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목양견 행동의 유전적 뿌리 밝혀
경상국립대 연구진이 보더콜리와 같은 양치기 개의 행동 특성과 관련된 유전적 신호를 찾아냈다./위키미디어
보더콜리 같은 양치기 개(목양견)는 똑똑하기로 유명하다. 사람이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알아서 양과 소 떼를 빈틈 없이 몰고 통제한다. 국내 연구진이 양치기 개의 능력이 훈련보다 타고난 유전자 덕분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경상국립대와 미 국립보건원(NIH) 인간게놈연구소 공동 연구진은 양치기 개의 행동 특성과 관련된 유전적 신호를 찾아냈다고 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이날 게재됐다.
연구진은 보더콜리, 벨기에 셰퍼드, 웰시 코기 등 양치기 개 12품종과 양치기와 관련 없는 개 91품종의 전장 유전체(전체 DNA)를 해독해 비교했다. 분석에는 개 551마리와 함께 야생 늑대 33마리의 유전체도 사용됐다.
분석 결과, 양치기 개들은 EPHB1 유전자에서 일반 개들과는 다른 독특한 변이를 갖고 있었다. 이 유전자는 공간 기억력과 행동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나 양을 몰고 재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움직일 때 필요한 능력이다. 실제로 해당 유전자에 양치기 개와 같은 변이를 가진 개들은 장난감을 쫓거나 물고 노는 행동을 더 자주 보였다.
양치기 개들은 사람이 문제를 해결하거나 학습하는 능력과 관련된 유전자들도 발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더콜리의 경우, 기억 유지와 운동 학습, 사회적 상호작용, 공간 기억 등과 관련된 8개 유전자에서 변이가 나타났다. 이 중 일부는 추격, 물기 패턴과도 관련이 있었다. 보더콜리가 양 떼를 몰 때 보이는 특유의 낮은 자세와 민첩한 움직임을 설명해 준다.
양치기 개는 늑대나 다른 야생 개들과 달리 먹잇감을 죽이려는 본능은 약해지고 추격하고 몰아가는 행동만 남았다. 연구진은 오랫동안 사람과 함께 일하는 데 적합한 특성을 가진 개들만 골라 교배를 반복한 결과로 해석했다.
이번 연구는 개의 행동이 훈련이나 환경뿐만 아니라 유전적 요인에서도 비롯됐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결과이다. 그동안 행동과 유전자 사이의 직접적 연결고리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난제로 남아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재민 경상국립대 교수는 “반려견 품종에 따라 특정 행동 패턴이 반복해 나타나는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이를 설명하는 유전자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는 양치기 개의 유전 정보와 행동 특성을 결합해 살펴본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품종과 표본 수를 늘려 반려견의 다양한 행동 특성과 관련 유전자를 규명하는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동물 행동 유전학의 기반이 되는 기초과학 연구뿐 아니라, 반려동물 성향 예측과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 개발 등 실용적인 응용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5),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p4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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