시큐리티 관계자는 "서로 다른 시스템이 연결된 복합 환경에서는 개별 방어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면서 "다양한 보안 이벤트를 통합적으로 분석하고, 신속하게 자동 대응할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ew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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