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윤용준 알리바바 클라우드 한국 총괄 지사장
윤용준 알리바바 클라우드 한국 총괄 지사장 - 전 IBM 시스템 엔지니어, 전 인텔 세일즈 매니저, 전 ARM 글로벌 어카운트 매니저, 전 AMD 기업 영업 총괄, 전 아마존웹서비스 시니어 어카운트 매니저
4월 7일(현지시각) 미국 스탠퍼드대가 공개한 ‘인공지능(AI) 인덱스 2025’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주목할 만한 AI 모델을 6개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각각 7개를 가진 오픈AI와 구글에 이어 세계 3위다. 다만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기업 중에선 1위다. 메타(4개)보다도 앞섰다. 알리바바는 2023년부터 거대 언어 모델(LLM) 큐원(Qwen) 시리즈를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있는데, 이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에 필요한 ‘소스 코드’를 누구나 무료로 쓸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픈AI나 구글처럼 자사가 개발한 AI 모델의 작동 방식을 공개하지 않는, 이른바 ‘폐쇄형 AI 모델’과 대조적이다.
알리바바의 강점은 AI 가치 사슬까지 자체적으로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알리바바클라우드가 기초 모델을 개발하면 기업은 자체 모델 또는 애플리케이션에 이를 활용한다. 그리고 실생활에서는 타오바오 같은 알리바바 그룹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마켓플레이스가 이런 AI 솔루션을 활용해 비즈니스를 하는 구조다. 여기에 오픈소스 커뮤니티까지 만들어 자체적인 오픈소스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IT 업계는 알리바바의 AI 생태계가 더 공고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2월 클라우드와 AI 하드웨어 인프라에 앞으로 3년간 3800억위안(약 74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는 알리바바의 최근 10년간 총투자액을 넘어서는 규모다.
알리바바가 구상하는 오픈소스 AI 모델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한국에서 알리바바 클라우드 사업을 총괄하는 윤용준 지사장에게 오픈소스 전략과 철학 그리고 향후 로드맵에 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AI 모델 큐원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
“지난 3개월 동안 우리는 다양한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연달아 공개했다. 대표적으로 대규모 언어 모델(LLM)인 ‘큐원2.5-Max’, 복잡한 질문에 강한 ‘QwQ’, 이미지 이해에 특화된 ‘QVQ 시리즈’가 있다. 이러한 모델은 AI 기술 완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오픈소스를 통해 더욱 많은 개발자와 협업하겠다는 알리바바의 의지를 보여준다.”
성능은 어떤가.
“큐원 시리즈는 세계 최대 오픈소스 AI 커뮤니티인 ‘허깅페이스(Hugging Face)’가 운영하는 성능 비교 순위표(Open LLM 리더보드)에서 여러 차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파생 모델도 전 세계에서 10만 개 이상 개발됐다. 이는 메타의 AI 모델 ‘라마(LLaMA)’ 기반 파생 모델 수를 능가한다. 큐원은 현재 가장 널리 활용되는 오픈소스 AI 모델 중 하나다.”
지난 3월 오픈소스 AI 추론 모델 ‘QwQ-32B’도 공개했던데.
“QwQ-32B는 복잡한 문제를 단계별로 풀 수 있도록 설계된 추론 특화 AI 모델이다. 수학 문제 풀이와 코딩 같은 영역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 이 모델은 ‘강화 학습’ 기법을 활용해, 사용자 요청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사람의 선호에 맞게 답변을 조정하는 능력을 갖췄다. 명령 수행 능력을 높이기 위해 보상 시스템과 자동 검증 기능도 결합했다. 또한, 도구를 활용해 답을 찾거나 주변 환경의 피드백을 받아 문제 해결 방식을 바꾸는 등, 일종의 ‘AI 에이전트’ 역할까지 수행한다. QwQ-32B는 오픈AI의 ‘o1’이나 딥시크의 ‘R-1’보다 복잡한 추론과 분석에서 성능이 더 뛰어나다. 우리는 이 모델을 세계 최초의 ‘추론 특화 오픈소스 AI’로 정의하며, 기술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함께 발전시키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오픈소스인 만큼 외부에서 활용한 사례도 꽤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오픈소스 관련 글로벌 협업이 활발하다. 미국 스탠퍼드대 페이페이 리 교수팀은 ‘큐원2.5-32B-인스트럭트(Instruct)’를 기반으로 추론 특화 모델 ‘S1’을 개발했는데, 개발 비용이 50달러(약 7만원)도 채 들지 않았다고 한다. UC 버클리는 ‘큐원2.5’ 모델로 딥시크의 고성능 모델을 저비용으로 재현한 ‘티니제로(TinyZero)’를 개발했고, AI 공익 연구소인 ‘AI2(Allen Institute for AI)’는 ‘큐원2.5-VL-7B’를 기반으로 최신 광학문자인식(OCR) 모델을 만들었다. 큐원이 오픈소스를 넘어서, 공동 연구 기반의 글로벌 생태계를 이끄는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폐쇄적으로 AI 모델을 개발하는데, 오픈소스를 고수하는 이유는.
“알리바바의 철학과 관련이 있다. 우리는 창립 초기부터 ‘작은 기업의 성장을 돕는다’는 사명 아래 소상공인과 혁신가의 성장을 지원했다. 우리는 AI 기술도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런 기업 문화 덕분에 일관된 오픈소스 전략을 고수할 수 있다. 우리는 오픈소스를 혁신을 앞당기는 기술의 민주화 수단이라고 본다. 앞으로도 단순히 기술을 공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픈소스를 통한 기술의 민주화를 적극적으로 실현하고자 한다.”
어떤 오픈소스 전략을 세우고 있나.
“AI 모델 개발부터 커뮤니티 기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투명하고 확장 가능하게 운영하는 게 우리의 장기 전략이다. 중국 최대 오픈소스 AI 커뮤니티 플랫폼인 ‘모델스코프(ModelScope)’를 만들고, 누구나 다양한 기술을 실험하고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한 배경이다.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글로벌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셈이다.”
AI분야에서 오픈소스 생태계를 어떻게 발전시키고자 하는가.
“네 가지가 있다. 첫째, AI의 민주화다. 최신 기술 접근 장벽을 낮춰 자원이 부족한 계층도 AI를 활용할 수 있게 하고자 한다. 둘째, 과학 연구의 가속화다. 실험과 재현을 가능케 해 과학 발전을 앞당길 것이다. 셋째, 투명성과 신뢰다. 소스 코드를 공개해 폐쇄형 모델의 ‘블랙박스 문제(AI 모델의 내부 동작 원리나 의사 결정 과정을 사용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를 해결하고자 한다. 넷째, 혁신과 협업 촉진이다. 글로벌 커뮤니티가 기존 모델을 개선하고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AI 기술이 고도화할수록 오픈소스의 중요성도 더 커질까.
“물론이다. 우선 우리는 AI 모델이 점점 강력해질수록, 그 기술이 일부에게만 독점돼선 안 된다고 본다. 오픈소스가 AI의 다음 단계를 이끌 핵심 전략이라 믿는 이유다. 오픈소스를 통해 전 세계 연구자, 스타트업, 중소기업이 기술 발전에 참여하고, 그 혜택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기술로 성장하고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이며, 오픈소스의 본질적인 가치와도 일치한다.”
구상 중인 오픈소스 로드맵은.
“우리는 기초 연구와 개방형 혁신에 대한 투자를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대형 기초 모델의 성능을 고도화하고, 이를 산업별 고객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오픈소스 생태계를 확장하고, 글로벌 커뮤니티와 협력 구조를 정교하게 다듬어, 전 세계 개발자와 연구자가 함께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해 나가겠다.”
오픈소스 AI 앞다퉈 내놓는 중국 기업美 다음으로 오픈소스 AI 모델 많아
사진 셔터스톡
요즘 중국 AI 시장에선 오픈소스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폐쇄형 AI 모델보다 개발 비용이 적고 접근성이 좋아,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용이해서다. 알리바바의 큐원 시리즈뿐 아니라 연초 화제를 모았던 딥시크의 LLM ‘V3’와 ‘R-1’ 모두 오픈소스로 공개돼 있다. 최근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는 홍콩대와 손잡고 영상 생성 AI 모델 ‘오공(Goku)’을 오픈소스로 선보였다. 덕분에 중국은 전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은 고성능 오픈소스 AI 모델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토터스미디어에 따르면, 지난해 공개된 고성능 오픈소스 AI 모델 200개 중 미국은 65개, 중국은 41개를 차지한 것. 특히 AI 개발 여건이 좋지 않은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에선 중국의 오픈소스 AI 모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누구나 쉽고 저렴하게 AI를 개발할 수 있어서다. 때문에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도 AI 기술의 오픈소스를 장려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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